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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308>

친한 외국인일수록 별 시시콜콜한 심부름을 다 시킨다.
심지어 한밤중에 전화해서 "엠피쓰리 노래 다운 어떻게 받아요?"하고 묻거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가사 좀 베껴다 주실래요?"하는 놈도 있다.
미치지!

월요일은 센터 휴일이라 쉬고 있는데, 캄보디아 노동자 산토한테서 전화가 왔다.
"산바니가 (회사에서) 쫓겨났어요. 한 달만 있으면 퇴직금 타는데!"
산바니는 그의 친동생이다.

"그래 회사 나왔대?"
"예."
"왜 좀 버티지, 그냥 나와?"
"사장님이 나가라니까요."
휴, 한국 온지 5년이나 된 놈들이 이렇다니!

"노동자한테도 권리가 있어. 1년 계약 했으니 1년 일할 권리! 사장님한테 그거 말하라고 했잖아. 그거 얘기했어, 안 했어?"
"몰라요."
니가 모르는데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소리가 절로 나온다.
꾹 참고 다시 물었다.
"지금 어디 있대?"
"노동부(고용지원센터)로 가고 있대요. 사장님이 퇴사 신고하라고 해서."
아, 안 되는데. 퇴사 신고하면 끝인데.

"노동부 가지 말고, 회사로 다시 들어가 있다가, 내일 센터로 오라고 해. 알았지?"
"예."
대답은 잘한다. *아 같아 그렇지!
마치 내가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를 키우는 엄마 같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3년 전 그 아이들에게 저녁 한번 사준 죄밖에 없다.
그때는 밥 사주는 게 잘하는 일인 줄 알고 그런 거다.
좀 더 사무적으로 대했어야 하는 건데.
그 이후로 친하다고 얘들이 부닐기 시작해서 영영 *얼라 티를 못 벗고 말았다.

다음날 형제가 왔다.
"아무 걱정 마! 내가 구해줄게."
일단 안심시키고 나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산바니 해고했나요?"
"예."
"해고한다고 한 달 전에 통보했나요?"
"아니요."
"그럼 퇴직금 안 주려고 미리 해고한 것 밖에 안 됩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부당해고로 신고할까요? 아니면 산바니 다시 보낼까요?"
사장님은 짧게 말했다.
"보내세요."

산바니에게 말했다.
"가서 일해."

희희덕거리며 돌아가는 형제를 보며,
내 전생에 무슨 죄를 져서 저런 놈들을 낳았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 산토 산바니 형제. 오른쪽이 형 산토다 ⓒ한윤수

*아 : 아이 (부산 사투리)

*얼라 : 어린애 (경상, 강원, 함경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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