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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개정'도 속도전…2월 정국 또다른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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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개정'도 속도전…2월 정국 또다른 '뇌관'

비정규직 기간제한 아예 폐지?…폭발력 예측 불가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이라는 갈등의 뇌관을 2월 국회에서 기어코 건드릴 방침이다. 특히 고용위기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갈등의 양상은 지난 연말 '방송법 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법 손보기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 경제비상대책회의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소홀하다고 관계 장관들을 질책한 직후 급물살을 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7일 실무당정회의를 열어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거나 아예 기간 제한을 없애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비정규직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청 회의가 24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려 한승수 국무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 비정규직법 개정 작업 본격화…29일 한국노총 방문

28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돼 근무하고 있는데, 회사와 근로자 모두 계속 근로하기를 원하지만 법의 제한 때문에 계속 고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 때문에 고용을 원하는 데에도 고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박순자 최고위원도 "한국노총과 경총이 노사정과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를 총망라해 사회적 합의를 틀로 하는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을 한 점에 주목한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2월 임시국회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9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정책간담회를 여는 등 법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와 같이 이 대통령이 직접 질책을 하고 한나라당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고용 환경에 이미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졸업 '3월 위기설'…비정규직법 '7월 대란설'

이날 발표된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2월말 제조업 취업자가 2007년 같은 시기에 비해 9만9000명(2.4%)이나 감소했다. 산업구조 개편의 원인도 있지만 최근 경기침체가 근본 원인이다.

특히 2월 말에 쏟아져 나올 50여만 명의 대학·고교 졸업자들이 실직 상태로 전락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청년층(20~29세) 고용률은 57.8%로 외환위기 시절이던 1999년 5월(57.0%) 이후 10년 만에 최악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7년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에 따라 비정규직 채용을 2년으로 제한할 경우 2009년 7월이면 100만 명 이상의 대규모 실업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악몽'에 가까운 큰 걱정거리인 것이다. 최근 그리스 유혈사태의 원인도 '실업'이었다.

그러나 해법이 '비정규직 기간 연장' 내지는 '기간 제한 폐지'로 논의되자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비정규직 문제가 한국 사회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적됐던 점을 감안하면 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야권 "MB악법 리스트 추가하겠다고?"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개정안은 비정규직을 줄이고 고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책임하게 기간만 연장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사용자의 편에 서서 노동자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악법을 또다시 강행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이른바 'MB악법 리스트'에 추가할 것임을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량해고를 막으려는 정부의 노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기간제 근로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기간 연장이 아니라 정규직과의 차별금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차별은 그대로 놔둔 채 기간을 연장해 본들 문제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될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 때문에 사회적 분열과 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프레시안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이 마치 계약 기간 연장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노예계약도 연장하면 좋다'는 식의 선정정치를 그만 둬야 한다"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되는 것이 좋은가, 계약기간이 연장되는 것이 좋은가'하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겠느냐"며 "비정규직 해법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 기간 연장 조짐에 노동계 벌써부터 반발

노동계의 반응도 싸늘하다. 정부의 법개정 추진 방향에 이전부터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양대 노총은 모두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경총과 함께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를 제안한 한국노총도 28일 성명을 내고 "엄중한 시점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간의 노력을 지지하고 뒷받침해야 할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법을 일방적으로 개악하겠다는 것은 모처럼 조성된 '노사민정 간의 사회적 대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작태"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올해 사업계획을 통해 비정규직법 개악에 맞서 총력투쟁을 결의한 바 있다. 이처럼 양대 노총이 "일방적인 법개정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어, 당정의 비정규직법 개정 시도는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실업대책에 자기 돈 안 쓰는 정부"…"뉴딜 예산 1/3만 써도"

정부가 내놓은 실업대책에 대한 비판도 하나 둘 터져 나오고 있다. 환경노동위원장이기도 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정부가 고용대책을 내놓으면서 놀랍게도 예산지원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나누기' 명목으로 정부는 무급휴업 근로자에게 생계비를 실업급여의 80% 수준을 지원하겠다면서도 예산은 한 푼도 안 쓰겠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무급휴업자 생계비를 노사가 적립한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하겠다고 하는데, 2007년부터 실업이 급증해 보험료 지급이 납입을 초과해 적립금이 소진되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실업 대책을 고용보험기금에만 의존한다면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추 의원은 "정부의 실업 및 고용대책이라는 것이 결국 근로자의 호주머니에 의존하는 무책임한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이날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내면서 "이명박 정부가 투입하겠다고 하는 50조 원의 녹색뉴딜 예산 중 2013년까지 18조 원을 투입할 경우 매년 200만 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 예산에서 급여를 지원하도록 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당론을 정했으나 지난 연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었다.

비정규직 문제는 그동안 논의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여당이 2월 국회에서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여 가뜩이나 사방이 지뢰밭인 2월 정국에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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