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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에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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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에 사는 이유

[한윤수의 '오랑캐꽃']<123>

지난 5월 나는 <외국인을 돕는 쉬운 방법 Ⅱ>라는 글에서 전국의 교회와 사찰 등에 쉼터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그 후 얼마나 많은 쉼터가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그 글을 쓴 이후로 먹고 재워달라며 찾아오는 노동자가 뚝 끊어졌으니까.

이제 와서 말하지만, 합법 체류 노동자에게는 쉼터가 절실하고 절박하게 필요한 건 아니다. 그들에겐 잘 데가 많으니까. 전에 근무한 회사의 기숙사도 있고. 친구의 기숙사도 있으며, 친구네 자취방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중에 돈도 좀 있기 때문에 직접 방을 얻을 수도 있다.

반면에 난민이나, 임금체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출국을 연기한 체류 연장자, 노동력을 상실한 환자나 장애자, 집에서 쫓겨나오거나 뛰쳐나온 이주여성 등은 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아는 쉼터에 전화해보면 노동자는 많지 않고 위와 같은 부류의 외국인들이 주로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러나 무지하게 답답한 노동자도 있다. 화성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충남 온양에 내려가 있다. 온양에 일거리가 있어서가 아니다. 하필이면 그 먼 곳에다 방을 얻었기 때문이다. 왜 뜬금없이 온양에 방을 얻어? 온천욕 하려고? 아니다. 거기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그는 온양으로 가버렸다! 기가 막히다. 이게 태국인이다.

그는 매일 온양에서 수원 고용지원센터까지 원거리를 버스로 오가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교통비도 교통비지만 시간적으로 얼마나 손해인가! 또한 오늘 퇴직금을 받아달라고 우리 센터에 올 때만 해도 온양에서 천안, 천안에서 오산, 오산에서 발안, 이렇게 버스를 3번 타고 왔다.

그는 매달 한 평 반짜리 방 임대료로 선불 15만원을 내고 있다. 쌀을 사주면 옆방의 친구가 밥을 해주기 때문에 밥값은 안 든다. 다만 반찬값으로 하루에 만원 정도를 쓰니까 한 달에 30만 원이 든다. 전기세와 수도료 포함하면 한 달에 50만 원 이상이 깨진다는 얘기다.

한숨이 나왔다.
"이 답답한 친구야, 나한테 진작 좀 오지."
번 돈 다 쓸 것 같아 물었다.
"쉼터 소개해 줄게. 그리 들어갈래요?."
그는 무척 좋아했다.
나는 어느 쉼터를 소개해 줄까 궁리하다가 그가 다니는 동선(動線) 상에 있는 평택 송탄의 기쁜 교회를 소개해 주었다.
만일 평택의 쉼터를 이용한다면 수원고용지원센터와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한 달에 50 만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온양에 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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