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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심장부'를 자본의 손에 넘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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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심장부'를 자본의 손에 넘기려나

[열려라, 광화문광장!③] 시민과 문화가 주인되는 광장으로

얼마 전 광화문의 한 서점에 갔다가 고등학교 신입생 정도의 학생이 최인훈의 <광장>을 구입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서 물어보았더니 신입생 필독서라고 읽고 독후감을 내라고 했다한다. 우리의 교육현장에 '필독서'라는 전근대적인 교육방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답답함보다는 이런 필독서 제도는 있어도 좋은데 하면서 웃었던 적이 있다.

문화와 역사가 '자동차'로 연결돼 있는 곳=한국?

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 중 <광장>을 읽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20여 년 전 필자는 '광장'다운 광장이 없는 우리네 상황에서 광장의 의미를 사상적 공간, 다양한 이념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아둔함에 젖어 있다가 우리전통문화를 공부하며 '마당'이라는 유기적 공간을 발견했다. 서양의 광장 개념과 우리의 마당 개념은 문화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주어진 공간과 처해 있는 사람과의 유기적이고 다양한 변화와 욕망의 분출을 표현하는 것으로는 서로 유사한 점이 있을 것이다.
▲ 2002년 월드컵 당시 광화문 일대는 응원하는 시민들로 뒤덮였다. ⓒ연합뉴스

아마도 광장문화가 분출해 낼 수 있었던 최고의 순간이 2002년 월드컵의 거리응원이 아니었을까 한다. 필자는 다시 광장에서 뿜어 나오는 열정과 전율을 느끼려 광화문과 세종로를 걸어보았으나, 사람이 다니기에 너무도 자동차중심인 거대도시 서울에서 걷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600년이라는 오랜 역사의 정체성을 발견해보고 싶어도 콘크리트 숲속과 자동차 중심의 서울에서는 무리인 듯싶다. 북경의 천안문 광장과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파리시내와 콩코드 광장을 걸어보는 느낌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우리나라에 방문하는 외국관광객의 70~80%는 서울에 머물며, 그 중 70~80%는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방문한다고 한다. 공항에서 내려 한국의 중심 서울! 서울에서 한참이나 들어와야 겨우 한국의 정체성을 대변해줄 수 있는 경복궁을 만난다. 그것도 걸으면서 천천히 느끼기보다는 경복궁 안의 주차장에서 내려 바로 입장하게 된다. 결국 우리 문화와 역사의 정체성은 모두 자동차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일제가 훼손한 광화문 일대, '한술 더 뜬' 박정희 정권

경복궁은 조선왕조 정궁으로 1395년 창건했고 광화문 남쪽에 대로(현 세종로)를 두어 동, 서쪽에 육조, 사헌부 등의 관아가 있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경복궁 대부분이 전소, 270여년간 폐허로 방치하다 1865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대대적으로 복원(광화문 포함)됐다. 그러나 1873, 1876년 큰 화재가 발생하여 주요전각이 소실되었다. 1888년 경복궁의 주요건물이 다시 복원되었으나 1910년 일제의 도시계획으로 도성과 문루들이 파괴되기 시작하였고(사실은 그 이전에 1908년 흥인지문 주변, 오간수문 등이 파괴되었다. ), 급기야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하며 흥례문 등 주요전각을 헐고 공진회 장을 건립하며 근정전과 경회루를 제외한 주변전각을 헐어버린다.
▲ 1900년도 경복궁 앞 일대 모습

1917년 일제의 의도로 보이는 창덕궁 대조전 화재 후 일제는 경복궁의 강녕전등 주요 침전건물을 철거, 창덕궁으로 이전해버렸다. 또 광화문은 1925년 조선총독부 청사 건립을 위해 동문인 건춘문 북쪽(현 민박정문)에 옮기고 서십자각을 없앴으며 동십자각을 분리해 버렸다. 당시 이미 숭례문(남대문)부터 황토현(광화문사거리)까지 도로가 개통되어 서울의 원형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일제에 의해서 훼손된 경복궁은 일제패망 후 또 다시 자유당 정권에 의해 광화문 주변이 훼손되기 시작하더니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광화문의 문루는 소실되고, 석축은 탄흔투성이로 변했다.

1968년 박정희정권은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역사복원에 나섰으나, 광화문을 원위치보다 14.5m 뒤쪽에 다시 건축한다. 문루는 콘크리트로 재건하고, 조선총독부 청사축에 맞추어 광화문은 5.6도 틀어져 10.9m 동측으로 이동되어 있는 등 박정희 정권은 일제에 의해 파괴되고 교란된 광화문 일대를 더욱 파괴하고 교란시켰다.

즉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은 대부분 건축이나 자동차가 다니게 하는 등의 교묘한 방법을 동원한 셈이다. 지금도 부동산이 문제되고 있는 서울의 강남 재개발을 시작한다며 학교를 이전했으나, 그 자리에 재벌기업의 사옥이 들어서게 했다. 또 이후 올림픽을 계기로 도심 재개발을 통해 자본권력에게 서울의 중심부를 내줬다.

또다시 난개발과 자본이 난무하는 거리를 만들텐가

월드컵 이후 참여정부의 최대 화두는 수도이전이었다. 광화문, 세종로 일대의 시민문화광장을 꾸준히 주장해오던 시민사회단체는 수도 이전과 더불어 이 일대를 공공성과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한 시민문화광장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후 남게되는 세종로, 광화문 일대의 국공유지를 민간 자본권력에게 매각한다는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미 송현동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도 재벌기업에 매각되고 이사도 완료했다고 전해진다. 다시 말해 광화문 일대가 식민권력, 정치권력, 대자본권력 중심에서 민간자본권력중심으로 점령당하는 운명적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대자본권력에 점령당할 광화문 일대를 생각해보면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다. 난개발과 자본이 난무하며 최소한의 시민의 권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얼마전 중국은 집안과 환인 일대의 고구려유적 정비를 위해 이 일대의 민간가옥들을 철거하고 도심단장을 완료했다고 한다. 물론 역사를 왜곡하고, 북한의 고구려 유적의 유네스코 등록을 저지시키고 자신들의 영토에 있는 고구려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한 후 막대한 관광수입을 노리고 치밀하게 계산은 되었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도 6년전 집안과 환인을 답사했을 때의 아쉬움과 비통함이 남아 있는지라 중국당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분노하지만 고구려유적의 복원을 보며, 일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서울의 심장부, 사적이익에 봉사하는 곳이어선 안돼

광화문권역의 비어지는 공간은 시민문화공간으로 재생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 자본주의 중심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이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수도가 이전되어도 서울은 국가의 심장부로 여전히 인식될 것이며 그 상징적 무게를 감안할 때 광화문 일대는 시민의 공공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그동안 식민지 권력에 의해 파괴되고 근대 정권들에 의해 왜곡된 서울의 심장부를 민간기업의 손에 넘겨 난개발을 조장해서는 안된다. 민간에게 매각하고 차후에 이를 다시 회복하려면 더 많은 사후비용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광화문권역을 역사적으로 재생시키고 문화적으로 재생산하여 공적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이제 광화문권역은 더 이상 정치권력에 의해 과시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되거나 감시의 권위적 시선이 지배하는 공간이 되어서도 안되며 대자본의 사적이익에 봉사해서도 안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광화문, 세종로가 진정한 의미의 시민문화광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살아내는 삶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1. 광화문광장 조성 방향
(1) 정치적 공간으로 왜곡되어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없었던 광화문 일대를 시민 스스로가 문화적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한다.
(2) 월드컵을 계기로 형성되었던 시민의 문화적 힘을 공간화하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삶의 방식을 문화적으로 재조직한다.
(3) 신행정수도 이전을 통하여 비우게 될 광화문 일대의 공간들이 경제적 이유로 매각되는 것을 막고 시민을 위한 열린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

2. 광화문광장 조성 원칙
(1) 공간의 인간화와 공간정의 실현 : 자동차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정치적 경제적 권력으로부터 평등한 공간 조성
(2) 공간구성 절차의 민주화 : 공간생산의 과정을 공개하고 난관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극복
(3) 공간구성의 공공성 : 권력과 자본 중심에서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공간으로
(4) 공간구성의 소통과 미래성 : 상명하달식 공간조성에서 상호 소통과정을 통한 열린 공간생산으로

3. 광화문광장 조성 과정
(1) 광화문권역에 대한 기존의 공간제안 연구
(2) 여타의 공공공간에 대한 사례 연구
(3) 행정기관이 발안하고 전문가가 설계하며 시민이 동의하는 절차를 넘어 상호의 문화적 역랑을 강화하는 문화실천 방안 연구
(4) 공간조성의 자율성 확대와 참여를 위한 자료집 발간, 각종 이벤트와 캠페인 활동
(5) 행정당국, 연구기관과 전문가, 일반시민, 시민단체 등의 상호제안과 대화, 그리고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제도 마련

4. 광화문광장의 효과
(1) 문화민주주의 : 공공공간 조성에 있어서 시민이 중심적 주체가 되는 민주화 모델의 가능성 타진
(2) 문화사회 : 시민들 스스로의 공간재편뿐만 아니라 시간과 문화활동을 재편할 수 있는 주체능력의 향상
(3) 문화실천 : 행정당국, 전문가 집단, 시민, 시민단체간의 상호 소통, 참여, 교육
(4) 장소이점 : 서울의 기능저하를 막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담보하는 매력적인 공간조성
(5) 시민문화궁전 : 광화문권역의 문화민주주의적 리모델링을 통한 국가 이미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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