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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747 점보기'의 항로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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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747 점보기'의 항로는 재앙

[기고] '7% 일가'가 만든 부실점보기 이륙을 막아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최근 제시한 '747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한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그는 이 글에서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7% 성장공약을 비판하며 "이는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이 포기되어야 계산될 수 있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편집자>

갑자기 정치권에 747 점보기가 나타났다. 한국사회가 근대화의 깃발을 높이 올리던 1970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항공기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니며 점보제트기를 이용하지만, 당시 747은 경제개발에 기지개를 펴는 한국 사람들에게 무지개이고 꿈이었다.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7% 일가들

2007년 3월, 당시 감동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 정치인이 '747'을 출시했다. 이 747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최근에 발표한 '7% 경제성장, 10년 내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라는 소위 '747구상'을 말한다. 747구상은 지난 달 박근혜 전 대표가 발표한 7% 성장론과 목표 달성 시기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하다. 역시 두 사람은 한 뿌리에서 자란 가족임에 틀림이 없다. 서로 반대편에 있지만 5년 전 노무현 후보도 똑같이 7%를 외쳤으니 7% 일가의 세력이 대단하다.

이 747은 사회양극화에 지친 서민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겨주려는 포부가 담긴 상품이다. 하지만 아무나 항공기를 만들어선 곤란하다. 승객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747 타기 전에 안전성 검사부터

한국경제는 지난 40여 년 동안 경제성장률 제고에 온 힘을 쏟아 왔다. 바야흐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한 나라에서 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845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다. 무려 72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금융기관 문턱에도 못 가고, 대형마트 진출로 벼랑 위로 내몰린 350만 영세상인, 실질적인 빈곤 상태에 빠져 있는 빈곤계층이 700만 명에 이른다.

무언가 이상하다. 왜 오랫동안 고대하던 2만 달러에 육박했는데 우린 여전히 못사는가? 정말 박근혜 전 대표의 약속처럼 3만 달러가 되면, 한발 더 나아가 이명박 전 시장 말처럼 4만 달러가 되면 우린 잘 살게 되는 것일까?

계층불평등 은폐하는 평균화된 양적 지표

한국사회처럼 계층간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 이를 은폐하는 교묘한 수단이 바로 평균화된 양적 지표다. 지난 수년 간 우리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였다. 총량적 경제지표로는 한국사회 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데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유력 대선후보들이 아직도 총량적 성장률, 평균화된 국민소득 개념을 경제목표로 내세우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회창 후보보다 1%포인트 높여 불렀다는 노무현 후보의 7% 공약도 결국 지난 4년 동안 4.2%로 귀결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양적 지표주의가 결국 서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에겐 7% 성장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장기 경제성장률은 70년대 평균 8%대, 80년대 7%대 후반, 90년대 6%, 2000년대 5% 수준으로 이어져 왔다. 지금도 수치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전 시장은 7%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다. 건설로 세상을 개척해 온 이 전 시장이라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서민경제가 무너져야 이 수치가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이 포기되어야 계산될 수 있는 수치다.

경제성장률 논란에서 핵심은 목표수치보다는 달성방안의 적절성에 있다. 땅을 파고, 운하를 건설하고, 골프장을 지으면 성장률은 상승한다. 난개발, 자연훼손에 눈을 감으면 된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이윤이 남는 일이 늘어나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다. 그 대신 수도권 환경이 파괴되고 인구가 집중해 주거비가 폭등하는 현실을 모른 체 해야 한다.

부동산 부양도 성장률 제고에 좋은 수단이다. 주택 소유가 더욱 편중되고 서민들의 주거비 한숨을 무시하면 된다. 교육평준화를 파기해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면 성장률은 상승한다. 그 대신 가난한 부모를 탓하라고 학생들을 타일러야 할 것이다.

이 전 시장의 7% 성장, 그것은 재벌 대기업, 외국자본, 땅부자들만의 7%다. 그 7%를 위해 서민경제가 파탄나고 사회공공성은 버려진다. '747구상'은 제대로 정비되지도 않은 부실점보기 티켓을 서민들에게 팔려는 것과 같다. 항공사는 돈을 벌고, 혹 747은 이륙할지 모르나 결과는 재앙으로 드러날 것이다. 서민경제를 벼랑으로 내모는 747점보기의 이륙을 막아야 한다.

균형발전 패러다임으로

높은 경제성장률로 서민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픈 이 전 시장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경제의 객관적인 구조를 간과해선 안 된다. 수출과 내수의 심각한 괴리, 사회양극화 심화에 따른 구매력의 취약,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의 감소 등 구조적 한계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균형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이다.

이제 양적 성장률의 현혹은 노무현 대통령의 7% 공약(空約) 실험으로 충분하다. 이 전 시장은 양적 성장주의 슬로건을 접어야 한다. 그 대신 오랫동안 양적 지표의 말발굽에 짓밟히고 팽개쳐진 다수 서민들의 삶을 증진시킬 수 있는 균형발전론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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