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는 3.1절에 등산을 하면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그런데 왜 같은 시기에 골프를 치면 반드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현재 골프 인구가 200만을 넘었다. 따라서 일부 계층만이 향유하는 운동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며, 오히려 더 많은 골프장을 짓는 게 바람직하다. 이 총리의 행동에 대해 각자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골프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는 식의 감정적인 태도는 옳지 않다."(김진표 교육부총리)
지난 3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는 때 아닌 골프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철도파업 첫날이자 3.1절인 날에 골프를 친 이해찬 총리의 처신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겠느냐는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등산과 골프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대답을 하면서 불거진 논쟁이었다. 황우여 교육위원장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확대되었지만, 김 부총리는 끝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교과서와 정반대의 소신을 가진 교육부총리**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교육과 관련한 논쟁이라기보다는 애당초 정치적인 공방에 가까웠다. 그러나 정치적인 공방 속에서 드러난 김 부총리의 골프에 대한 인식이 교육을 담당하는 각료에게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문이 남는다.
등산과 골프는 그것을 즐기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에서만 차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등산은 산을 보존해야 즐길 수 있지만 골프는 산을 깎아내야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은 생태적으로 정반대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동안 교육과정의 개정이 거듭되면서 그 속에서 생태와 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확대돼 왔다. 특히 현재의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과학, 지리 등의 교과에서는 환경과 관련된 내용이 크게 늘었다. 그리고 이런 수업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는 게 골프장 건설이다.
그래서인지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교사들은 무척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 수장의 발언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온 내용과 정면으로 부딪치기 때문이었다.
서울 성사중 이수종 교사(과학)는 이렇게 말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한국에서는 골프장 건설이 생태적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더구나 골프장에 심는 잔디는 한국의 토질과 기후에 맞지 않아 농약을 과도하게 쓸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교과서에도 담겨 있는 내용이다.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가르쳐 왔는데, 정작 교육을 책임진 각료의 입에서 이와 엇갈리는 발언이 나오니 당혹스럽다."
***미래를 준비하는 각료의 위험한 소신**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www.moe.go.kr)의 '소개교실' 항목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사람이 미래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되겠습니다."
당혹스러운 대목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게 교육부의 역할이라면서, 정작 교육부총리는 미래를 살아갈 세대에게 보다 건전한 자연환경을 물려주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이니 말이다. 야당 의원들의 정치공세 앞에서 당당하게 드러낸 그의 '소신'을 위험하다고 보는 게 기자만의 시각은 아닐 것 같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