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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156>

허리가 아픈 태국 여성이 왔다.
그녀는 지난 4년 동안 플라스틱 사출 공장에서 일했다. 3년 동안은 편안했다. 순수하게 사출 일만 했으니까.
그러나 재입국한 지 6개월 되는 달부터 문제가 생겼다. 남자 노동자들이 대거 퇴직하는 바람에 여자의 몸으로 무거운 플라스틱 원료를 들어 날랐기 때문이다. 척추에 무리가 갔다. 그녀는 자기 돈을 들여 허리를 치료했다.

그녀의 바램은 산재로 치료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말했다.
"산재 안 돼요. 기계 내려와 손 자른 것은 산재 돼요. 의사 선생님이 봐도 분명히 산재니까. 그러나 *오래 된 병은 의사 선생님이 산재 안 해줘요. 일하다 다쳤는지 몰라! 몰라! 하면서."
그녀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떠올랐다.
나는 내쳐 말했다.
"산재 안 되니까 *회사 바꿔요. 그래야 허리 안 아프지."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 무거운 거 안 날라요. 이제 남자 왔어요."
태국 남성이 새로 와서 이제는 무거운 원료를 들지 않아도 되므로 회사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게 얼마 가랴? 지금 외국인 노동자가 태부족해서 언제 또 무거운 물건을 나를지 모르는 것을!
나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도 바꿔요. 가벼운 일 하는 곳으로."
그러자 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무서워요."하면서.
모두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어리둥절했지만 순간 사태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익숙한 회사를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구?
간단하다.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회사를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떠날 마음이 전혀 없다. 낯선 세계로 나가는 것이 정말로 무섭기 때문이다. 실제로 눈물이 날 정도로 무섭다. 그래서 허리를 다치고 아픈 데가 도질지라도 떠나지 않는다. 매일 밤 두들겨 맞는 아내가 낯선 게 두려워 폭력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혹자는 개명 천지에 어찌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냐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몇 십 년 전 우리도 그랬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태국인 중 일부의 사고방식은 우리 60년대와 비슷하니까.

*오래 된 병 : 의사들은 만성병을 산재로 처리해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과 병 사이에 분명한 연관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 바꿔 : 마침 그녀는 재입국한지 1년이 다 되어가므로, 마음만 먹으면 만 1년이 되는 날 회사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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