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의 역사는 국내최초의 창작뮤지컬인 살짜기 옵서예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6년 10월26일 당시 서울시민회관에서 공연되면서 시작됐습니다.
흥겨운 춤과 노래로 삶의 고단함을 녹여주었던 한국뮤지컬의 지난 40년. 그러나, 최근 일본의 초대형 뮤지컬극단인 극단 시키의 한국진출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국 뮤지컬이 "뮤지컬의 날"을 선포하는 등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뮤지컬협회 윤호진 이사장을 초대해서
한국 뮤지컬이 걸어온 지난 40년을 되돌아보고 일본극단 시키의 한국진출이 국내 뮤지컬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국내 뮤지컬 산업이 안고 있는 고민은 또 무엇인지 뮤지컬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뮤지컬협회 윤호진 이사장입니다. 윤호진 이사장은 1948년 충남 당진출생으로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와 미국 뉴욕대학 대학원 공연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70년 극단 실험극장에 입단했으며 1976년 연극 그린 줄리아를 연출하면서 연출가로 데뷔 했습니다. 이후 실험극장 대표,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원장, 뮤지컬 전문극단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 등을 맡고 있습니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명성황후, 몽유도원도, 겨울나그네 등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지난 월요일, 23일에 제 1회 대한민국뮤지컬페스티벌을 개최하셨습니다. 성공적으로 끝났습니까?
윤호진 : 대성공이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저희가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5천 명 정도의 구름같은 관중들이 몰렸고 5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저희들이 만든 잔치를 아주 즐겼습니다.
박인규 : 이 날을 '뮤지컬의 날'로 선포하셨는데, 66년도에 살짜기 옵서예까 공연된 것을 기념해서, 말하자면 그 작품이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윤호진 : 그렇죠. 서양적인 뮤지컬 폼으로 규정짓는다면 최초의 뮤지컬이 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살짜기 옵셔에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윤호진 : 연극 배비장전을 뮤지컬로 만든 겁니다. 만들게 된 계기가, 그때 이북의 가극단들이 많은데 그것에 대항하기 위한 쪽으로 시립가무단 같은 걸 만들어서 첫 작품을 만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사실 뮤지컬의 날을 이미 십여년 전에 날을 채택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윤호진 : 그랬는데 흐지부지 돼서, 그때도 협회라는 게 하나 만들어졌었습니다. 그런데 활동이 미비해서 자연스럽게 없어졌다가 올해 뮤지컬이 한해 100편 정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자체적인 자율적인 정화기능도 있어야 될 것 같고, 우리가 뭉쳐서 대정부나 지자체에 건의할 건 건의하고 뮤지컬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기틀을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해서 이번 5월에 다시 뮤지컬협회를 창설했습니다.
박인규 : 뮤지컬 산업이라는 말을 씁니까?
윤호진 : 엄청난 산업이죠. 예를 들자면 영국의 카메론 매킨토시나 앤드류 로이드 웨버 같은 작곡가들의 일년 매출이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보다 많으니까요.
박인규 : 5월에 뮤지컬협회를 다시 한 번 결성하고 윤호진 연출가님을 이사장으로 모신 건 뭔가 국내뮤지컬산업을 새롭게 키워보자는 결의도 있었고, 또 하나는 일본의 초대형 뮤지컬 극단.. 시키라는 극단이 국내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윤호진 : 그건 부분적이고, 우리가 뮤지컬협회를 5월에 만들었는데 그때 물밑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롯데가 전용극장을 만들어서 그것을 일본 시키한테 준다는 얘기는 없었어요. 우리 메이저 프로덕션들한테 운영계획을 받았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당연히 롯데가 그렇게 우리한테 계획을 받아서 운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키가 관여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우리가 명확한 증거 없이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주시하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쪽으로 넘어가서 저희가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겁니다.
박인규 : 5월에 모인 건 시키의 한국진출과 무관하게 한국뮤지컬 산업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보려는 것이었는데, 마침 시키라는 일본극단이 국내에서 공연을 하고 국내에 생긴 뮤지컬 전용극장을 소유하게 된 겁니까?
윤호진 : 예. 장기소유를 할 수 있게 됐죠.
박인규 : 저는 뮤지컬에 문외한이지만, 제가 알기로는 브로드웨이나 프랑스에서 유명한 뮤지컬 극단이 들어오면 국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였는데 왜 시키의 국내 진출이 문제가 되는 건가요?
윤호진 : 왜냐 하면 기존 상식을 깬 사건이거든요. 외국의 라이센스 뮤지컬이 들어올 경우는 현지 제작자가 현지 배우를 써서 제작하는 게 통례입니다. 한국 배우와 자본이 들어가는 건데, 일본이 자기 자본을 갖고 들어와서 자기가 썼던 세트와 의상이 있으니까 경쟁력이 더 클 수밖에 없죠. 또 반주도 가라오케 반주로 합니다. 라이브가 아니고. 그러니까 가격을 9만원으로 내란다면서 마치 한국이 그동안 가격을 지나치게 부풀린 것처럼 많은 사람들한테 알리면서. 어떻게 보면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봐지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그런 직배자본들이 들어오는 것을, 만약 일본 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라도 반대하거든요. 왜냐하면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박인규 : 예를 들면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유명한 뮤지컬을 공연한다면 그걸 브로드웨이의 극단이 와서 제작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한다.
윤호진 : 이미 한국 제작자가 제작했습니다. 설도현이라는 제작자가 했죠. 외국에서 오는 것은 그쪽 의 연출진이랄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자본을 대고 한국 배우를 쓰고 우리 언어로 하는 게 관례입니다. 그런데 그걸 일본이 깨고 들어오는 거죠. 그러면서 마치 여기서 우린 이익이 남아도 한국에 되돌려준다. 장사가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이해가 안돼요. 상업적인 목표를 갖고 들어오는 것이지, 한일간의 문화교류를 갖고 들어오려면 자기들 작품을 갖고 들어와도 되거든요. 그럼 우린 100% 환영합니다. 도와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와주고. 그러나 이건 엄격하게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반대하는 겁니다.
박인규 : 이번에 가지고 오는 작품이 라이언킹이라는 브로드웨이 작품이죠? 시키라는 극단은 어떤 극단입니까?
윤호진 : 거대 공룡과 같습니다. 일본에서 한해 2500회를 공연하는 엄청난 극단입니다.
박인규 : 일본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나요?
윤호진 : 그렇죠. 일본의 사장에서 이제는 더 이상 팽창할 수가 없습니다. 2500개를 하려면 8개 프로덕션이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공연을 1년 내내 해야 되는 숫자거든요. 그게 각 지방마다 퍼져 있고 엄청난 공룡으로 컸는데 일본에서 더는 팽창할 데가 없으니까, 힘이 남아돌면 해외진출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국제관례를 깨면서, 또 디즈니프로덕션도 엄청나게 시키에서 돈을 많이 받아가니까 관례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들어준 겁니다.
박인규 : 일본에서는 시장이 다 찼으니까 시키가 직접 한국에 와서 공연하겠다.
윤호진 : 그래서 한국을 발판으로 중국까지 가겠다는 거거든요.
박인규 : 초대형극단 시키의 해외진출의 첫 대상지가 한국이 되는 겁니까?
윤호진 : 신 대동아경영입니다. 그렇게 비유하면 정확합니다.
박인규 : 프랑스든 미국이든 외국에 가서 할 때는 그 나라의 제작자들이 하는데 시키는 그렇지 않단 말이죠. 이런 걸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나요?
윤호진 : 없습니다. 관례기 때문에
박인규 : 도의적으로는 안 되는 거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니까 밀고 들어온다.
윤호진 : 그러니까 이게 성공할 경우에는 다른 직배, 다른 외국 유수의 회사들. 영국의 RUG나 카메론 매킨토시나 이런 회사들이 직접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박인규 : 새로운 선례를 남기겠군요.
윤호진 : 그렇죠. 그래서 이것이 안 돼야 됩니다. 그래야 한국 프로덕션과 프로듀서, 우리 뮤지컬이 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게 밀고 들어오는데, 공연이 며칠 안 남았는데 막을 방법은 없고 어떻게 해야 됩니까?
윤호진 : 막을 방법은 관객이 안 가는 길밖에 없죠. 그건 우리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한국뮤지컬 발전을 위해서 저것이 롱런이 안 되게끔 어느 정도 견제해 줬을 때 이 시장이 만만한 시장이 아니구나... 예를 들면 일본자본이 할리우드를 상당히 많이 잠식했다가 할리우드 특성상 다 손 들고 나갔잖아요. 그 특성을 이해 못해서. 이거나 똑같은 겁니다.
박인규 : 그런데 일반 관객들은 이 라이언킹이라는 뮤지컬이 한국 제작자가 하는 건지 일본 제작자가 하는 건지 잘 모르는 거 아닙니까?
윤호진 : 그러니까 언론에서 알려야지요.
박인규 : 특히 이번 시키가 국내에 와서 자체제작으로 공연한다고 하지만, 배우들도 70%가 한국 배우라고 들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히 논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윤호진 : 거의 다 한국배우죠. 거기에는 조총련 계열 배우도 있을 거고, 한국어를 써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한국배우들이 하는데 거기에도 문제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 배우들을 오디션에서 뽑아갔는데, 예를 들자면 각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의 차이가 있는데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공연을 만드는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도 나름대로 공연을 만드는 방법이 따로 있거든요. 그런데 일본문화의 방법에다가 한국배우들을 강제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문제점이 많습니다. 중간에도 아마 도중하차한 배우들이 있는 걸로 알거든요. 견디지 못해서. 그런 것, 강요한다는것 자체가, 이렇게 해 가면서 남의 나라 시장에 들어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봐야지요.
박인규 : 국내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 중에 이번 시키에서 제작하는 라이언킹에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해서는 다른 국내작품 출연에 제한을 두겠다는 얘기도..
윤호진 : 저항을 하려면 수단이 있어야 되잖아요. 처음에는 강력한 수단 방법으로 그것을 활용했는데 한 번 출연하는 걸 어떻게 막습니까, 그건 나중에 다시 문제점만 배우들이 알고 돌아와 준다면 우리는 문 열고 환영할 생각입니다.
박인규 : 그런데 일각에서는 그런 것들을 용인을 해줘야 우리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호진 : 우리도 나갑니다. 이번에 겨울연가를 공연하고 있고 우리나라 작품들이 해외에서 공연된 작품이지만 일본에 간 경우가 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것도 브로드웨이 작품인데 일본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주 단기간, 전혀 그곳 시장에 영향을 안 주는, 그리고 일본 프로듀서가 초청해서 간 거거든요. 한국측에서 시장을 막 만든 게 아니라 전혀 상황이 다릅니다. 그런 것과 시키를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됩니다. 한국에 유일하게 생긴 전용극장을 완전히 몇 년간 독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얘기죠.
박인규 : 뮤지컬전용극장이라는 게 뮤지컬 산업발전에서 그렇게 중요한 겁니까?
윤호진 : 아주 중요합니다. 이거 없이는 뮤지컬이 발달할 수 없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일본의 초대형 뮤지컬극단이 시키가 한국에 본격 진출하면서 국내 뮤지컬산업이 상당히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군요. 상당히 심각한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한국뮤지컬의 현주소, 앞으로의 발전방안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시키의 국내진출을 법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고 국내뮤지컬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국내 뮤지컬 전문 극단이 얼마나 됩니까?
윤호진 : 자고 깨어나면 생기는 정도니까 정확히 집계하긴 어렵지만 1년에 작품이 100편 정도 제작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프로덕션도 한 70개 정도 주변을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대략 한 프로덕션이 1년에 1.5개.. 그 중에 창작뮤지컬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됩니까?
윤호진 : 지금은 50%를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소극장 뮤지컬이 많은데, 지금 대학로에 가면 옛날에는 소극장들이 거의 연극을 했는데 지금은 연극은 몇 편 없고 다 뮤지컬로 움직입니다. 그 쪽에서 하고 있는 것들이 거의 다 창작뮤지컬이에요.
박인규 : 국내 수용계층에서 연극보다는 뮤지컬을 선호하는 모양이죠?
윤호진 : 작년에 집계된 것이 뮤지컬관객이 100만이 돌파됐다고 하니까, 100만이라고 하면 적은 것 같지만 사실은 프로야구가 모으는 관중이 1년에 350만이거든요. 그것에 비하면, 더구나 옥내로 들어왔을 때 100만이라는 건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런 면으로 봤을 때는 이 숫자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겁니다.
박인규 : 창작뮤지컬이 절반 이상을 넘고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보는 인구가 1년에 100만이다.
윤호진 : 그런데 연극을 보는 인구들이 점점 많이 뮤지컬 쪽으로 흡수됐고, 또 새롭게 처음부터 아예 뮤지컬 마니아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마니아들은 한 작품을 한 번 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여러 번 봅니다. 거의 광적인 마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박인규 : 윤호진 이사장님도 처음에는 연극을 하셨다가 옮겨 오셨는데, 보시기에 한국뮤지컬의 예술적 상업적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윤호진 : 지금 다른 나라에서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한국 마켓을 어메이징 마켓이라고 얘기합니다. 너무 놀랄 정도로, 성장률이 생각을 초월할 정도로 넘어서니까요. 그래서 지금 5대 시장 운운하는데 제가 볼 때는 조금 있으면 3대 시장까지 육박하지 않을까 합니다. 3대 시장이면 미국 영국 다음이라고 봐야죠. 그리고 그런 관객들 뿐 아니라 한국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옛날부터 가무에 능한 민족이라고 했지만, 전국에 이렇게 노래방이 많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전 국민이 노래를 잘 할뿐더러 가무를 즐기는 데 아주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그런게 많이 죽었지만 본래 성향은 상당히 가무를 즐기는, 그리고 또 보여주는 춤을 가진 나라거든요. 전 세계에서 보여주는 춤을 가진 나라는 몇 나라 없습니다.
박인규 : 보여주는 춤이라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윤호진 : 코트댄스를 얘기합니다. 궁중에서 보여주는 춤이랄지, 우리나라에는 고전무용이 있지 않습니까. 외국에는 포크댄스는 있어도 보여주는 춤은 별로 없죠. 발레 같은 보여주는 춤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서 얼마 안 됩니다. 또 아마 앤드류 로이드 웨버 같은 세계적인 작곡가가 나와 준다면 한국뮤지컬은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뮤지컬을 만드는 나라 중 하나로, 아마 빅3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막는 장애요인이나 시급한 과제가 있습니까?
윤호진 : 그게 인프라입니다. 전용극장이 있으면 좋은데.. 지금 소극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해외로 나갈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려면 중극장 이상에서 뭔가 만들어지는, 뭔가 규모가 켜야지요. 그래야지 스펙터클이 있고 보여지는 것들이 나올 수 있거든요. 소극장은 원세트에서 움직이니까 한계가 있고, 여러 가지 무대 위에서 환상, 일루전이 있어야 되고 아주 아름다움이 만들어져야 되는데 그런 걸 하려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큰 극장이어야 되거든요. 그런 전용극장이 많이 생겨야 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하나 만들어진 극장을 일본이 점유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거죠.
박인규 : 샤롯데극장을 시키가 장기임대하는 건 왜 그렇게 된 겁니까?
윤호진 : 롯데가 개인적인 관계라고 하더군요. 저도 잘 모르지만 롯데 오너와 시키의 아사리 대표와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합니다. 친하니까, 내가 지어줄 테니까 그냥 와서 하라고 했겠죠.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관계로 형성된 거 아닌가 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고 해도 시키한테만 독점적인 권한을 주지 않고 국내뮤지컬 극단도 함께 쓸 수 있었더라면 좋을 텐데요.
윤호진 : 그래서 처음엔 우리한테 운영기획안을 다 받았습니다. 그런데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으로 시키한테 전해졌거든요. 그래서 저희의 분노가 더 컸던 거고 롯데의 부도덕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에서 돈을 벌어서 한국뮤지컬을 할 수 있는 사람들한테 기회를 줬어야지 왜 첫 번째 막을 열면서 굳이 일본한테 그걸 줬느냐. 진정으로 롯데그룹의 정당성이 있느냐를 얘기하고자 하는 거죠.
박인규 : 일단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이라고 할 수 있는 샤롯데극장은 일본의 초대형 극단인 시키가 소유하게 됐고, 그렇다면 한국뮤지컬산업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뮤지컬전용극장을 만들어야 할 텐데...
윤호진 : 그렇죠. 대항할 수 있는 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줘야 됩니다. 서울시에서도 해줘야 되고. 예를 들면 관광객이 들어와도 볼 게 제대로 없는데 그런 극장을 지어 준다면, 제가 연출한 명성황후만 해도 극장이 없어서 공연을 못하거든요. 그걸 상설로 공연한다면 외국 관광객들이 계속 와서 볼 수 있는... 미리 예약도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지금은 창작뮤지컬이 대응할 만한 공간이 없어요.
박인규 : 뮤지컬전용극장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복안이 있으신가요?
윤호진 : 그래서 서울시하고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남동 자동차면허시험장 부지를 서울시에서 뮤지컬전용극장 부지로 확정했습니다. 300억의 공시를 해서 뮤지컬전용극장을 3백억 정도를 들여서 공고를 합니다. 그걸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든 어떤 기업이 참여해서 기부체납을 하든, 그렇게 해서 뮤지컬전용극장으로 하려는 움직임을 갖고 있고. 그리고 또 동대문운동장이 없어지면서 본래 계획은 그곳이 녹지공원이 되면서 지하로 극장이 들어가게 돼 있었습니다. 뮤지컬전용극장이. 그것이 아직도 서울시에서 유효한지, 아니면 저희가 협회 차원에서 그런 걸 적극적으로 서울시에 권유를 해야지요.
박인규 : 앞으로 윤호진 이사님께서도 상당히 로비를 많이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중에 국내 뮤지컬계에 앤드류 로이드 웨버 같은 탁월한 작곡가가 있다면 한국뮤지컬이 굉장히 클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창작 분야에서 좀 더 보완돼야 될 부분은 없나요?
윤호진 : 그래서 저희가 문광부에 예산신청을 했습니다. 젊은 작곡가들과 젊은 작가들, 젊은 배우들이 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선진교육을 제대로 받고 워크샵을 한다든지, 제대로 된 사람을을 초청해서 선진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워크샵을 협회에서 많이 주관해서 개최려고 합니다.
박인규 : 혹시 별도의 뮤지컬배우들, 안무가나 작곡가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기관은 없습니까?
윤호진 : 그래서 저희 단국대학교도 내년에 서울에 뮤지컬 전공이 생깁니다. 지금 전문대학에서도 열 몇 개의 학교에 뮤지컬 전공이 있습니다. 그것이 점점 4년제로 확산이 돼 가고. 왜냐면 대학로에서 연극보다 뮤지컬 숫자가 더 많으니까 뮤지컬 전공을 한 사람들이 무지무지 필요한 상태거든요. 지금 공급이 딸립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전문교육기관에서 계속해서 교육이 되고, 그리고 정부 등에서 훌륭한 인재들을 해외에 파견해서 선진기술을 배워올 수 있게끔, 겸해서 그런 여러 가지 제도를 활용한다면 워낙 재주들이 출중하니까 조만간, 지금도 작곡 공부하러 외국에 나간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 같은 사람이 나오지 말란 법 없거든요. 나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그 노래라는 것은. 저희는 그런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일본극단 시키의 한국진출이 가시화 됐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게 선례가 돼서 미국의 거대극단이 들어오려고 할 것 같다는 걱정도 되는데요. 마지막으로 뮤지컬협회 이사장으로서 한국 뮤지컬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건 뭐다. 정부나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윤호진 : 우선 제일 필요한 것이 뮤지컬에 대해서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는 거구요. 예를 들면 이번에 일본의 시키극단이 와서 성공하지 않게, 롱런하지 않게 우리가 어느 정도 견제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정부는 좀 더 우리 창작뮤지컬이 발전할 수 있게 여러 가지 지원제도와 인프라, 특히 전용극장을 하루빨리 지어줘서 우리가 외국의 거대자본과 대항해서 이길 수 있게 해준다면 우리 뮤지컬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위기라는 말은 위험이자 곧 기회라고 하더라구요. 차제에 한국뮤지컬이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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