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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비준동의안이 '경제 살리기'라고?

[긴급기고]정권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FTA 조작 통계'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이제 조금도 새롭지 않다. 1년이 다 되가는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소리도 새롭지 않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싼 국회파행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물론 원인은 한나라당이 제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 역시 미국행정부가 한미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우리 국회에서 30일내에 비준동의안을 관련법안과 함께 처리해 주겠다고 밝혔다. 그런 민주당을 지켜보노라면 과연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민주당이 저지하고자 하는 'MB악법'인지, 아니면 여야가 타협할 수도 있는 '민생법안'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한나라당이 28일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한 반드시 처리할 85개 법안가운데 한미FTA비준동의안이 '경제살리기'법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한미FTA 연내처리의 빈약한 명분을 '경제살리기'와 연계하리하는 것은 비준동의안 단독상정 전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정부 측이 실은 한미FTA 배너광고에서 예측된 일이었다.

동시에 정부 측은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는 한미FTA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전국에 뿌렸다. 그 자체 새로운 내용은 없다. 논리도 허술하다. 그저 한미FTA 되고 나면 GDP 6%가 성장하고, 일자리 34만개가 늘어나고, 대미수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2007년 4월 말 한미FTA가 타결되고 난 직후 관변 연구소가 한데 모여 만든 경제효과 분석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권도 바뀌었고, 포털사이트 배너광고비를 조금이라도 아꼈더라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법한데도 분석 내용은 참여정부가 만든 낡은 효과분석 그대로이다. 그 당시에도 이는 논란이 되었다. 일설에는 당시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인가에서 국책 연구기관이 제시한 효과분석이 기대치에 미달하자 진노했다고도 한다. 진위는 아직 알 길 없다. 경제효과를 분석한 방법이 이른바 CGE (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다. 그렇지만 다시 짚어 두건대 한미FTA 경제효과 분석은 좋게 말해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과장되었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조작'된 것이다. 그 주요내용을 되짚어 보자.

첫째, 당시 관변에서 제시한 경제효과 GDP 6%증가와 비교해, 경기대 신범철 교수가 이후 동일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조사해 제시한 경제효과 분석결과는 GDP 약 0.2%증가였다. 30배가 차이가 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대략 10년치를 합한 것이기 때문에 한미FTA 경제효과를 연도별로 보자면 각각을 10으로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관변 특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라는 곳에서 사용한 연구방법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표준모형이 아니라 '그들 만의' 것이란 점에서 신뢰를 보내기는 어렵다. 신범철 교수의 연구결과를 기준으로 볼 때, 한미FTA 연간 경제효과는 GDP 0.02%, 금액으로 1.8억 불(환율을 달러당 1400원으로 할 때 2500억 원)정도 이다. 한국경제의 규모로 볼 때, GDP 0.02%는 실로 너무 미미하거나 FTA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도달가능한 수준이다.

둘째, 정부 측이 말하는 일자리 34만개 추산은 GDP 6%를 가정하고 여기에 고용유발계수 (대략 GDP 1%당 7-8만개)를 곱해서 얻은 값이다. 그래서 GDP 0.2%를 기준으로 해서 이 값을 구해보면 10년에 걸쳐 약 1만5000개 일자리가 나온다. 정부계산처럼 34만개가 되려면 한미FTA를 200년 넘게 해야 한다. 한미FTA를 하게 되면 일자리가 많아질 것처럼 말해서는 안된다.

셋째, 특히 대미무역 수지는 한미FTA 협상 초기부터 조작논란이 불거졌던 사안이다. 2007년 4월 관변 연구소 합동 연구결과의 대미무역 수지 흑자 46억 달러 증가 역시 이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 수치는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CGE 분석결과가 아니라, 각 부처별 추정치를 단순 합산한 것이다. 당시 내가 들었던 설명으로는 CGE분석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각 부처별 추정치를 합산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미CGE분석의 신뢰성은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보다도 수치 잘못 보고 했다간 목이 달아날 판이었는데 누가 감히 있는 그대로 보고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전 부처가 '살기 위해' 추정치를 과장했을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열 개가 넘는 한미FTA CGE 경제효과 분석 모두가, 단 하나 2007년 4월말의 연구결과를 제외하고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즉 한미FTA 체결시 대미무역흑자가 약 40억-73억 달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실행관세율이 한국측이 미국보다 3배 높은 조건에서 동시에 관세를 축소 내지 철폐할 때 미국측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수출로 먹고산다는 우리가 한미FTA를 하게 될 경우 오히려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말이다.

넷째, 이런 경우을 상상해 보자. 한미FTA가 발효된 뒤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서 기관투자자는 물론이고 '개미'투자자들조차 온갖 파생상품을 구매하고 난 뒤에 터졌다면 말이다. 아마 우리 금융시장은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혼란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한미FTA를 한다고 미국으로부터 양질의 직접투자가 물밀듯 들어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도 미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은 대부분 주식투자 자금이거나 잘해야 M&A자금이다. 가뜩이나 극히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의 조건에서 한미FTA는 미국 월가의 돈지갑으로 가는 지름길일 따름이다.

다섯째, 통상협정의 평가 잣대는 일정 정도 계량화가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래서 당시 정부 측은 이를 일컬어 '제도개선', '제도선진화'라고 불렀다. 하지만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다루어진 쟁점 대부분의 처음 목표와 최종 결과를 비교 분석해 보면, 접근가능한 쟁점 약120여개 가운데 한국 측이 협상 목표를 관철한 것은 10개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양측이 타협한 10개 남짓을 제하면 거의 모든 쟁점에서 미국 측의 입장이 관철되었고, 이후 정부 측은 이를 '제도선진화'라고 불렀다. 두 가지 중요한 사례만을 들어 보자.

첫째, 현재의 경제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임은 자명하다. 한미FTA 금융서비스장을 보면 이번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통화부도스왑(CDS)과 같은 파생상품, 그리고 우리 우량 중소기업에 치명적 타격이 되고 있는 키코(KIKO)등 환율 및 이자율상품에 대해 협정문에서는 '신금융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투자자-정부 소송제(ISD)를 비롯한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둘째, 한미FTA는 미국 자동차 3사 즉 '빅3'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빅3를 전제로 한미FTA 협정문은 한국이 배기량기준 세제 철폐,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배기량 기준 완화 등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스냅백 (한국 측이 협정위반시 2.5% 관세를 원래대로 환원하는 미국만의 일방조치) 조항과 같은 전대미문의 독소조항을 삽입하였다.

예로 든 이 두 가지 부문만 하더라도 우리 측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들어 얼마든지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나마 당시 참여정부가 협상을 잘 했다고 동네방네 떠들던 분야가 이 정도라면 나머지 농업을 비롯한 투자, 지적 재산권, 의약품 등 사실상 일방적으로 퍼주기한 분야는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자리에서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가쁜 온갖 독소, 불평등 조항은 또 어쩔 텐가.

그나마 대미 수출은 자동차와 반도체가 사실상 축이고, 이는 재벌경제가 담당하고 있다. 곧 재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과연 한미FTA가 보탬이 될지도 의문스럽다. 현재 미국의 실물 경제위기로 인해 미국내 시장 상황이 매우 불투명하고, 미국내 현대차는 감산에 돌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어 있지만, 오바마 통상정책이 모습을 드러내자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미 공적 자금을 투입한 자동차3사를 살려 내기 위해 각종 정책 팩키지가 나올 것임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머지않아 미국 현지 생산비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자동차로서는 굳이 FTA를 통한 수출증가가 아니라 이미 현지화 전략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또 그렇게 해 왔다. 또 다른 주력품목인 반도체는 오래전부터 관세가 0%이기 때문에 FTA와 무관하고, 자동차 수출증가야 말로 한미FTA의 목표인데 그것마저도 미국 현지 경제위기와 또 현지생산을 감안하면 도대체 한미FTA는 왜 하는 것인지 의문은 더해간다.

요컨대 한미FTA는 '경제살리기'가 아닌 '경제죽이기'로 가는 길이다. 조작된 아니 백보를 양보해 '재검토'가 필요한 경제효과분석과 이에 기생하는 경제관료들의 욕망, 오바마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경제논리라기 보다 '한미FTA=한미공조'식의 이념화된 신화를 붙들고 있는 현정부의 이상한 오기, 민주당의 우유부단, 이 틈새에서 한미FTA라는 독버섯이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가 보다.

*이 글은 인터넷 참여연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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