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리의 가장 밑바닥에 놓여있는 광기와 탐욕, 성욕과 살해욕, 비틀린 죄의식과 강박증 등을 끄집어내 한 컷의 영상 안에 담아내고자 했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불필요한 장면은 남김없이 들어내고 결정적 장면 한 컷을 통해 심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히치콕 감독의 독특한 영화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3월 17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낙원동 필름포럼(구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리는 '알프레드 히치콕 걸작선'이 바로 그것. <현기증><이창><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등 히치콕의 대표작 9편이 상영된다. <레베카>는 중첩되는 거울 이미지를 통해 한 여성의 히스테리컬하고 불안한 심리를 비추어 보이고, 다리를 다친 주인공이 건너편 아파트의 여인을 바라보며 느끼는 관음증을 그린 <이창>은 인간 심리의 이중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가 악당인지 아닌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여주인공의 심리를 세밀하게 따라가는 <의혹>은 서스펜스 영화의 매력이 듬뿍 담긴 작품. 서스펜스 활극의 재미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통해서도 맛볼 수 있다.
극도로 응집된 영상만이 히치콕의 영화를 긴장감 넘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 동료 버나드 허먼의 불안하고 섬뜩한 사운드는 <현기증>의 주인공이 겪고 있는 신경증을 더욱 깊고 예민하게 만들어놓는다. 히치콕의 스릴러적 연출력은 <오명>의 잉그리드 버그만 같은 아름다운 여인도 불안에 몸서리치는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바꾸어 놓는다. 알프레드 히치콕 걸작선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상세한 내용과 영화제 일정에 관한 세부 사항은 필름포럼 홈페이지(www.filmforum.co.kr)나 전화 (02-764-4231)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상영작 <39계단>, <레베카>, <의혹>, <오명>, <이창>, <다이얼 M을 돌려라>,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프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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