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코스콤에서 7년 째 비정규직으로 일해 왔던 정인열 씨는 8일 오후 마이크를 잡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오전 거래소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 끝에 3명이 연행된 데 이어 오후 2시경에는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여의도역 사거리에 누워 시위를 벌이던 조합원 70여 명이 전원 연행됐다. 증권노조 간부들과 5명의 조합원만 남은 증권거래소 앞 천막 농성장에는 영등포구청 관계자들과 경찰들이 들이닥쳐 농성장을 철거했다.
정인열 씨는 "20년 전도 아니고 여기가 무슨 구로공단도 아닌데"라고 말을 이어갔다.
비정규직법 시행 100일, 여의도에서 벌어진 일
비정규직법 시행 100일을 맞던 날이었다. 코스콤 비정규직지부의 총파업 27일 째였다. 노동부가 코스콤을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날이기도 했다.
그런 날 70여 명 연행과 농성장 철거라는 '사단'은 이날 오전 있었던 기자회견 후 증권노조와 코스콤비정규직지부가 거래소로 항의 방문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노조 조합원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경찰이 몇 차례 충돌을 거듭한 끝에 조합원 3명이 연행된 것.
남은 이들은 연행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계속 시위를 벌였고 이들이 여의도역 사거리에서 길 위에 눕자마자 경찰은 이들을 전원 연행했다.
조합원 연행되자마자 기한 앞당겨 농성장 철거
몸이 아프거나 다른 일로 그 현장에 없었던 소수 조합원만이 남겨진 농성장에는 곧 영등포구청 관계자가 들이닥쳤다.
구청이 이들에게 '불법시설물'임을 이유로 강제 철거를 예고한 기한은 10월 10일이었다. 당연히 조합원들은 "당신들이 먼저 10일까지라고 기한을 정해 놓고 왜 갑자기 천막을 철거하는 거냐"며 반발했다.
증권노조 관계자들도 함께 철거를 막으려 나섰지만 이들은 경찰병력에 의해 둘러싸였고 결국 거래소 바로 앞에 있었던 컨테이너는 철거됐다. 일부 조합원들이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 앞에 드러누워도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천막과 노조가 전시해 놓은 각종 피켓, 플래카드 등도 하나씩 잘려 나갔다.
정인열 씨가 "이럴 수는 없다"고 한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정 씨는 "정규직들이 쉴 때도 우리 비정규직이 밤 새워 일했었다. 20년 간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그 약이 독약이었다. 비정규직의 피땀으로 이어간 회사에서 정규직화해달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큰 잘못이냐"고 말했다.
"이럴 수는 없는" 까닭은 또 있다. 47개 증권사의 노조가 모두 코스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싸움에 함께 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빠진 곳이 바로 코스콤 정규직노조다.
정 씨는 "코스콤이 정말 잘 되기를 바란다면 코스콤 정규직 여러분도 같이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법 시행 100일,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법안이 통과된 서울 여의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