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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

거의 50년 전 얘기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놀란 점은 가게 주인들이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내 고향 청주의 가게 주인들은, 내가 어려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손님이 들어와도 본 척도 안 하고 파리만 잡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에 비해, 밝게 웃으며 나긋나긋한 서울 말씨로
"어서 와요."
하면 얼마나 신선했던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주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왜 그럴까?
외국인들이 *너무나 고마워하니까 자기가 뭐 대단한 일이나 하는 줄 알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게 망할 징조다. 세상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치고 안 망한 사람 보았는가?
외국인이 문을 열고 들어와도
"어서 와요."
하고 인사하기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제 볼 일만 보는 직원들을 보면 속이 뒤집힌다.
"지금 세계를 정복하는 겁니까? 아니면 지구를 방위하는 겁니까? 그런 일은 독수리 5형제가 맡은 건데, 왜 우리가 폼을 잡죠?"

외국인노동자센터는 대단한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곳에 오는 외국인들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자립적인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2프로가 부족해서 온다. 그 2프로는 한국말을 모른다는 것과 한국 법을 모른다는 것, 이거 두 개밖에 없다. 이거 두 개 빼면 그들은 일하고 당당히 대가를 받는 한국인 노동자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외국인노동자센터는 그 2프로를 도와주는 곳이다.
98프로를 가진 사람에게 2프로를 도와주는 것, 그것은 목마른 나그네에게 2프로라는 음료수를 건네주는 것과 비슷하다.
그것은 별 거 아니고,
폼 잡을 일은 더욱 아니다.

*너무나 고마워 : 외국인 노동자들은 남의 나라에 와서 억울한 꼴을 당해도 호소할 데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말을 들어줄 뿐 아니라 문제까지 해결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들은 고마워 어쩔 줄 모른다.
한편, 도움을 준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는 외국인들의 감사하는 모습을 보고도 처음엔 겸손을 잃지 않지만, 고마워하는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우쭐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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