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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내 이웃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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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내 이웃의 이야기

[이슈 인 시네마] <괴물> 제작 보고회

봉준호 감독의 괴수영화 <괴물>(제작 청어람)이 6월 8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제작 보고회를 갖고 그 거대한 정체를 드러냈다. <괴물>은 한강에 나타난 괴생물체에게 딸을 빼앗긴 사내 박강두(송강호)가 그의 가족과 함께 딸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두루 얻고 있는 봉준호 감독이 한국에서는 거의 영화적 기반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괴수영화'에 도전해 화제를 모은 작품. 거기에 촬영, 미술, 조명 감독 등의 스탭들을 비롯해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등 연기자에 이르기까지 <살인의 추억> 멤버들이 고스란히 다시 손잡고 작업에 들어가 제작 초부터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괴물>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지난 5월 28일 막을 내린 제59회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기대'로 바뀌었다. <괴물>은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상영돼 해외 언론의 호평을 얻었을 뿐 아니라, 필름마켓에서도 가장 활발한 해외 판매 성과를 올린 한국영화 가운데 하나다.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이 참석한 제작 보고회에는 이런 언론의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300여 명의 국내외 언론인들이 참석해 열띤 취재 열기를 뿜어냈다.
영화 <괴물>의 주연배우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봉준호 감독은 괴수영화로 불리는 <괴물>에 대해 "완성도 높은 괴물이 영화의 출발점이라면 가족은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며 <괴물>이 사실은 한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플란다스의 개><살인의 추억>에 이어 <괴물>까지, 봉준호 감독의 장편 연출작 모두에 출연한 배우 변희봉은 사실 봉준호 감독과 거의 '가족'같은 관계에 있는 배우. 그리고 이는 <괴물>의 또 다른 배우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그들은 모두 <괴물>을 선택하게 된 이유로 "봉준호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장 먼저 꼽았다. <괴물>의 또 다른 주인공 '괴생물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의 특수시각효과를 맡았던 뉴질랜드 웨타 워크샵이 '괴물'의 살과 피를 입혔다는 것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괴수가 탄생하리란 기대가 컸던 것. 이날 공개된 스페셜 영상 모음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물고기와 공룡을 뒤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신화에만 나올 법한 '괴수'가 아니라 '한강'이라는 일상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을 법한 돌연변이의 모습을 더 많이 생각했다는 봉준호 감독은 "배우 송강호와 옆에 섰을 때 어울릴 만한 괴물, 친근감 있고 일상적인 괴물을 만들고 싶었다"며 괴물의 모습을 설명했다. '일상'을 강조한 괴물의 모습은 그래서 버스만한 크기에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의 모습을 뒤섞은 꼴을 갖추게 되었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소시민 가족의 삶을 주목하다보니 자연스레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한국과 미국의 '기묘한' 관계, 불합리한 정치 구조를 비판하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은 <괴물>이 사회적 메시지만 전하는 '프로파간다'가 강한 영화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만이 느끼고 절감할 수 있는 유머가 있는 영화임을 강조하면서 한국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들뜬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 땅에서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괴수영화 <괴물>은 오는 7월 27일, 한국의 관객들과 조우한다.
봉준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봉준호 감독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기분이 좋았겠다. "사실 칸에서 상영된 버전은 완성된 버전이 아니었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의 월드 프리미어는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편집을 다시 하는 건 아니어서 칸에서 공개된 1시간 54분 길이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여전히 후반 작업 중이다. 음향과 컴퓨터 그래픽을 다시 손보고 있다. 물론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좋은 평가를 얻어 기분 좋다." - 완성품이 아닌데도 굳이 칸 감독주간에 상영한 이유는 뭔가. "어쨌든 칸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필름 마켓이 열리고, 세계의 언론이 가장 많이 집중하는 영화제다. 실제로 칸 필름 마켓을 통해 해외에 많이 팔았다. 외화 벌어서 기쁘다.(웃음)" - 항상 새로운 작업을 한다. <플란다스의 개>는 기존 한국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코드의 웃음을 만들었고, <살인의 추억>은 미해결 실화사건을 다뤘다. 그리고 이제는 괴수영화다. "<살인의 추억>을 할 때 왜 실화를 다룬 영화를 하냐고 걱정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괴물>을 한다니 주변에서 또 걱정이었다. 왜 하필 이무기 영화 같은 걸 하려고 하냐, 영화 경력에 오점을 남기고 싶냐, 말도 많고 편견도 짙었다. 하지만 이런 편견들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오기가 생기는 거다. 나한테 그런 말 했던 사람들 목록 죽 적어놓고 나중에 찾아가서 '자 봐라. 너에게 정말 보여주고 싶었다' 이러고 싶은 거지. 억하심정이 많았다.(웃음)" - 억하심정이 깊긴 했나보다. 오늘 공개된 영상을 보니 '괴물'의 모습이 미국, 일본의 괴수영화 못지않다. "미국영화나 일본영화의 고질라, 이런 것들에 대한 오마주는 없었다. <괴물>의 '괴물'은 한강이라는 일상 공간에서도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길 바랐다. 왜 한강에 등 굽은 물고기 같은 것들이 가끔씩 출몰하지 않나. 충분히 한강에서 만날 수 있는 돌연변이 같은 느낌이 중요했다. 우리 영화의 배경은 우주도 지구 지하도 아니다. 괴물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게 '영화 스토리에 충실한 괴물'이라는 것이었다. 소시민의 삶을 다루니 소시민적 괴물의 모습을 한 건 당연하다. 우리 영화의 괴물은 63빌딩 때려 부수는 크기면 안 된다.(웃음)" - 괴물체의 형체에 살을 붙인 건 뉴질랜드 웨타 워크샵이지만 괴물의 최초 디자인은 장희철이라는 분이 한 걸로 안다. "그렇다. 장희철 씨와 오랜 시간 의견을 나누며 괴물의 형태를 고민했다. 장희철 씨가 매번 주장하던 게 있다. <괴물>의 '괴물'은 배우 송강호와 옆에 놓고 보면 어울려야 한다는 것. 절대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톰 크루즈와 어울리면 안 된다는 거지.(웃음) 그 덕에 일상적이고 한국적인 괴물이 탄생한 거 같다. 칸영화제에서 공개됐을 때, 모두들 동양적 느낌이 나는 괴수라고 하더라. 사실 '괴물'만 생각하면 맘이 즐겁다. 다채롭게 움직이는 입 모양이며, 디테일이 살아있는 움직이는 괴물의 모습을 관객에게 하루빨리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 - 티저 예고편을 보면 고등학교 때 한강 교각을 오르던 괴물체를 본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아, 이 얘기 때문에 참 여러 가지로 말을 많이 듣는다. 최근엔 어디 인터넷 만화에서 괴물체를 실제로 봤다니 봉준호 감독 고등학교 때부터 본드 흡입한 거 아니야?(웃음) 이런 얘기도 듣고. 고등학교 때 잠실 근처 아파트에 살았는데 내 방 창문으로 잠실 교각이 보였다. 한창 사춘기라 창을 멍하니 바라보는 날이 많았는데 어느 날, 정말 어떤 검은 물체가 교각 기둥을 수직 방향으로 올라가다 떨어지는 걸 봤다. 그게 이 영화의 최초 아이디어가 됐지. 감독이 되면 꼭 영화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늘 보는 환경에서 괴물이 나온다면 흥미진진할 것 같았거든. 원래 어릴 때부터 '세계 7대 불가사의' 이런 거 많이 봤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괴물>의 괴수는 '신화'모드가 아니라 '현실' 모드다."
괴물 ⓒ프레시안무비
- 현실 이야기를 계속 강조한다. 사실 <괴물>은 일반 괴수영화와 달리 사회성이 짙은 작품으로 알고 있다. "<살인의 추억>을 하면서 못나고 별스러울 것 없는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정이 생겼다. 사회의 기준에서 봤을 때 조금 '떨어지는' 가족들을 영화의 중심에 세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메시지가 들어갔다. <괴물>에서 괴물체와 싸우는 건 육군, 해군, 공군도 아니고 생물학자도 아니다. 이런 '특별한' 사람들은 카메라 100m 안으로 접근도 못한다. 거대한 괴물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약하고 소외받는 인물이길 바랐다. 그런데 사실 이런 사람들의 고군분투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회적인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뒤에 쳐져 있는 병풍처럼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는 내용인 거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파간다'가 앞서는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 영화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 그렇다면 <괴물>을 통해 목표한 바는 뭔가. "우선 사실적이고 리얼한 괴물을 만들겠다는 게 가장 일차적인 바람이었다. 앞서 얘기했듯 괴수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워낙 나빴으니까.(웃음) 다음으론 캐릭터를 살리고 싶었다. 괴물과 싸우는 가족 각자의 캐릭터를 생생히 잡고, 이들이 괴물과 싸우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지 묻고 싶었다. 그리고 이들 가족을 괴롭히는 사회적 상황을 곁들였다. 하지만 너무 심각하진 않다. 여름철 액션영화로 손색없는 영화였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클 뿐이다." - 이번에도 가족 같은 배우와 스탭과 작업했다. 왜 항상 그들인가. "사실 관객을 설득하는 영화 작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스탭과 배우를 설득하는 것이다. 스탭과 배우가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관객'이니까. <괴물>을 구상했지만 내 능력 밖의 영화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서 나를 신뢰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내 편'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 같다. <반지의 제왕>을 보면 프로도 옆엔 항상 샘이 있지 않나. 촬영 전 엠티에 가서 나의 '샘'이 되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몇 명이 조용히 문자를 보냈지. "감독님의 샘이 되어 드릴께요"라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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