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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의 나이로 세계 스크린을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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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의 나이로 세계 스크린을 지배하다

[핫 피플] <매치 포인트>로 팜므 파탈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

성숙함이 반드시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스칼렛 요한슨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이제 스물두 살 밖에 되지 않은 이 여배우의 차분하고 깊은 눈빛은 나이를 잊게 만들 정도로 경이롭다. 동세대 배우인 키이라 나이틀리나 린제이 로한, 나탈리 포트만, 시에나 밀러 등과 요한슨은 확연히 구별된다. 외모부터 그렇다. 요한슨은 인형같은 깜찍한 외모의 소유자도, 멋진 옷차림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패셔니스타도 아니다. 몸매도 로한처럼 깡마르거나, 나이틀리처럼 큰키에 늘씬하기보다는 아담하고 풍만한 편이다. 요한슨은 21세기 신세대답지 않게 로렌 바콜이나 리타 헤이워드 같은 1940~50년대 할리우드 전성기 때 '디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미지를 가졌다.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프레시안무비
조숙함과 농염함이 함께 묻어 있는 배우 요한슨의 특별함은 조숙함을 넘어 성숙한 눈매와 농염한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 포인트>에서 가난한 아일랜드 출신의 테니스 강사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상류층 청년 톰과 약혼한 노라(스칼렛 요한슨)를 처음 본 순간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입술이 너무나 섹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되돌아보면, 요한슨은 영화 속에서 제 나이였던 적이 별로 없었다. 열두 살 때 출연한 <호스 위스퍼러>에서 낙마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후 마음을 닫아버린 열네 살 소녀 역을 맡았던 그는 스무살이 되기도 전에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일찌감치 외로움과 허무를 알아버린 젊은 주부를 연기했다.
1984년 태어나 예닐곱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요한슨은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스타다. 요한슨이 될성부른 나무라는 결정적인 예감은 코엔 형제 감독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부터였다.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얌전하게 피아노에 앉아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던 금발소녀 레이첼. 그 소녀가 어느 날 중년남자 에드 클레인(빌리 밥 손튼)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얻어 타게 된다. 소녀는 아버지뻘 남자를 유혹하고, 운전하는 남자에게 오럴섹스를 하는 대담한 행동으로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순수 그 자체인 듯하고 백치같기도 해 보이던 소녀의 얼굴 위로 순식간에 떠오르던 강렬한 섹슈얼리티. 요한슨이 이 영화에 출연했을 때가 불과 열일곱이었다. 이 영화 속에서 그리 많지 않은 출연분량의 조역 중 한 명이었지만, 요한슨은 새로운 유형의 팜므 파탈의 탄생을 알리며 영화팬들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매치 포인트>에서도 그녀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자의 인생을 파멸시키는(그리고 자기 자신의 인생까지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일종의 팜므 파탈이다. <매치 포인트>에서 그녀는 아무리 억눌러도 뿜어져 나오는 섹시함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 야심찬 여배우 지망생이었다가, 한 순간에 불우하고 가난한 성장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콤플렉스를 내면 깊숙히 숨겨 놓은 여자로 변신하는가 하면, 배우로서의 좌절과 파혼의 충격을 극복하려는 씩씩한 직장인이었다가, 또 어느 한 순간에는 희망없는 사랑과 술, 담배로 자신을 학대하는 불안한 정서의 여자로 순간순간 바뀐다. <매치 포인트>에서 요한슨은 한 인간의 여러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는 '카멜레온'이다. . 올해 가장 섹시한 배우로 뽑혀 요한슨의 영화적 행보를 훑어보면, 배우로서 내면의 깊이에 대한 일관된 갈망과 총명함이 읽힌다. 또래 여배우들이 상큼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나 캠퍼스 연애영화들을 선택하고 있을 때, 요한슨은 <판타스틱 소녀백서><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굿 우먼><인 굿 컴퍼니> 등을 거쳐 우디 앨런의 <매치 포인트>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릴러 <블랙 다알리아>(미개봉) 등 하나같이 복잡미묘한 감정선과 섬세한 연기력이 필요한 영화들을 선택했다.
그런가 하면 요한슨은 '베니티페어' 3월호 표지에 새하얗고 풍만한 누드를 공개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최근 한 남성잡지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섹시한 여배우' 순위에서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안젤리나 졸리를 제치고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야흐로 스칼렛 요한슨 시대의 문이 활짝 열렸다. 바보같은 영화들로 팬들을 실망시켰던 아름다운 여배우들과 달리 요한슨은 조심스럽게 자기만의 연기영역을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영화들이 쌓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이 점이 아직 갈 길 먼 이 젊은 배우에게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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