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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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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회사

[한윤수의 '오랑캐꽃']<181>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지원센터에서 발행한 알선장에 나온 회사에만 취직해야 한다. (물론 잘된 법은 아니지만) 법이 그렇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회사에 일단 취직부터 하고, 합법적으로 고용한 것처럼 사후에 절차를 밟는 수도 있다. (물론 이건 편법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하지만 노동자는 이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에 하나 회사에서 적법하게 절차를 밟지 않을 경우 노동자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오니까.

늙수그레한 태국 노동자가 스프링 노트를 찢은 종이 한 장을 들고 찾아왔다, 그 종이에는 매직으로 우리 센터 이름이 적혀 있다. <센터>를 <센더>로 잘못 적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사정이 기막히다.

▲ ⓒ한윤수
그는 충남 천안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올라와 구직 중이었다. 한 달 동안 구직활동을 했어도 마음에 드는 회사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을 무렵, 태국 친구 하나가 제안했다.
"좋은 회사가 있는데 가볼래?"
과연 그 회사는 마음에 들었다. 월급도 많고 환경도 깨끗했으니까. 무조건 그 회사에 취직했다. 물론 그가 일하는 한 달 동안, 회사에서 합법적으로 고용한 것처럼 절차를 밟아줄 줄로 그는 믿었다. 그러나 그게 잘못이었다.
하긴 한 달 하루 만에 부장님이 그를 데리고 고용지원센터에 가긴 갔다. 너무 늦게 간 것이지만.
부장님은 창구 직원과 상담하더니 얼굴이 변했다.
"큰일 났다. 너 고용 안 된대. 지정 알선이라나 뭐라나"
노동자의 안색도 변했다.
알선장과 상관없이 특정한 노동자를 찍어서 고용하는 행위는 <지정 알선>이라고 해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부장님은 특정한 노동자를 찍어서 고용하겠다고 배짱 좋게 얘기했으니 고용지원센터에서 들어주겠는가? 들어주고 싶어도 못 들어준다!
부장님도 당황하고 노동자도 당황해서 쩔쩔매자 근처에 있던 태국인이 노트를 찢은 종이에다 우리 센터의 이름을 적어준 것이다.
그러나 막상 발안 센터를 찾아온 것은 노동자 혼자였다. 부장님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고!
기한도 넘기고 절차도 잘못 밟고, 이렇게 무책임한 회사는 처음 본다.
그는 이미 불법체류자가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법에 규정되어 있는 구직기간 두 달을 다 쓰고 이미 하루를 넘긴 상태였으니까.
나는 생각해 보았다. 구해줄 방법이 있을까? 사실 하루 전에만 찾아왔어도 구해줄 여지가 있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결론은 방법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는 이제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를 불행하게 만든 책임은 대부분 회사에게 있지만, 자신한테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무책임한 회사에 모든 것을 맡겨놓고 자신 역시 아무 노력도 안 했으니까.
.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 월급도 많이 주고 환경도 깨끗한 회사에 취직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에겐 엄청난 매력이자 유혹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알선장에 나오지 않은) 이런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위법이므로 피해야 한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직장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노동자가 마음대로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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