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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북핵 반대'가 그리도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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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북핵 반대'가 그리도 어려운가?

[기자의 눈]북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자주계'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확대간부회의.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는 평등계(PD)의 주장에 자주계(NL)인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그건 북한을 압박하는 것 외에 뭐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자주계의 오병윤 광주시당위원장도 "추가 핵실험에 명확히 반대한다는 명시적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한다"고 거들었다.
  
  최고위원들과 16개 시도당위원장들로 구성된 민노당 지도부 회의는 3시간 동안 세 차례의 정회를 반복하며 이런 싸움을 했다.
  
  논란은 최고위원회가 확대간부회의에 '현 정세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며 "추가 핵실험 등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는 애매한 문구를 사용한 것에서 비롯됐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문제에 대한 최고위의 '어정쩡한 결의'는 두말 할 것 없이 자주계(NL)와 평등계(PD) 사이의 인식차를 두루뭉술하게 봉합하다보니 나온 표현이었다.
  
  논란 끝에 확대간부회의는 최고위 결의와 별도로 '자체 결의 사항'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내용은 "비핵화 원칙에 따라 일본의 핵무장 논의, 미국의 핵우산 계획에 따른 전술핵 배치, 국내 일부 정치인들의 핵무기 개발 발언 등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북의 추가 핵실험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힌다"로 발표됐다.
  
  물론 이 역시 어떤 문구를 앞에 세울 것인지 등을 가지고 티격태격한 끝에 다수파인 자주계가 승리한 결과다. 회의 중에는 "뿌리 깊은 차이를 느낀다"는 말이 나왔고, 거듭된 정회 시간에는 참석자들끼리 장외설전을 벌이는 도중 "콩가루"라는 말이 툭툭 튀어나왔다.
  
  이날 회의는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특별결의문' 채택 실패(15일 중앙위원회), 정책위의장에 대한 정책연구원들의 집단 반발(18일) 등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내홍을 타개하고 북한 핵실험 사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자는 취지로 소집된 자리였다.
  
  자주계 '북핵 용인론' 유감
  
  자주계의 논리는 "북한의 핵 실험(내지 추가 핵실험)은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에 의한 자위적 측면이 있는 만큼 비판의 방점을 반미에 둬야 한다"는 것. 평등계는 "비핵화는 당이 채택한 보편적 가치인 만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등가의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자주계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북핵 용인론'이 당 안팎의 논란과 비난을 초래한 것은 자명하다. 당 밖 보수진영으로부터는 "그러면 북한 핵실험이 잘했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당 내 평등계로부터는 "북한 핵에 대해 할 말을 못하면 동북아 핵 도미노에 대해선 어떻게 반대할 수 있느냐"는 반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를 보는 자주계 나름의 철학에 기반해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북핵 사태 해결의 지렛대 역할을 자임하며 방북을 결정한 민노당이 추가 핵실험에 대한 명백한 반대 의사 표명에 실패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우려를 낳는다.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기에 민노당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자칫 방북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노당이 보수당으로 규정한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조차 방북 시 의도치 않은 춤 때문에 색깔론에 휘말리는 판이다. 제도권에 진출한 유일한 진보정당이 북한의 핵실험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는 국민적 상식과 보조를 같이 하지 못한다면 이는 진보진영 전체에 누를 끼치는 일이 된다.
  
  민노당의 한 정파가 진보진영 전체를 친북집단으로 도매금에 넘기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왕에 벌어진 1차 핵실험이건, 있을지 모를 추가 핵실험이건 문성현 대표의 공언대로 할 말은 하고 와야 한다. 방북단이 할 말을 하려면 먼저 당 차원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명명백백한 반대를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민노당의 의지에 명분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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