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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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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접수

[한윤수의 '오랑캐꽃']<251>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로 왔다 치고, 문제 하나 풀어보기 바란다.

비자 기한보다 하루 더 일해야 퇴직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 비자 기한을 어기고 하루 더 일해 퇴직금을 받는다.
2. 비자 기한을 어기지 말고 퇴직금을 포기한다.

둘 다 정답이 아니다.
정답은 <비자 기한도 어기지 않고 퇴직금도 받는다>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비자 기한이 끝나기 전에 미리 출입국에 가서 하루 늦을 테니 *가접수(temporary reception)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출입국에서는 가접수를 해주게 되어 있다. 왜? 그는 불성실한 사람도 아니고 게으른 사람도 아니니까.

가접수는 *서류가 완벽하게 보완될 때까지 임시로 접수를 해주는 것을 말하는데, 요게 기막힌 물건이다. 서류를 보완하는 며칠 동안 비자가 살아 있으니까.
그 며칠 동안 퇴직금도 받고 비자도 연장하면 만사 오케이다.

그럼 실제론 어떤가?
출입국에서 가접수가 잘 활용되는가?
사실은 잘 활용되지 않는다.
왜?
출입국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1. 직원들이 일단 무지하게 바쁘고(창구에선 물 마실 시간도 없다)
2.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되는 쪽으로 밀어주는 공무원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안 되는 쪽이 너무 많다.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다.
비자기한을 어겨서 벌금을 물거나, 비자기한을 어기지 않으려고 하루나 이틀 먼저 퇴직했다가 퇴직금 못 받는 일이 허다하니까.

태국인 피야는 5월 21일까지 일해야 퇴직금을 탄다. 그러나 비자기한은 5월 20일이다. 하루가 모자라 퇴직금 못 타게 생겼다.
회사에서는 퇴직금 안 줄 속셈으로 20일날 나가라, 안 나가면 불법 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똥끝이 탄 피야가 비자가 끝나는 20일날 찾아왔다.
나는 메모를 써서 그의 손에 쥐어 출입국으로 보냈다.

"이 사람 *하루 차이로 퇴직금 못 타니 가접수를 해주시면 내일까지 구직필증 발부받아 반드시 정식 접수를 하겠습니다. 선처 바랍니다."

출입국 안내 직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가접수 해달라는 뜻은 알겠는데요. 가접수가 되고 안 되고는 장담 못합니다. 창구 직원 재량에 달려 있거든요."
그러나 창구 직원이 가접수를 해주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도
"구직필증 가져와!"
했을 것 같다.

피야는 털레털레 빈 손으로 돌아왔다.
아, 답답.
나는 L간사를 딸려 피야를 다시 출입국으로 보냈다. 잘 아는 P계장을 찾아가라고.
P계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비자 연장 해달라는 건 아니죠?"
"아뇨. 가접수만 해주세요."
"그것만 해드리면 되나요?"
"그럼요."
가접수가 되었다.

그 덕분에,
피야는 마음 놓고! 하루 더 일했다.
그리고 퇴직금 탔다.

*가접수 : '임시접수'라 부르기도 한다.

*서류가 완벽하게 보완될 때까지 : E-9 노동자의 비자 연장에는 다음과 같은 서류가 필요하다. 1. 여권 2. 외국인등록증 3. 신청서 4. 구직필증 5. 수수료 3만원.
가접수를 부탁하러 간 노동자는 다른 서류는 다 있는데 오로지 4번 구직필증이 없을 뿐이다. 구직필증은 퇴직한 노동자에게만 주니까. 그러므로 노동자는 하루 더 일하고 퇴직한 다음에 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필증을 발부받아 출입국에 가져가면 완벽한 서류가 보완되는 셈이다.


*하루 차이로 퇴직금 못 타 : 빠듯한 체류기간 때문에 퇴직금 못 타는 일이 속출하자 금년 3월 15일 출입국에서 개선조치를 내놓았다. 기존의 체류기간 1년에다가 한 달을 더 추가 부여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금년 3월 15일 이전에 체류기간을 연장한 노동자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년 3월 15일이 지나야 모든 외국인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그 때까지는 계속 주의해야지 별 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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