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기 감독의 네 번째 공포영화 <아파트>(공동제작 토일렛 픽쳐스, 영화세상)가 6월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제작보고회를 갖고 공포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파트>는 매일 밤 9시 56분, 불이 꺼지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연쇄 살인사건을 그린 공포물. 2004년 5월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연재된 만화가 강풀의 인기 만화 '아파트'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과 함께 배우 고소영이 <이중간첩>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라 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가위>(2000)로 데뷔해 <폰>(2002)과 <분신사바>(2004)까지 공포영화만을 고집해온 안병기 감독은 "<분신사바> 이후 원혼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는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실적인 공간을 공포의 소재로 가져온 원작 만화의 매력에 빠져' 다시 <아파트>의 메가폰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안병기 감독은 그러나, <아파트>가 "소재와 공간적 배경을 원작에서 가져오긴 했지만 원작과는 크게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일상적 공포에 관심이 많다는 안병기 감독은 <아파트>를 통해 '현대인의 무관심이 만들어내는 공포'를 그리려고 했다는 것. 안병기 감독의 다른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아파트>에서는,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부터 각종의 의학사고, 은둔형 외톨이가 만들어내는 엽기적인 사건 등 실제 에피소드들이 많이 삽입된다. 강풀의 만화 원작은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란 별칭을 얻고 있긴 하지만 미스터리한 사건을 통해서 현대인의 소외와 무관심, 파괴되어가는 공동체를 그린다는 점에서 그 주제의식은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강풀은 "2차원으로 공포를 그려내야 했던 만화의 아쉬움이 비주얼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영화에서 잘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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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기 감독(사진 가운데)의 네번째 공포영화 <아파트>에서 만난 배우 강성진과 고소영ⓒ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기획에만 2년여의 시간이 걸린데다, 13번이나 시나리오가 수정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파트>는 여러 면에서 원작과 달라진 것이 사실. 여러 사람의 시점, 즉 다중시점으로 진행되던 원작의 사건전개와는 달리 영화는 고소영이 분한 '세진'이란 여자의 눈을 통해 그려진다. 또 원작의 배경이었던 변두리 낡은 아파트는 도심의 길고 높게 뻗은 아파트로 변했다. 이번 영화를 위해 7개의 아파트 세트를 따로 지을 만큼 영화 <아파트>는 '공간'이 주는 공포감을 더욱 짙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현실 속 공포가 가장 섬뜩한 공포라는 것을 얘기하는 영화 <아파트>는 후반 작업을 거쳐 7월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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