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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노무현 정서에서 나온 전작권 반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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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노무현 정서에서 나온 전작권 반환 연기

[정욱식 칼럼] 위키리크스를 통해 본 전작권 논란(상)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논란이 또다시 증폭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에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타진한 것이 알려진 게 계기가 되었다.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먼저 국내 정치적인 맥락부터 짚어보고자 한다.

전작권 논란이 거세진 시점은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협의에 착수한 2005년 9월부터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은 자주국방의 핵심이다. 자주국방은 주권국가의 꽃이고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이것은 꼭 갖춰야 할 국가의 기본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이를 반미 노선으로 규정하고 노무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등 퇴역 군인들의 모임과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전직 외교관과 경찰 간부들까지 이에 적극 가세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전작권 전환은 우리도 원하는 바'라며 한나라당을 설득하려고 했다.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을 주권의 문제로 거론한 것에는 불쾌감을 표하면서도 전작권 이양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에 물러설 한나라당이 아니었다. 전작권 환수 반대는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을 살펴보면 이러한 내용을 잘 알 수 있다.

노무현의 의도가 남북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전작권 문제를 둘러싼 한국 국내의 갈등이 첨예해지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는 2006년 9월 6일 김형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만나 전작권 문제를 협의했다. 이 면담 내용을 기록한 2006년 9월 8일 자 미국대사관 외교전문에 따르면, 버시바우는 "전작권의 성공적인 전환은 한미동맹을 강하게 유지해줄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의 긍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발전이자 더 균형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이 미국의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 2007년 2월 26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은 전작권 단독행사 시기의 무모한 합의를 규탄하며 이문제는 다음 정권에서 협상해야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김형오 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 시기에 전작권 전환과 같은 중요한 안보 문제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국인 대다수는 노무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전작권 전환 시점에 대한 논의는 한국 국내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한국 국민을 분열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김형오 대표 및 그를 수행한 황진하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가 "전작권 전환을 통해 미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데 있다"며, "노무현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자 버시바우는 "이러한 잘못된 주장에 대해 불편해"하면서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다음 정부에서나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시바우가 불편해한 까닭이 있었다. 우선 한반도 평화협정과 관련해 이미 1년 전인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을 통해 "직접 당사자들이 별도의 포럼"을 만들기로 합의했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직접 당사자들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라고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은 전작권 전환이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 마련에 필수적이라 여기고 있었다. 아울러 전작권 전환 시점에 대한 합의가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지더라도 그 이행은 다음 정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의 불순한 의도 운운하면서 전작권 전환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미국 대사에게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전작권이 아니라 노무현이 문제?

그러나 전작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로 작심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당겼다. 그러자 버시바우 대사는 9월 26일 한나라당 의원들을 다시 만났다. 2006년 9월 29일 자 주한미국 대사관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국 대사와 면담에 나선 인물들은 박진, 황진하, 정문헌 의원이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박진 의원은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 대신에 전작권을 과도적으로 유엔 사령부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버시바우는 "유엔사는 주일미군의 지원에 의존하는 현재의 (한반도) 전쟁 계획을 이행하는데 핵심이라고 말하면서 유엔사의 위상을 새로운 조정하에 두는 것은 민감한 문제"라고 답했다.

황진하 의원은 "전작권 전환과 노무현 정부에 대해 가장 강력한 반감"을 나타내면서 그 해 7월에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위협을 거론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거듭 "노무현 정부의 의도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박진 의원으로부터도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연합사나 전작권 이양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과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전작권 전환 반대가 노무현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그러자 버시바우는 거듭 "미국은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미국의 입장은 전작권 전환을 통해 주한미군이 정치적으로 덜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이 주한미군 철수의 사전작업이 아니라 안정적 주둔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미국 대사, '구분해서 말해달라'

미국 대사의 여러 차례에 걸친 설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공세는 식을 줄 몰랐다. 특히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006년 11월 8일 국회 연설을 통해 전작권 전환 합의를 맹비난했다.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2009년 10월에서 2012년 3월 사이에 완료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논의는 원천무효"라며 "차기 정부와 미국이 반드시 다시 협상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를 내년(2007년) 대선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황한 버시바우 대사는 11월 16일 강재섭 대표를 만나 설득하려고 했다. 11월 20일 자 외교전문에 따르면, 버시바우는 "한국 국민들이 전작권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미국 정부 입장이 분열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나라당은 전작권 전환 자체와 그 시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전작권 전환 자체는 찬성하면서 그 시점은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이를 한국 국민들에게 분명히 밝혀 혼선을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요구였다.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전작권 전환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전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전작권을 주권 문제로 말하면서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작권 이양 논의는 북핵 해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석한 정형근 의원은 전작권 이양 합의에 관한 미국의 동기를 물었다. "순수하게 군사적 고려를 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반미감정에 대한 정치적 가격인지"를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버시바우는 "정치적 우려는 정책결정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군사적 이유가 압도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작권이 전환되어야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이 확보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인, 너무나도 정치적인

이처럼 한나라당은 전작권 문제를 철저하게 '반(反)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미국 대사를 만나 자국의 대통령을 험담하면서 전작권 전환 반대 논리를 펴려고 했다. 임기 1년 반을 남겨둔 대통령이 '레임덕'에 있다거나 국민 대대수가 불신한다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도가 남북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폈다.

한나라당과 그 후신인 새누리당은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거나 "안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은 그 반대로 해석할 때, 비로소 진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최근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그렇고, 전작권 논란도 그랬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논란을 덮기 위해 미국에 전작권 이양 연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은 내용이 위키리크스 폭로 자료에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밝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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