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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 실종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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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 실종된 정치

[김상수 칼럼]<73> 민주당의 한심한 현실인식에 대하여

24시간 팽팽 돌아간다. 역시 서울은 '특별'한 도시다. 나라 밖에 몇 년을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불과 1년 만에 돌아왔는데, 어지럽다. 겨울철 유럽의 도시들은 대개 그렇지만 상가도 일찍 문을 닫고 시민들은 가족이 있는 집으로 총총히 향한다. 선술집들도 밤 9시가 넘으면 대개 파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서울은 달랐다. 여전히 바쁘고 숨차다.

거리에 넘치는 술집, 음식점, 교회- 불야성이다. 기실 서로 제 살을 뜯어먹지 못해 악다구니가 턱밑까지 찼다. 텔레비전은 온통 '개그판'이다. 세상에 어느 나라 텔레비전이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로 뒤덮혀있는지, 나는 한국의 텔레비전을 이해할 능력이 도저히 없다. 사방이 넘치고 터지고 시끄럽다, 빙빙 돈다. 적요(寂寥)는 어디에도 없다. 온통 돈, 돈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노동도 초과 노동이 다반사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여전히 궁핍하다.

결국 출구(出口)가 없단 얘기다. 여기 서울은, 한국은.

출구란 바로 정치(政治)다. 엉킨 것에 갈래를 바로 잡고 다듬어 정리하는 구실(口實)이 정치다.

그런데 지금 야당인 민주당은 '서민경제 살리기'를 한다고 '생활정치'를 들고 나왔다. 뭔 얘긴지 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명박이 깔아놓은 판때기 위에서 '정치'라고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세상에! 민주주의가 일대 위기인 현실인데 민주주의를 찾자는 싸움은 일찍 포기하고 '생활정치' '서민경제 살리기' 운동을 한단다. 본말(本末)이 뒤집혔다. '전선이탈'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는 민주당 스스로가 신자유주의 경제방식에 깊이 침윤(浸潤), 중독되어 있단 얘기에 다름 아니다.

지금 한국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든 현실은, 민주주의가 파괴되었고 노동가치가 배제되었기 때문인데, 민주주의 위기 문제를 경제문제로 오해하면서 현실 인식이란 게 '생활정치' '서민경제 살리기'니, 이는 김대중, 노무현의 소위 민주정부 들어서서 노동시장 유연화니 자유무역협정(FTA)이니 하면서 시장주의 논리가 더 심하게 관철된 현실을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 인식이 아주 그르쳤음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수준에서 한 걸음도 못 벗어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헛돌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 때보다 불평등에 더 둔감한 상황에서 시장에서 결정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정치무능이 정작 위기인데, '서민경제 살리기'와 '생활정치'운운으로 정치가 축소되고 부지불식간에 민주주의를 경시하는 현실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워서 제대로 해결해야할 문제를 오직 경제를 통해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대중들에게 계속 불러일으키면서 자신들의 현실 인식부재와 정치능력 부재, 그리고 리더십 부재를 여실하게 드러내는 정치실종을 뜻한다.

무차별 시장주의의 침투에 손발 들고 투항하면서 대중들까지 시장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건 정당정치가 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서민(庶民)경제'란 표현도 틀렸다.

서민에 서(庶)자는 '뭇. 여러, 많다, 벼슬 없는 사람'의 뜻이다. 이 표현은 기득권 입장에서 아래로 내려다 굽어보는 식인, 아주 시건방진 언어다. 서민경제는 '시민경제'로 고쳐야 한다.

지금 한국인들을 보자, 사람의 기본 권리가 무너지고 인권침해가 다반사인 인간의 위기가 현실인 민주주의 근본이 무너져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인데, '생활정치' '서민경제 살리기'로 어떻게 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 위협이 공동체 몰락의 위기를 가져 온 현실을 정확히 읽을 수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닥친 현실문제인 민주주의 파괴현실을 정면에서 끈질기게 문제 제기해야하는 냉엄한 현실을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21일 우리 모두 이명박의 위선에 너무 익숙해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이 펼친 판때기에서 한 걸음도 못 움직이고 있단 얘기로 나는 들린다.

"입만 열면 친서민 하면서 용산 문제를 외면하는" 이명박의 "위선, 그리고 뻔뻔스러움에 우리들이 너무 익숙해져버린" 현실에 대한 경고다.

결국 초점(焦點)은 민주주의를 살려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저 상투적 수사인 '서민'이 아닌, '시민'의 사회적 공동체에 의미를 형성하도록 돕고 사람으로의 존엄성 있는 경제적 삶을 찾도록 민주주의를 되찾는 것이 너무나 시급하다.

'생활정치'나 '서민경제 살리기는' 민주주의를 통해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 바로 첩경이기 때문이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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