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출연 배두나, 카시이 유우, 마에다 아키, 세키네 시오리
수입,배급 시네콰논코리아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114분 | 2005년 도쿄 근교의 시바사키 고등학교. 아담하고 오래된 학교 교정에 서서히 활기가 감돈다. 고교 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문화제가 한창 준비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모두들 열기에 들떠 있을 때 풀죽은 이들이 있었으니, 시바사키 고등학교로 유학 간 한국인 송(배두나)과 록 밴드의 키보디스트 케이(카시이 유우)와 드러머 쿄코(마에다 아키), 베이시스트 노조미(세키네 시오리)가 그들이다. 송은 혼자 준비하고 있는 한-일 문화 교류전이 파리만 날리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 기가 죽었고, 자신들이 만든 곡으로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문화제를 장식하려던 록 밴드 멤버들은 멤버 부상과 불화로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불투명해져 기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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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린다 린다 リンダリンダリンダ ⓒ프레시안무비 |
문화제까지 남은 건 고작 3일. 공연만은 포기할 수 없는 케이와 교코, 노조미는 1980년대 일본 펑크 밴드 '블루하트'의 노래를 맹연습해 무대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보컬이 없다. 모여 앉아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있던 이들 앞에 나타난 건 송. 일본어가 아직 서툰 송은 이들 앞에서 "응"만 연발하다가 "우리 밴드에서 보컬 할래?"라는 제안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일본어도 잘 못하지만 송은 사실 노래도 잘 못한다. 하지만 송은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인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열심히 해도 돼?"라고 물으며 열의를 불태운다. 스무 살이 되기에는 한 살이 모자란 열아홉 살 고3 소녀들. 어른이 되기 전 마지막 시절 소녀들의 우정과 열정을 그리고 있는 <린다 린다 린다>는 블루하트의 노래 '린다 린다'처럼 흥겨운 박자로 굴러간다. 영화는 3일 밤낮을 지새우며 박자를 맞추고, 리듬을 가다듬으며 연습하는 이들이 밥 먹고, 장난 치고, 삐치고, 화해하는 소소한 모습을 좇을 뿐 별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다 린다 린다>는 풍성하다. 엇박으로 미끌어지던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서로 박자를 맞추고, '노래'보다 '지름'에 가깝던 송의 노래가 편안하게 반주와 어울려 가는 시간은 이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과 겹쳐지며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국적도 언어도 다르지만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고, 함께 위로하면서 커가는 그들에게 그런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의 우정과 열정은 영화 후반, 무대 위에서 제 값을 발휘한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지만 3일간의 연습으로 갑자기 프로가 될 수는 없는 법. 이들의 공연은 딱 그만큼의 수준이다. 하지만 우정과 열정은 그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무대 아래에서 노래를 듣던 아이들이 환호하며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그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들이 뿜어내는 진정성을 관객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나키를 기다리며>, <바보들의 배>를 연출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일찌감치 배두나를 점찍어 두었다. 봉준호 감독을 통해 배두나를 캐스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인 배두나는 <린다 린다 린다>의 최고 보물이다. 배두나는 어딘가 엉뚱한 구석이 다분하지만 가장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송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린다 린다 린다>는 지난 해 일본에서 개봉해 2005년 키네마준보 베스트 10, 아사히신문 선정 일본영화 베스트 3, 일본예술 일본영화 베스트 1위, 1회 일본영화엔젤 대상에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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