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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떠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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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떠날까?

[한윤수의 '오랑캐꽃']<115>

태국 여성 중에는 람야이란 이름이 많다. 람야이는 태국 북부에서 나는 작은 과일로 그 과일처럼 귀엽다는 뜻이리라.

한국에 와있는 태국 사람은 대부분 *이싼 지방 출신이다. 오늘의 주인공 람야이도 이싼 지방의 콘껜 시 출신이다. 콘껜은 방콕에서 버스로 8시간 걸린다. 가장 가난하고 인구가 많은 지역인 이싼 사람들은 한국에도 많이 나와 있지만 방콕 등 대도시에 나와서 운전수, 짐꾼, 청소부, 가정부 등의 일을 하며 도시의 하층계급을 이룬다. 그녀 역시 고향에서 논농사를 짓다가 방콕으로 나와 공항 근처 음식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도회지물을 좀 먹은 편이다.

람야이는 한국에서 3년 일하고 태국에 한 달 정도 갔다가 재입국하여 1년을 더 일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국을 떠나겠다는 뜻을 회사에 밝혔다. 2년을 더 일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 ⓒ한윤수

왜 한국을 떠날까?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식구들이 보고 싶어서>다. 물론 식구들이야 무지하게 보고 싶지!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크게 보면 4가지다.

첫째, 남편이 한국에서 추방된 게 가장 큰 이유다. 남편은 합법 노동자로 3년 일하고 출국기한을 넘겨 불법체류자로 3년을 더 일하다가 지난 4월 말 출입국 단속반에 붙잡혀 추방되었다. 람야이는 남편에게 크게 의지했는데 그가 없어지자 불안해지고 여기 한국에 혼자 있다는 게 무서워졌다. 물론 남동생이 멀지 않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남동생은 크게 의지가 안된다. 남동생은 제 식구 먹여 살리느라 정신없을 뿐 더러 자신은 출가외인이라고 생각하니까.

둘째, 회사에 일이 많지 않아 수입이 준 것. 한 달 일이 많으면 또 한 달은 일이 거의 없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받는데 세금에 연금에 뗄 것 다 떼고 나면 8, 90만원 남고, 거기서 밥 사먹고 전화카드 사고 이리저리 쓰다보면 집에 50만원 밖에 못 보낸다. 결국 한국에 일거리가 많지 않다는 게 근본 문제다.

셋째, 원화 환율이 오른 것. 1년 전만 해도 한국 돈 100만원이면 태국 돈 4만 바트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돈 가치가 없어져 100만원이 2만 4천 바트밖에 안된다.

넷째,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 전화기 케이스를 만드는 플라스틱 재료 제조 공장인데, 불량이 나면 난리가 나기 때문에 눈으로 꼼꼼하게 살피며 오른쪽의 재료를 들어 왼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2시간 일하고 10분을 쉬는데 눈이 아프고 팔이 저리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고통을 줄여주고 싶어서 회사를 바꿔주겠다는 제의를 해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저도 많이 바꿔봤지만 마찬가지예요."하고 거절했다.

그리고도 한국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남아있다면 마지막으로 <식구들이 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보고 싶다기보다는 안쓰럽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지금 고향집에는 여자는 한 명도 없고 남자만 3명이다. 고향에 아들 형제만 있을 때는 친정 엄마가 불쌍하다고 애들 밥을 끓여 주었다. 하지만 남편이 가고 나선 저희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하며 친정엄마는 상관도 안한다. 그러므로 남편, 중학생인 장남 반야, 초등학교 3학년인 차남 가누봉. 이 선머슴들이 어떻게 밥을 끓여먹는지 죽을 끓여먹는지 진짜 걱정이 된다. 이러니 여자인 자기가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람야이는 한국에 한 번 더 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물은 것이다.
"나 태국 갔다가 다시 올 수 있어요?"
"*안되요. 그래도 갈래요?"
"예, 갈래요."
그녀는 단호히 말하고 어제 떠났다.
이싼도 힘든 곳인데 가서 잘 살기를 바랄 뿐이다.

*이싼 : 태국은 크게 4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북부, 중부, 남부, 이싼. 이싼은 북동부 지역이다. 라오스 국경과 맞닿아 있으며 언어도 약간 달라서 라오스 말을 많이 섞어 사용한다.

*안되요 : 외국인 노동자는 회사에 적(籍)이 없으면 재입국이 안된다. 그러나 회사에 적이 있으면 휴가를 받아 고국에 다녀 올 수 있다. 단, 사장님이 허락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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