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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원탁회의 구상', 스스로 발목 잡나

종교계 원로 추진…정운찬 등 '시큰둥'ㆍ한나라 '발끈'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협의회'의 이해학 목사 등 진보 성향의 일부 종교계 원로들이 최근 원탁회의를 구성해 범여권 통합작업을 돕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선 데 대해 한나라당이 25일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 종교계 원로들의 움직임에 한나라당이 이처럼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 '원탁회의' 구상이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천정배 의원(무소속) 등이 제안한 원탁회의 구상과 연관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반발과는 별개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범여권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당사자들도 원탁회의 구상과 관련해 "어떤 제안도 받은 바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정치권과 종교계 사이에도 미묘한 갈등 기류가 있어 과연 이 구상이 성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달 10일께 출범 목표…"논의의 물꼬 트는 역할 하려"

종교계 인사들의 주도하는 원탁회의는 내달 10일께 공식 출범을 목표로 이해학 목사(기독교), 전종훈 신부(천주교), 효림 스님(불교), 김대선 교무(원불교) 등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학 목사는 이 원탁회의 구상과 관련해 "종교인들이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새로운 정치 지형을 위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해서 추진하게 됐다"면서 "우선 정치권 밖에서 자천타천 거론되는 분들을 먼저 모으려 한다"고 구상의 일단을 밝혔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정치권 밖의 인사들부터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이 목사는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원탁회의 참석자의 범위를 놓고도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여권 일각은 '환영'…함세웅ㆍ백낙청 등은 동참 안 해

정 전 의장은 25일 '평화와 경제 포럼 창립식' 기자간담회에서 "종교계 원로들이 오죽 답답하면 나설 생각을 했겠느냐. 그분들의 충정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적절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창립식에는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제안했던 오충일 목사가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김근태 전 의장도 일단 긍정적이다. 김 전 의장 측은 "원탁회의가 구성되면 좋고 우리도 참여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다만 초기부터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하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 측은 "큰 틀에서 범여권의 분열이나 지리멸렬을 걱정하고 진로를 모색하는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당의 대통합 추진과 별개로 인물 중심의 통합을 추진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24일자 보도에서 원탁회의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함세웅 신부(민주화기념운동사업회 이사장), 김상근 목사(민주평통 수석 부의장), 백낙청 서울대 교수(6.15 공동위 남측 상임대표) 등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함께할 것을 제안 받았으나 공직을 맡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여권 야바위 놀음의 주관자가 되겠다는 것이냐"

이같은 종교계 중심의 구여권 통합 움직임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25일 "원탁회의는 마치 경제인들이 정치를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정당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책임정치를 실종시키려는 여권 야바위 놀음의 동조자 또는 주관자가 되겠다는 것이냐. 자칫 무능한 진보, 무책임한 좌파에 정권을 연장해주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정치와 시민사회는 각자 고유영역이 있고 정치인과 NGO는 자신의 틀 속에서 목소리를 낼 때 국가, 사회가 건강하게 작동될 수 있다"면서 "NGO가 정치판을 새로 짜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의 세 영역으로 이루어진 사회시스템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운찬 문국현 손학규 등 '정치권 밖' 인사들은 "금시초문"

한편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들은 정작 이같은 구상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운찬 전 총장은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문국현 사장도 "오래된 술과 새 술을 한꺼번에 섞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마구잡이식 섞기는 재래식 패러다임"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손학규 전 지사 역시 "처음 듣는 얘기다. 잘 모르는 내용이어서 뭐라 말하기 그렇다"고 말했다. 중도노선의 신당 창당을 계획하고 있는 정치세력인 '전진코리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손 전 지사는 25일 이 원탁회의 구상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개신교 사회운동의 대부 격인 박형규 목사를 찾아가 지원을 부탁했다.

이처럼 일부 종교 원로들의 '원탁회의' 구상은 주도세력으로부터 통합대상에 이르기까지 명확한 그림이 채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이에 한나라당이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원래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애초부터 정치권이 '선수' 노리면서 꼬였다"

애당초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대선주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정동영 전 의장 등 정치권 안의 대선주자들이 이미 원탁회의를 제안한 바 있어, 정운찬 전 총장 등 정치권 밖의 후보들로서는 '자칫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

정 전 의장은 지난 15일 "통합신당에 뜻을 둔 대권후보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했고, 천정배 의원은 18일 '민생평화개혁세력 정치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 전 의장 측이 종교계 중심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앞질러 원탁회의를 제안함으로써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정치권 주위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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