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공동으로 만든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특정 이익집단과 손잡고 교과서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그 내용이 지나치게 재계 편향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교육부가 특정 이익집단과 함께 교과서 만들다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30여 개 사회단체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육부와 전경련이 공동 제작한 경제교과서의 배포를 중단하고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경제 교과서 개발과정이 법적 절차를 어겼으며 내용도 교과서에게 요구되는 객관성과 중립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당장 폐기 처분해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배포금지가처분신청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상 새로 발간된 교과서는 교육부의 검인정 심의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심사를 해야 할 교육부가 심사를 받아야 할 특정이익단체와 함께 만든 교과서를 심사하는 것은 법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노동자적 서술로 가득찬 교과서, 사용 거부 운동 펴겠다"
이들은 또 "교육부와 전경련이 공동 발간한 경제교과서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해 내용을 구성해 민주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있고 반(反)노동자적인 서술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개입은 나에게 이익의 감소를 초래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해를 초래한다"는 등의 서술이 이들이 지적한 사례다. 시장 논리를 일방적으로 옹호하여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이익집단의 주장만 담은 교과서를 만든 교육부는 책임지고 사과하고 교과서를 즉각 폐기처분하며 차기 교육과정의 올바른 수립을 위해 교사, 교육전문가, 노사단체 등으로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경제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과 명예훼손 소송 등의 법적 조치와 더불어 학교 현장에서 자료수령과 사용 거부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전경련은 비용만 댔을 뿐, 내용은 문제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현행 교과서의 반(反)기업, 반(反)시장적 편향성을 시정해 달라"는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해 한국경제교육학회에 의뢰해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를 제작했다. 그러나 견본품이 나온 직후, 책 표지 등에 교육부와 전경련이 공동 저작권자로 표기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13일 뒤늦게 인쇄를 중단하는 등 소동을 치렀다.
16일 나온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의 성명은 '차세대 경제교과서'가 단지 저작권 표기 상의 문제만 안고 있는 게 아니며 내용 자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의 업무 처리가 미숙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경제 교과서는 교육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비용만 대고 공신력이 있는 한국경제교육학회에서 직접 저술한 것"이라며 내용의 객관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앞서 교과서의 내용에 개입하려는 재계와 보수 진영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사회경제학회 소속의 진보성향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11월 '경제교과서 논란'이라는 큰 제목의 <프레시안> 연재기고 등을 통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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