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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표 '신뢰', '실례'가 됐다"

[이철희의 이쑤시개]<6> "경민이는 실종되고 종인이는 행불되고…"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25일 취임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무력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아버지와 달리,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에 머물게 된다. 1979년 10·26 사태 후 34년 만이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과 손발을 맞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선 기간에 내세웠던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수식이 무색하다. 제일 먼저 인사청문회를 거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책임 총리' 자질성 문제로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여기에 대선 기간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마저 빛이 바랜 상태이다.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정부 인선에 대해 "예스맨보다 더한 노드맨(끄덕이는 사람, nod man)"이라고 말했다. '예스(yes)'인지 '노(no)'인지 의사표현도 안 되는 사람들이라는 혹평이다. 서양호 실장도 "(참모들이) 자기주장을 하고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새 정부 '5대 국정목표'에서 사라진 '경제민주화'에 대해 "경민이는 실종되고, 종인이는 행불됐다"는 말을 전했다. '경제민주화'를 국민에게 각인시킨 김종인 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존재가 희미해졌다는 의미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이 갖고 있던 장점인 '신뢰'가 '실례'가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2월 셋째 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당선인이 '잘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44%이다.

새 정부 출범 사흘을 앞둔 22일 밤, 이들은 <이철희의 이쑤시개>를 위해 서울시내 모처에서 모였다.(☞ 바로 듣기)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이 담긴 '제18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가 25일 발행된다. 우정사업본부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최초 여성 대통령의 온화하고 당당한 모습을 태극기와 함께 간결하고 품격있게 표현했다'고 밝혔다. 위 우표는 '나만의 우표'로 박근혜 당선인의 어린 시절부터 퍼스트레이디·국회의원·대통령 후보 시절 등 다양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경민이는 실종되고 종인이는 행불되고…"

지난 21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 '5대 국정목표'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의 10대 핵심 공약 첫 번째였던 '경제민주화'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하위분야로 전락했다. 야구의 4번 타자가 한순간에 벤치로 물러난 것이다. '경제민주화-김종인'에 대해 "경민이는 실종되고 종인이는 행불되고…"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철희 소장은 시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가 새 정부 국정운영에서 사라지고, 김종인 전 위원장과 박근혜 당선인의 사이가 벌어진 것에 대해 "이렇게 싸늘하게 외면할 수 있을까"라며 "'박 당선인이 참 독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지금 박근혜 당선인이 하는 것은 여러 과제를 묶어서 가는 것인데, 그렇다면 경제민주화는 계속 죽을 수밖에 없다"며 정권 초반기에 강력하게 이슈를 몰고 가기보다는 뒤로 미룬 전형적인 관료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윤철 교수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김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이) 대기업의 횡포 등을 대선 과정에서 얘기했는데, 그 부분이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로 가면서 강조점이 달라졌다"며 사라졌다기보다는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선를 보면 안다"며 새 정부 주요 요직에 지명된 인사들 중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사람이 없음을 지적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 사령탑'에 전형적인 시장주의자인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김원동 조세연구원장을 각각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에서 20년 동안 지속해온 양극화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박근혜 주변, '고개 숙인 남자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지난 22일 보류됐다. 민주당은 가족 재산 증여와 아들 병역 문제 등 정홍원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가 과연 '책임총리'로 국정운영을 잘해낼 수 있는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 후보자가 행사했다는 국무위원(장관) 인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철희 소장은 이보다 더 깊숙이 이쑤시개를 찔렀다. "무엇인가 '딜(거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현재 여야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거론했다. 정홍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도구 삼아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을 얻으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어 민주당에 "(국무총리 임명을 보류)한 김에 장관도 하나 날리시죠"라며 두 번째 이쑤시개를 꺼내 들었다. 그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지목하며 "해도 해도 너무한 사람을 지명을 해 놓고 '나 몰라라' 한다"며 "박 당선인이 나와서 최소한 유감표명을 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철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 주변 남자들에 대해 "'고개 숙인 남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를 이끌어갈 사람들의 무능력을 비판한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개편될) 정부조직법에 인사문제를 청와대 비서실장이 총괄하게 되어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허태열 새누리당 전 의원은 '섹스 프리' 발언 등으로 일찌감치 문제적 인사로 지목됐다. 허 후보자는 지난 20일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라며 논문표절을 시인했다.

"유시민, 취미로서의 정치를 기대한다"

이철희 : 유시민 진보정의당 전 공동대표가 2005년 10월 28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직을 사임하면서 안도현 시인의 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블로그에) 올려놨던 게 생각난다. 그 두세 줄로 본인의 심정이나 정서를 전달한 건데… 참, 글 잘 쓴다.

서양호 : 글 얘기하니까 (유시민 전 대표의) 자전적 에세이 <어떻게 살 것인가>(아포리아 펴냄)가 곧 출판된다. (책에)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조언하는 내용이 나온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그것도 대통령을 목표로 삼는다면 권력투쟁을 놀이처럼 즐거운 일로 여기면서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인생을 통째로 걸어야 한다는 뜻".

"인기란 아침안개와 같다. '좋은 생각'과 '착한 이미지'로 인기를 잠시 붙잡아 둘 수는 있지만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운영할 세력을 구축할 수는 없다."

이철희 : 100% 동의, 전적으로 동의한다.

서양호 : 철수 형, 새겨듣고. 시민이 형, 축하해!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찾겠다는데… 부럽다.

박용진 : 누가 '이제 민주당은 죽었다'라고 했다. 이번 책에서 민주당에 남긴 말이 있다. 민주당이 얼마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지를 정확하게 얘기했다.

"(민주당은) 온건한 자유주의 성향의 진보적 정책 노선과 튼튼한 지역 기반의 강점 덕분에 아주 망하지는 않을 것."

"그러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의 정치문화가 최악의 단점이다."

김윤철 : 목숨 걸고 하는 사람 못 이기는 게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안 하지만 취미로서의 정치를 하면, 민주당은 큰일 났다.

(일동 웃음)

이철희 : 더 큰일 날 게 어디 있어?

김윤철 : 아무튼 좀 즐거운 정치의 전형이 만들어지기를….

이철희 : 민주당이 정말 바닥일 때 시민이 형 한번 부릅시다.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부터 김윤철 교수-이철희 소장-박용진 대변인-서양호 실장. ⓒ김대현

* 보다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박근혜 표 '신뢰', '실례'가 됐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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