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주당은 도대체 이명박 집단에게서 어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보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여기 프레시안 칼럼에서 두 번에 걸쳐서 야당의원들의 의원직 총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첫 번째는 작년 8월이었다.
경찰이 KBS 방송국을 점령하고 경찰의 호위로 이사회를 강행하고 억지로 KBS사장 퇴진 결정을 내렸을 때다. 당시 나는 이 사태를 "사회의 기초인 법을 권력으로 무시하고 농락하는 이런 저열성은 국가를 완전한 경찰국가로 재편하고 이들의 권력을 전면화, 현실화하겠다는 노골성을 드러낸 것이며 "KBS를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면서 "상시적 범법(犯法)이 이제 착란(錯亂)으로 치달았다"고 했으며, "이미 국회 무시는 다반사고 민주주의 절차는 만신창이가 됐다. 아예 작심하고 '정치' 자체를 의도적으로 내놓고 실종시키겠단 발상이다."라고 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집단은 소수 야당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유치하게도 허울뿐인 '민생'이라는 말로 국회 정상화를 요구한다. 야당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야당은 지금부터 한나라당의 전략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 정치 자체가 이명박으로부터 능멸당하면서 무슨 여가 있고 야가 있는가? 정치가 불가능한 현실인데 무슨 국회 정상화인가? 야당의 당 대표나 원내대표의 임무는 앞장서서 정치를 선도하는 것이지 현실을 뒤따르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치력을 내세워 '꼼수'와 '술수'를 부릴 때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해서 행동하는 정치인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금 야당은 정치판 자체를 갈아엎고 다시 짜야만 한다. 현재의 원내 정치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 여당의 정치 공작에 끌려가는 것일 뿐이다. 야당은 보다 근원적이고 본원적인 가치와 쟁점들을 시민의 시각에서 재편시킬 시점이다. 야당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야당은 의원직 총사퇴의 배수진을 쳐라. 다시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7개월이나 흘렀다. 그리고 또 실기했다.
도대체 민주당은 전략과 전술은커녕 정치의 본령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가?
나는 또 작년 12월 26일, 여기 프레시안 칼럼에서 야당 의원들의 의원직 총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4개월 전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의 이명박 정부의 파행(跛行)을 지켜보고만 있을 건가?"고 얘기하면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고, 얼마나 더 많은 가정에 가장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야 하며,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인성이 파괴되어야 하고, 얼마나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진퇴양난에 빠져야 하며, 얼마나 더 많은 역사왜곡과 얼마나 더 많은 국토파괴와 얼마나 더 많은 국가체제 유린과 얼마나 국가정통성이 훼손되고 나서야, 급브레이크를 밟을 건가. 그 땐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른다. 이제 이때쯤에서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지금 야당은 국민 일반이 현재의 상황과 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다수 국민들은 대운하 반대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방송법 개악 반대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노동법 개악 반대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집시법 개악 반대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교과서 개악 반대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일련의 정책들을 모조리 반대한다."고 했으며 "정말 이명박은 국가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건가? 쿠데타가 아닌 다수결로 집권했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 다수결이 합법성이다? 다수결이 꼭 민주주의라고? 이미 국회 무시는 다반사다. 민주주의 절차? 형해(形骸)도 없다. 아예 작심하고 '정치' 자체를 의도적으로 내놓고 실종시키겠단 발상으로 막무가내다. 지금 한나라당은 국회법을 다수결로 무력화시켰고 의회주의를 농락하는 저열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국가를 경찰국가로 재편시키려 하고 있고 기득권의 권력을 전면화, 현실화하겠다는 노골성을 마구 드러냈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야당은. 판(版) 갈이를 새로 해야 한다. 판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현재의 정치판 자체를 산산이 부시고 다시 세워야 한다. 의원직에 연연하면 할수록 무기력에 빠지고 만다. 의원직에 연연하면 이제 당신들 서 있는 그 자리 자체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또 3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또 실기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합의했다는 '3·2 여야 합의' 란 무엇인가? 도대체 '합의'라는 정상적인 의미가 상대 당인 한나라당과의 '합의'에서 해당이나 되고 통하기나 할까?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상임위에서 언론 관련 '악법'들을 기습 상정한 것을 비롯해 여·야 교섭단체의 잠정 합의안을 몇 시간 만에 뒤집은 전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는 언론 관련법을 어떻게 합의 처리할 수 있단 말인가? 민주당 최대 비주류 모임인 '민주연대'의 성명처럼 "이번 합의는 폭력과 협박, 기만 등의 강박에 의한 합의였기에 원천무효"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바로 어제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 금산분리 완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2월 처리가 무산됐다. 그러나 그 이전에 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한 법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정무위에서 속전속결로 강행통과 되었고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등 여야 대립을 부른 정무위 쟁점법안을 강제 통과시켰다. 이들 법안은 전날 여야 대표들의 합의대로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협의가 진행 중인데도 여당 의원들을 앞세워 강행통과를 막으려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밀어낸 뒤 야당의 거센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14분여 만에 법안통과를 밀어붙인 것이다. 이처럼 본회의에서 2월 처리가 무산됐다고 결코 무산된 것이 아니다. 정무위에서 보듯 한나라당의 행태는 가열차게 계속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도대체 민주당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난 대선의 패배 이후 거의 연장선에서 헤매고 있는 중이다. 한나라당의 프레임에 걸리고 이명박의 프레엠에 갇혀 꼼짝을 못하고 있다. 정치력은커녕 정치 자체를 모른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프레임이란 '이명박 권력의 프레임'을 뜻한다.
이 프레임을 깨지 못하고는 당할 재간이란 야당의 현재 의석으로는 전혀 불가능이다.
그런데? 민주당 대표인 정세균은 "주가 떨어지고 환율 올라가는 상황을 고민 안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또 "4개월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6월에도 절대 MB악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단다.
아니? 4개월이나 더?
이런 현실의 국가 파행의 미친 질주를 더 지켜보면서 더 기다리겠다고?
이 수준이라면 그는 정치를 접어야 옳다. 지금은 '제대로의 정치'를 실행에 옮길 때다.
그럼 '제대로의 정치'란 무엇인가?
민주당 영등포 당사 대표실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는 '촛불시민'들이 답하고 있다.
그게 정답이다.
"한나라당, 저들은 지금 벌이는 모든 야만적 행태들에 대해 끝없이 경제위기 극복을 핑계 대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그들에 동조해 덩달아 경제위기 운운하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반 정권 투쟁에 나설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게 바로 작금의 현실정치의 답이다.
여기에 즉시 즉각 답하지 못하는 민주당이라면 이제 그런 야당이란 설 자리가 거의 없다.
전술과 전략도 이젠 실기다.
이명박 '권력의 프레임'에 갇혀 '권력에 복종'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젠 오직 이 물음에 직각으로 맞닿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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