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은 스스로 '이명박 정권'이라고 불리기를 바랐던, 좀 이상한 정권이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87년 체계 하에서의 몇 개의 정권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이름을 자신들이 지향한 '가치'에 의해서 불리기를 희망했다. 물론 사람들은 '문민독재', '국민없는 국민정부' 혹은 '참여 없는 참여정부'라고 부르기도 하였지만, 가치지향형 정권이라고 평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 없는 … 정부'라는 포맷으로는 현 정부를 비판하기는 좀 어렵다. 물리적으로 자연인 이명박 없는 이명박 정부는 언어적으로도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의 성격 규정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말하면 딱 좋을 것 같지만, 이미 앞선 정부들이 각각 '완화된 신자유주의' 혹은 '강화된 신자유주의'로 신자유주의는 이미 일반화시킨 상태이고, 그렇다고 미국 네오콘처럼 군사 부문이 강화된 군산복합체가 이끄는 극우파 정부라고 하자면 한국 공군의 핵심 시설인 서울공황을 기깟 유통과 관광에 특화된 재벌 하나를 위해서 기꺼이 내어준 정권이니 정상적인 극우파 정부도 아니다.
명목상으로만 보자면, '시장'과 '반 김정일' 두 개를 내걸고 있는 야릇한 조합인데, 막상 건설 자본들에게 기계적으로 복무하는가라고 분석하려고 하면, 오히려 건설업체들이 "죽겠다"고 곡소리 내고 있는 형국이니, 참 규정하기가 어렵다. 신자유주의의 '시장 지상주의'를 신봉하는 전통적 우파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경제 못하는 정부는 처음 봤다"고 혀를 차는 것 같고, '반 김정일' 하나로 세계화 국면에서도 '한국식'을 주장했던 수구적 보수집단도 정권의 비효율성에는 혀를 차는 것 같다.
언제라도 '좌파 정권'이 지난 10년의 정치적인 힘을 '똘똘 뭉쳐'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말 가상의 공포가 없다면 스스로 '이명박 정부'라고 불리고 싶었던 이 정권에 대해 한국의 다양한 보수들은 벌써 등을 돌렸을 것 같다.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닌, "이 뭥뮈" 이 상황이 아닐까 싶다.
이 지독할 정도로 비효율적인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동료들은 기상천외할 정도로 정치력이 약해서, 과거 박정희 정권의 김종필의 여우 뺨치는 조정 능력이나, 노태우 정권의 박철언의 기획 능력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다. 도대체 한국의 보수가 다 모여서 '정성'으로 만들어내는 정권의 통치 능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싶고, 주요 대학의 경제학 교수들은 물론이고 전경련과 삼성의 경제 기획통의 머리를 다 모아서 고작 이 만큼을 해내는가 싶다. 찬송가 중에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라는, 내가 즐기는 찬송가가 있는데, 정말 2009년 1월의 이명박 정권의 모습이 딱 이 찬송가 구절 같지 않을까 싶다.
어디 하나를 들쳐도 약점 투성이인 이 정부에서, 약점 중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걸 짚어보자면,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외부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외교통과 외교 관련자들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소리가 "이 정권의 진짜 약점은 외교에 있다"라고 하는데, 내가 봐도 외교는 정말 '깡통 외교'인 것 같다. 국가에도 품격이 있다면 '국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품격이 정말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점잖은 외교가의 비밀스런 수군거림 같은 고급스런 얘기 외에도 어쨌든 이 정부가 가장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며, 지금과 같은 난국으로 빠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첫 번째 미국 방문 때 졸속으로 처리했던 쇠고기 협상이 아니었던가.
이보다 더 폭발력 있는 진짜 약점은 '고용'에 있다는 것이 내가 느낀 이 정부의 특성이다. 외교는 어쨌든 전문 협상가들을 다시 데리고 오고, 약간 물갈이를 하면 어느 정도는 해소될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 한국은 외교가 아주 약한 나라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엉망으로만 하지 않는다면 "전 정권보다 못했다"는 평가는 피해갈 수 있는, 외교 약소국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외교도 '엄청난' 외교였기 때문에, 그보다만 잘 할 수 있는 게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과연 이 전대미문이라는 경제 위기 속에서 고용 문제를 최소한 폭발하지 않고, 문제가 있지만 다음 정부에게 "똥바가지 씌우는 방식"으로라도 해결할 수 있을까? 실제 김대중 정권은 국내 내수의 소비 여력 문제를 카드 남발로 대충 처리하고 넘어갔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을 인수하자마자 이 DJ발 '카드 똥바가지' 문제를 해결하느라고 대단히 애먹었다. 솔직히 노무현 대통령이 이 카드발 경제 위기를 성공리에 수습한 것은, 인정해주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물론 그 스스로도 '비정규직 일반화'와 '한미 FTA' 그리고 '쇠고기 협상' 같은 몇 가지 '똥바가지'를 다음 정권에 제대로 씌우기는 했다. 이명박 정권은 이게 똥바가지인지도 모르고, 최근 '한미 FTA 올인'으로 '쌩쇼' 중이기는 한데, 어쨌든 본인들은 "전 정권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역사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고용은 좀 멀리 보면 1990년대 이후, 전 세계가 다 같이 앓고 있는 골머리 중의 하나이고, '정규직 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경제학자들은 물론 정치학자들도 별의별 대안을 다 내놓고 있는 중이기는 하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이고, 21세기 세계 자본주의 체계에서 가장 깊숙한 약점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간단한 문제이고, 삽질만 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그런 간단한 문제였다면, '노동경제학'이라는 경제학 분과가 그렇게 흥행리에 성업 중이고, 청년 실업에 대한 얘기들이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 화두가 될 리가 있나?
나는 이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핵심 중의 핵심에 있는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이 바로 '강부자 내각'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 고위 관료가 100억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을 전혀 이상하지 않게 생각할 정도로 그들은 부유했고, 가난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노동시장 앞에 선 20대들의 심정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외교는 그래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지, "일할 수가 없다"는 2009년 세계적 상황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고, 상상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정부 고위관료와 '비정규직'에 대해서 논의하다보면, 이들과 내가 과연 같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나하고 의아해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정권 핵심부나 고위 관료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많은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유연한 시간'을 위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좀 자기 시간을 편하게 가지고, '윤택한 삶의 질'을 위해 많은 비정규직이 스스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것 아닌가? 아마 이 정도가 강부자들의 20대 노동을 보는 눈인 것 같다. 이 지독할 정도의 오해는, 거의 대부분의 노동 정책과 고용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최근 대통령의 강조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를 전면에 꺼내들었다. 물론 반가운 일이기는 한데, 실제 내용을 살펴보고 나서, "나쁜 놈이 하면 좋은 일도 나쁜 일이 된다"는, 경제 정책의 오래된 경구 하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내용대로라면, 정규직의 임금을 깎고, 비정규직과 단기 채용 비중을 늘리겠다는 말인데, 이건 '일자리 나누기(job-sharing)'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보았던 그 어떤 실험이나 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MB식 일자리 나누기'이다. 80년대 후반, 스웨덴 볼보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볼보주의(Volvoism)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일자리 나누기는, 대체적으로 임금을 3분의 1 정도 낮추는 대신, 고용을 3분의 1 정도 늘리고, 정부는 이렇게 낮추어진 임금으로도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지 않도록, 주거권을 비롯해서 사회적 안정망을 강화시키는 것을 그 골격으로 하고 있다.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나? 그리고 이 거대한 사회적 약속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것을 사회적 논의 과정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는, 전형적인 밀실행정이고, 비종합적인 대책이다. 쉽게 얘기하면, 정규직 한 자리를 쪼개서 단기 비정규직 3~4 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행정 인턴을 포함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은 1년 미만 그리고 10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기존의 정규직들은 당연히 밀려나지 않겠다고 버티게 되고, 자신들의 해고가 눈 앞에 보이는데, 어떻게 '임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렇게 생겨나는 일자리들은 단기 비정규직, 심지어는 단기 불법 파견까지 동원될 지경인데 말이다. 게다가 주거권 지원 등 '사회적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 너무 뻔하다. 국채를 발행하고 서울공항을 비틀어서라도 강남과 송파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전국적 토목공사로 다시 땅값을 올리려고 하는 이 정부에서 말이다.
이 이상한 '일자리 나누기'는 현실적으로는 보수적이며 자신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한국의 보수적 성향의 정규직들마저 등을 돌리게 할 것인데, 이는 선의의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일자리 쪼개기'에 불과할 것이다. 이 쪼개진 일자리라도 "받아라" 하는 형국인데, 100만 원 받는 20대들, 그나마도 1년 미만의 단기 일자리로 내몰린 20대들은 어디 가서 살라는 말인가. 평생 부모 집에서 부모들 부양을 받으면서 그저 밥이나 먹고 살라는 말인가?
'일자리 쪼개기'로는, 자신들을 지지했던 보수적인 노동자들의 지지도, '스펙 쌓기'에 여력이 없는 20대의 지지도 받기 어렵다. 그런데 왜 그런 고용 정책을 펴는가? 정권 핵심부에 배고픈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벌벌거려본 사람이 없기 때문 아닌가?
이상한 '일자리 쪼개기' 홍보에 여력 없는 정권 실세들, 그러지 말고 당장 청와대에 '사회적 일자리 기획단'을 만들고, 여기에 정말로 평균적 20대 몇 명을 실무 담당관으로 앉혀주고, 국장급 자리에도 청년 실업을 정말로 대표할 만한 20대를 앉혀서 다시 한 번 고용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보시기 바란다. 당신들 경험과 30년은 족히 넘었을 알량한 경제학 지식으로는 지금의 '사회적 일자리' 문제를 절대로 극복하지 못한다. '일자리 나누기'는 최신 경제학 교과서에나 조금 나오는 것인데, 당신들 실력으로는 이 좋은 제도도 결국 '일자리 쪼개기' 정도 밖에 안나오는 것은 이미 보았다.
당장 2월달부터 쏟아져 나올 '졸업 백수들' 그리고 하반기를 넘지 않고 대기업에도 물 밀 듯이 나올 '구조조정 실업자들'에게, 이미 김대중 대통령이 한 번 재미 봤던 그 '자활 프로그램'을 재활용할 것인가? 그만도 못한 '일자리 쪼개기'로는 이 사회적 난국을 못 넘어선다. 제발 눈을 들어 현실을 보고, 상황을 봐라. 노무현의 '백화점식 고용정책', 이거 가지고 지금 해결이 안 되는 실정이다. 현실은 쓴 법이다. 고용은 불도저식 행정이 불가능하다. 밀실행정의 '일자리 쪼개기', 당신들 정말 정권 말아먹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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