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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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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염

[한윤수의 '오랑캐꽃']<187>

의료보험에 절대로 가입하지 않는 회사가 있다.
이런 회사에 다니려면 절대로 몸이 아프면 안 된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에 다니는 필리핀 사람 마라는 몸이 자주 아프다.
의료비로 지출하는 돈이 너무 많아서 나는 이미 1년 전에 충고한 적이 있다.
"마라, 회사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하지만 그는 회사를 바꾸지 않았다. 사장님이 조금만 기다리면 의료보험이 생길 거라고 큰소리쳤기 때문이다.
마라는 지난 1년 동안 열 번도 더 물었다.
"의료보험 언제 생겨요?"
사장님은 매번 똑같이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근로계약기간 열두 달이 흘러갔다.
여기까지는 좋다. 계약기간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사흘 전 계약기간이 끝났다.
그때 당연히 그 회사를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마라는 그 회사와 1년 더 일하겠다는 계약서에 싸인했다.
그리고 그 직후 배가 아파진 것이다.

결국 마라는 나를 또 찾아왔다.
"배가 아파서 병원에서 초음파 찍었어요."
"의사가 뭐래요?"
"맹장염이래요."
영수증을 보니 초음파 찍는 비용으로 이미 10만 3천원을 지불했다.
더구나 맹장수술을 곧 받아야 할 터인데 얼마가 들지 모르겠다. 많이 들겠지! 의료보험도 없는데!
"나 어떡해요?"
지극히 정상적으로 생긴 놈이 왜 이럴까?
한 대 줘 박고 싶지만 꾹 참고 말했다.
"어떡하긴 어떡해? 돈 내야지."
"어? 나 돈 없는데."

내버려둘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어쩌겠는가? 인생이 불쌍한 걸.
언제나 갈급할 때 도와주는 화성보건소 J선생에게 부탁을 드렸다.
"맹장수술 받을 데 좀 알아봐주세요. 돈도 없고 의료보험도 없대요."
J선생은 웃었다.
"알았습니다. 이리 보내세요."

3시간 후,
마라는 수원의료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J선생 덕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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