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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사장 임명제청에 술렁이는 KBS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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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사장 임명제청에 술렁이는 KBS 안팎

"일방적인 이사회 잘못"…"정권의 방송장악 기도"

9일 KBS 이사회는 11명의 이사 중 6명의 표를 얻은 정연주 전 사장의 임명제청을 결정했다. 이사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기욱 이사는 9일 "정 전 사장의 공영방송에 대한 비전 제시와 철학을 높이 평가했다"며 임명제청 사유를 밝혔다. 이사회는 당초 꾸려졌던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절차 없이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

이사회의 제청을 받은 정연주 전 사장은 대통령의 임명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한 달 이상 공석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미뤄볼 때 임명 절차는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로써 KBS 사장직에 대한 인선 절차는 마무리될 것 같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이던 정 전 사장의 임명에 대한 혼란은 KBS의 안팎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는 퇴진운동으로, 정연주 씨에 대해선 출근저지로 맞설 것"

누구보다도 KBS 노동조합은 공황상태다. 9일 면접을 막지 못한 노조는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정연주 사장 연임 저지'에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조 집행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10일은 정권의 거수기들이 KBS인의 염원이 담긴 사추위를 치졸한 협잡으로 파괴하고 공영방송 KBS에 대한 테러를 감행한 날"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사회는 하루동안 호텔에서 13명 응모자에 대한 '면접쇼'를 벌인 뒤 예정된 각본대로 정연주 씨를 낙점해 청와대에 올렸다"며 "정연주 씨는 폭탄 맞은 폐허에 낙하산 타고 내려온 또 한명의 권력 시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KBS 노조는 이사회에 대한 퇴진운동과 함께 정연주 사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정연주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가 이달 27일로 예정돼 있어 현 노조 집행부의 대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사장 연임 저지를 내걸었던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내부 비판도 만만치 않다.

KBS의 한 내부 관계자는 사추위가 구성되기 전 현 노조에 대해 "3년 전 정연주 사장이 임명될 때 사추위를 꾸리자고 했지만 그때 사추위와 지금 사추위는 다르다. 지금 사추위는 정연주를 아웃시키기 위한 노조의 도구와 다름없다. 제도화라는 용어를 쓰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손관수 KBS 기자는 10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지난 2년간 조합원의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가 올인했던 '정사장 찍어내기'가 노조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회사까지 침몰 직전으로 몰고가고 있지만 노조는 눈에 무엇이 씌었는지 아직도 '정연주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추위 운영에 불성실했던 이사회"

사추위를 건너뛰어 면접을 실시했던 KBS 이사회의 행보 역시 현재의 혼란을 야기한 원인이라는 내부의 비판을 거세게 받고 있다.

손관수 기자는 같은 글에서 "이사회가 사추위를 수용한 것은 KBS사장 선임구조의 미비점,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물으며 "그렇다면 사추위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는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했고, 더욱 더 노력해야 했다"고 말했다.

역시 차기 노조위원장에 출사표를 던진 박승규 기자 또한 "사추위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었다"며 "사추위는 대통령 거수기 역할을 해 온 KBS 이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장치"라고 비판했다.

한편 9일 이사회가 정연주 전 사장을 임명제청 하기로 결정한 직후 "사추위의 파행에 책음을 느낀다"며 방석호 이사와 추광영 이사는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손관수 기자는 "투표과정에는 끝까지 참여하고서도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탈락하자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이사회를 사퇴하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저 초등학생들보다 못한 KBS 이사회를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쏟아지는 정치적 비난 vs 침묵하는 시민단체

이사회의 결정에 대한 KBS 외부의 반응은 입장에 따라 상이하다.

<조선일보>는 10일 '대체 어디다 쓰겠다고 또 정연주의 KBS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정권은 대체 내년 대선에서 KBS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에 정연주의 KBS에 그토록 집착하는가"라고 물었다. <동아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현 정권이 공영방송을 정권 유지와 선거운동을 위한 도구로 삼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번 인선은 국민을 우롱한 사기극"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한나라당의 유기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무리수임을 뻔히 알면서도 정연주 씨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방송장악 기도"라며 "한나라당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정연주 씨의 사장 취임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번 결정에 대해 주요 언론단체들은 별다른 대책 마련없이 침묵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성명서 등 공식 입장 발표는 계획돼 있지 않다"며 앞으로도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언론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진보냐, 보수냐라는 단순한 선을 긋고 대립각을 세우는 시대가 아닌 듯 하다"며 난처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이처럼 정연주 전 사장의 KBS 사장 임명에 대한 다양한 대응과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으로 미뤄볼 때 임명절차가 완료된 뒤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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