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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없는 범여권, '히든'으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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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에이스' 없는 범여권, '히든'으로 도박?

[2007 대선감상법②]미래비전 없으면 '히든'도 필패

범여권의 대선후보는 '히든카드'에서 나온다? 기존 주자들의 바닥권 지지율이 고착화되면서 이런 관측이 많아졌다. 나락으로 추락한 여권이 환골탈태의 아이콘으로 '숨겨진 그들'에 주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정계개편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여권의 대선 시간표 상 한나라당에 맞설 후보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시점은 9월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3개월 싸움에서 '막판 역전극'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새롭고 대단히 파괴력 있는 카드가 아니고서는 반전이 불가능한 싸움이다. 여권은 과연 '2002년의 노무현'과 같은 오픈 프라이머리(국민 경선제)의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제3후보 배출될 토양 정비가 우선
  
  현재의 여권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2002년 대선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 역전의 기억으로 각인돼 있다. 그런 승부가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없지 않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날고 기는 상황에서도 종국에는 '51 대 49'의 싸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진행된 전례가 없는 역대 대선의 법칙에 입각해 보면 여권의 이런 은근한 자신감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여야의 각종 정치적 기획과 숱한 돌발변수가 작용할 향후 1년은 지금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에 변화를 거듭할지 알 수 없는 기간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를 상회하는 지지율로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이명박 전 시장도 1년 전에는 고건 전 총리에 밀려나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 가장 무서운 무기"라고 말했다. 선거의 두 가지 조건인 '경쟁구도'와 '후보' 모두 현 시점에서 시계 제로라는 것이 한나라당이 손을 쓰거나 대응책을 만들어낼 여지가 없게 하는 요인이라는 뜻이다. 그의 말대로 적어도 상반기까지 진행될 범여권의 통합작업은 매우 유동적인 경로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전당대회, 3~4월 범여권 제세력의 통합협상, 5~6월 신당 창당 등이 기본 시간표다. 우여곡절을 거치겠지만 범여권의 세 세력, 즉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측에는 한나라당에 맞설 단일한 정치대오 구축이라는 방향성에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심지어 친노계 등 열린우리당 사수파 진영에서까지 각자도생을 고집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당 내의 진로 갈등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공생(共生) 여부를 둘러싸고 결별 선언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적어도 대선 전날까지는 재결합 내지는 전략적으로 연대하는 시나리오가 그 뒤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자면, 여권 내의 방법론 상의 충돌이 표면적으로 갖가지 이합집산의 형태로 가시화된다고 해도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통합된 기치가 상반기를 거치며 얼개를 갖춰 9월 께 완성된 형태를 띨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건-정동영-김근태, '불가론'의 함정
  
  범여권의 대선후보들은 이같은 '판' 정비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부침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범여권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고건 전 총리와 김근태, 정동영 등 열린우리당 유력주자들이 마지막까지 '롱런'할 것이라는 관측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잃고 있다.
  
  가장 고통스러운 쪽은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이다. 이들은 아직까지도 당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대주주이자 유력한 대권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대국민 인지도 면에선 한나라당 후보들이나 고건 전 총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나란히 통일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발탁돼 대권 수업을 받았을 뿐더러 당으로 복귀한 뒤에는 의장 감투를 쓰고 당을 이끈 정치 경력도 화려하다.
  
  하지만 그게 딜레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넘어서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당이 이 지경으로 몰락해 온 과정에서 어떠한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한 멍에가 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높은 인지도에 비해 지지율은 대선을 1년 앞둔 현 시점에도 기껏해야 1~2%를 맴돈다. 무엇보다 김근태-정동영 간판으로는 '도로 우리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가 없다. 이 경우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시장 또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본선 경쟁력은 불문가지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선 정계개편의 한 고비를 넘는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두 선두주자의 '백의종군' 선언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금 더 시점을 늦춰 3~4월 통합협상 때 우리당의 전열을 유지시키기 위한 '판 메이커' 역할까지라는 견해도 있고, 하반기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신흥 주자를 탄생시키기 위한 '경선 밀알론'도 있다. 어떤 경우건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 이들이 범여권의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시각이다.
  
  범여권에선 독보적인 지지율을 보여 온 고건 전 총리 역시 어려운 국면을 넘고 있다. 연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정치적 마지노선인 15%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와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압도적인 차이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이 유일한 무기인 그에게 '필패론', '불가론'이 성큼 다가 왔다는 뜻이이다.
  
  이로 인해 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결국 고 전 총리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근태 의장이 가을햇볕 전략을 비판하며 고 전 총리와의 연대 문제를 '논쟁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민주당과 고 전 총리와의 합체 시점을 재촉하는 강경 신당파 그룹의 한 의원도 "고 전 총리는 정계개편 국면까지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정운찬 급부상의 명과 암
  
  이처럼 여론에 노출된 범여권 후보들이 저마다 구조적, 개인적 한계를 안고 있는 탓에 '제3 후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필연에 가깝다. 잠룡 그룹에는 한명숙 총리, 천정배 의원,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 등 정치인 그룹과 함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정치인 출신 인사들은 저마다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신선도' 면에서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탄을 받고 있는 기존 정당의 인물들이라는 점도 무시 못할 약점이다. 상대적으로 정운찬 전 총장이나 박원순 변호사 같은 외부 명망가들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다. 최근 가장 주목도가 높은 사람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내년 대선 대진표가 영호남 구도로 짜여질 경우 범여권 호남 후보가 패할 수밖에 없다는 '호남 후보 필패론'은 오래 된 이야기다. 정 전 총장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가 내년 대선의 키워드가 된 이상 이명박 전 시장에 필적할만한 '경제 대통령' 컨셉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정 전 총장이 너무 빨리 노출됐다는 지적이 있다. 정대철 고문 등이 이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김근태 의장 등 정치권의 러브콜이나 정 전 총장 본인의 최근 행보로 인해 정치권 입문이 기정사실화 된 듯한 분위기에 대한 우려다. 특히 정 전 총장이 지난달 말 재경 공주향우회에서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 왔다"며 '충청도 중심론'을 밝힌 것을 두고선 여권 안에서도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는 눈총을 받았다.
  
  또한 평생을 학자로 살아 온 그가 정글과 같은 선거판에서 생존을 위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자칫 자신을 위한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듯이 보이는 정치판에 발을 딛는 순간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던 학자들의 전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정 전 총장의 스승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서울시장 경험을 거쳐 97년에는 '꼬마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됐으나 결국 최종적으로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보수진영에서도 이홍구, 이수성 씨 등이 국무총리를 거쳐 97년 당내 대권경쟁에 나섰으나 본선 진출권을 따 내는 데에는 결국 실패했다.
  
  이들에 비해 서울대 총장을 빼곤 정치권에 근접한 관직을 맡아본 일도 없는 정 전 총장이 자신의 능력과 비전, 정치적 리더십을 단숨에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범여권의 대선후보 자리를 꿰차는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공허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마땅한 주자가 없는 여권이 '이명박 대항마'로 그를 갈구하고 있으나, 상황과 국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대안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 전 총장의 향후 예상되는 행보를 강금실 전 장관의 실패 사례에 견주어 비관하는 전망도 있다. 강 전 장관이 선거 출마 여부로 한동안 세간의 시선을 끌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치권에 진입했지만, 기존의 정치와 차별화된 비전 제시에 실패했던 경험이다. 이런 위험요소는 정 전 총장뿐만 아니라 베일에 감춰진 소위 '제3후보'에 포함되는 모든 인사들에게 해당한다.
  
  히든이 무조건 에이스 되나
  
  정 전 총장을 비롯한 제3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내는 시기는 범여권 지각변동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5~6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들은 범여권의 통합 과정이 퇴행적 모습으로 귀결되거나 지지부진을 거듭할 경우 정치권 문턱을 넘지 않기로 스스로 마음을 재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누군가가 뛰어든다면 "대통령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는 정치권의 경구처럼 '준비된 무엇'을 제시할만한 근거를 갖추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에이스'가 될 수 있는 '히든'의 조건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002년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5공 청문회', 떨어질 줄 알면서 부산 지역구에 도전한 역정 등 대중들을 사로잡을만한 자신만의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대선 1년 전 국민적 지지율도 8%는 됐다.
  
  이렇게 볼 때 범여권의 제3후보들은 '노무현 역전 드라마'보다 더욱 극적인 역전을 할 수 있어야만 존재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구도 정비와 아울러 시대정신과 미래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드는 작업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여권은 '에이스 카드'마저 '필패 카드'로 둔갑시켜버리는 '후보의 늪'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준비상태가 열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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