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문정인 교수를 초대해서, 유엔사무총장이란 어떤 자리이고, 반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임명이 한국외교사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질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인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숩니다.
문정인 교수는 1951년 제주 출생으로 연세대힉교에서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릴랜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켄터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와 미국 국제정치학회부회장,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4년부터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로 활동중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리 시간으로 오는 14일 오전 4시면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추인됩니다. 우선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문정인 : 상당히 경하할 일이죠. 한국이 어떻게 시작된 나랍니까.. 1950년에 6.25가 났고 유엔에서 참전결정을 했고 유엔의 개입 때문에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심지어 유엔의 날을 지켰던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었는데 그런 나라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건 상당히 의미있고 경하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외교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유엔에 의해서 만들어진 나라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나라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나왔다. 이번에 8대 유엔사무총장이 되시는데 선출과정이 이전보다 상당히 투명하고 민주적이었다고 하던데요?
문정인 : 과거에는 항상 정치적 딜이 있었거든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대 강대국들의 정치적 흥정에 의해서 사무총장이 결정됐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거 없이 공정하고 투명한 4차에 걸친 선거를 통해서 이뤄졌는데 소위 뒷거래는 없던 걸로 압니다. 상당히 잘 되고 투명하고 모범이 될 만한 선출과정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유엔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루즈벨트 대통령은 유엔사무총장을 세계의 중재자라고도 했고, 국내 언론보도를 보면 지구촌의 재상이라고도 하던데, 유엔사무총장의 역할은 어떤 겁니까?
문정인 : 사실상 유엔이 창설됐을 때, 특히 3대 사무총장까지만 해도 유엔사무총장은 세계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중재자 역할을 했죠. 그러다 유엔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유엔사무총장의 기능도 함께 약화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자리가.. 우선 유엔 관련 식구가 6만입니다. 그 산하기관의 6만 명의 종사자들의 행정수반이기도 하고, 해외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PKO 숫자가 10만 명인데 그들의 총사령관이 되겠죠. 그리고 아까 지적하셨습니다만 지구촌의 수장이라고 얘기할 수가 있겠죠. 그리고 본인이 노력을 열심히 하고 강대국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힘만 실어준다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평화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많은 일을 이룰 수 있는 자리다. 일반 사람들은 사무총장이 되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을 것 같아요
문정인 : 연봉은 한 30만 불이 채 안될 겁니다. 큰 조직의 장으로서 그리 많이 받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뉴욕의 유엔협회에서 기증한 저택이 있는데 1년에 딱 1불 내고 사실상 공짜로 쓰거든요. 그리고 뉴욕 맨해튼 한 복판에 그런 저택을 갖는 건 의미있는 것이고, 경호원 붙고 국가 원수급 대우를 받고, 전용기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사실상 일정을 보면 일개국 대통령보다도 유엔사무총장 일정 잡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만큼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세계의 대통령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반기문 장관이 사무총장이 되시면 8대라고 하던데요, 앞의 7분은 대충 어떤 분들인지 소개해 주시죠.
문정인 : 1대가 노르웨이 출신 튀뤼그베 리 사무총장이 있었는데요, 최초의 유엔을 만들면서 기초작업을 많이 했고. 2대가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신 스웨덴의 다그 함마르셀드. 이 분이 어떻게 보면 유엔의 이미지를 재고하는 데 가장 공헌했고 유엔을 위해 순직한 분이 됐고 3대가 우 탄트. 지금은 미얀마가 됐지만 버마 출신이었죠. 아마 아시아 사람으로서는 우 탄트 총장이 처음이었거든요. 저 어렸을 때 우 탄트 사무총장 이름이 사회 시험에도 나올 정도였는데. 그 이후 4대가 쿠르트 발트하임인데 결국 SS.. 나치에 가담했던 이유 때문에 나중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사무총장의 프로파일이 상당히 약화됐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5대가 케야르. 6대가 부트로스 갈리, 그리고 7대가 코피아난.
박인규 : 유럽 사람들을 제외하면 버마나 페루, 이집트, 가나.. 대개 유엔사무총장을 한 나라들이 중립국이고 비동맹인데, 우리나라의 반기문 장관이 출마하신다고 했을 때 초기에는 한국이 분단국이고 미국과 굉장히 가까운 나라인데 과연 한국출신이 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가능하게 됐는지..
문정인 : 우선 아시아 지분이라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이번에는 아시아에서 뽑아야겠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기본적 합의가 있었고, 아시아에서 반장관과 경합한 분들의 면면이 반장관님을 능가할 정도가 아니었고. 그러나 그 못지않게 반장관의 개인적인 매력이나 역량도 작용했고. 더 나아가서는 한국 외교의 승리라고 할 수도 있죠. 지금까지 한국의 강대국외교나 다변화외교, 문화외교가 결정을 빚은 게 이번 반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선출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한국이 소프트파워가 있었습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룬 유일한 나라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이런 것도 상당히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한국이 세계에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유엔사무총장을 한국사람이 해서 결국 민주주의와 개발의 아이디어를 펼쳐 나가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도 했을 겁니다.
박인규 : 개인적 매력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세계 외교관들 사이에서 상당히 평판이 좋은 모양이죠?
문정인 : 그렇더군요.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공평하고 사심 없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당히 화합형 인간이고, 그러나 상당히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특히 인간관계에서의 성실성이 상당히 높게 평가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박인규 : 한국 외교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문정인 : 유엔사무총장을 하나 하려고 하면 5대양 6대주의 지역적 배분이 있거든요. 그러면 5개 대륙에서 한 번씩 나오는데 보통 유엔사무총장이 재선을 하니까 10년을 하거든요. 최소 5,60년을 기다려야 아시아 차례가 오거든요. 그런데 아시아의 국가 수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 중에서 경합한다는 걸 봤을 때는 정말 우리 외교의 쾌거라고 할 수 있고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를 움켜쥔 거라고 할 수 있죠.
박인규 :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말도 있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가나, 이집트, 페루 같은 나라들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나왔는데 그 나라들의 국제위상이 올라갔느냐.. 이렇게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쪽이 맞습니까?
문정인 : 저는 전자가 맞다고 봅니다. 우선 가나나 페루, 어떻게 보면 약소국들인데 그들과는 달리 한국은 소위 중진국가입니다. 중진국가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것은 한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고, 하여간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는 상당히 향상시켜 주겠죠.
박인규 :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에 추천되는 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어요. 벌써부터 반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되시면 북핵문제를 푸는 데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 그런 기대도 있는 것 같은데, 역할을 좀 할 수 있을까요?
문정인 : 우선 지금 당장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정부와 6자회담 참여국의 기본적인 정책입니다. 그러나 만약 6자회담에서 해결되지 않고 유엔에서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통과되면서 북핵문제가 유엔화 됐을 경우에는 유엔사무총장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겠죠. 그렇게 되면 반장관 스스로가 유엔 또는 지구촌을 대표해서 북핵문제를 다루는 데 직접적인, 소위 중재자로 나설 수가 있겠죠. 대한민국 외무장관으로서의 반기문은 그것을 하기 어렵지만 유엔사무총장으로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북핵문제의 유엔화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6자회담이 무력화 되고 북핵문제가 유엔으로 가는 게 북핵문제를 푸는 데 바람직한 겁니까?
문정인 :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우선 6자회담의 기본 틀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6자회담은 단순히 북핵문제만 푸는 게 아니거든요. 작년 9.19공동성명을 보면 6자회담이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적대시정책을 해소해 주고 궁극적으로는 관계를 정상화 시켜주고,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모색하고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9.19공동성명의 기본골자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구축하는 데는 6자회담 체제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유엔으로 넘어가면 너무 많은 국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북핵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박인규 :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니까 많은 언론들이 너무 북한쪽으로만 비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를 풀려면 결국 미국이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문정인 : 당연히 그렇겠죠. 북한이 이러게 나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자기들이 핵을 갖고 강성대국을 만들겠다는 야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계속 미국측에 사정해 왔거든요. 양자접촉해서 하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북핵문제라는 게 일본과 한국이 핵을 갖게 되고 동북아에 핵도미노가 생기는 동시에 이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텐데 이런 걸 생각한다면 대화의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미국이 북한과 직접 얘기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의 발단이 어떻게 보면 결국 미국 아닙니까. 2002년 10월 켈리 방북.. 그때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제기해서 시작된 건데 고농축 우라늄 문제는 사라져 버리고 지금 플루토늄.. 핵폭탄 문제만 남고 이렇게 사태가 어려워졌거든요. 그리고 미국의 목적이 사실상 북한이 핵실험을 못 하도록 하고 핵국가가 못 되게 하는 건데, 결국 북한이 핵탄두를 가졌다고 선언했고 미사일 실험을 했죠. 이제 핵실험까지 했기 때문에 완전히 핵국가가 돼 버리니까 결국 지난 4년 동안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을 막지도 못하고 북한을 핵국가로 만들어 벼렸는데, 아직도 늦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 전향적으로 얘기해서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만 죽어나는 꼴이 되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미국 정책결정자들도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미국이 공언해 왔던 정책목표들이 다 실패한 거다.
문정인 :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죠. 최악의 실패라고 봅니다.
박인규 : 많은 전문가들이 결국은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해서 풀어야 된다고 말은 하는데, 그렇다면 두 나라가 대화를 하기 위해서 한국정부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는거냐, 역할이 없다..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까?
문정인 : 개인적으로는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고 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문제죠. 어떻든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가 설득을 해서 군사적 모험주의나 핵확산의 야망을 줄여나가면서 협상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되고. 미국에 대해서도 계속 설득해서 북미 양자든 6자 내 양자든 간에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 외교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겠죠.
박인규 :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되는 데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약간 의심스럽게 보시는 분들은 우리가 반기문 장관을 유엔사무총장까지 올리기 위해서 미국에 뭔가를 양보하고 앞으로도 계속 양보하지 않겠느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식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문정인 :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유엔사무총장과 관련된 흥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엔과 관련된 흥정이에요. 영국 같은 데서 한국에 기권표를 던졌던 건 일부 신문에도 나왔지만 정치담당 사무부총장 자리를 원하기 때문이었고, 불란서에서도 한 때 미온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레바논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들려요. 이렇게 다 유엔과 관련된 것이지 반기문 장관을 유엔사무총장이 되게 하기 위해서 한국이 미국에 FTA 관련해서 양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가능하지도 않구요.
박인규 : 지금부터는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되셨다고 가정하고 어떤 일을 하셔야 되는지 여쭤보겠습니다. 외신을 보니까 이전의 코피아난 총장이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정치적인 발언 등으로 상당히 미국을 괴롭혔다. 그래서 반장관은 아마 내부개혁이라든가.. 관리형 총장이 될 것 같다는 식의 전망을 하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문정인 : 두 가지 다 해야 되죠. 유엔사무총장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세계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건데 평화의 문제가 있으면 정치적 접근도 해야 되고, 이것도 중요하지만 유엔 자체의 내부개혁도 상당히 중요하겠죠. 그러니까 행정가로서의 사무총장, 정치적 능력을 가진 기업가로서의 사무총장, 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야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전자와 관련된, 세계 평화와 인권향상의 문제와 관련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당장 맡게 될 도전이나 과제는 뭐가 있을까요?
문정인 : 유엔의 아젠다는 상당히 많은데 그 중 제일 중요한 것들은 평화의 문제, 빈곤과 저개발을 극복하는 문제와 인권의 문제, 더 아나가서는 인간안보 문제. 이 네 가지의 큰 아젠다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여기서 평화 관련해서 제일 중요한 건 중동이 제일 중요하고 북핵문제가 떠올랐으니까 동북아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고. 빈곤과 저개발 문제도 상당히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빈국과 부국 사이의 격차가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난번 새천년 정상회담에서도 빈곤과 저개발 문제에 대해서 모든 국가들.. 특히 OECD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하자고 했기 때문에 아마 반기문 장관께서는 빈곤과 저개발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대안도 모색해야 될 것 같구요.
박인규 : 사실 빈곤과 저개발 극복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면 한국이 가장 큰 노하우가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문정인 : 그렇죠. 유엔사무총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그 자체 사무차장을 갖고 거기서 전략적 사고를 해서 일종의 반기문 패키지가 곧 나오게 될 겁니다. 그 안에 어떤 요소들이 들어가야 될 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평화, 빈곤과 저개발의 극복, 인권의 확장, 그리고 인간 안보의 구축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유엔이 비효율과 부패의 상징이다, 문제가 많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문제가 많습니까?
문정인 : 상당히 문제가 많죠. 첫째 너무 관료화 돼 있고, 유엔 관련 직원들이 6만 명씩 되다보니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에도 문제가 있고. 특히 이라크가 과거 사담 후세인 시절에 석유를 팔아서 팔아서 식량을 사오게끔 허용한 소위 오일푸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에 코피아난 아들이 연계되고 유엔 관료들이 연계된 문제들이 터져서 유엔의 구조적 부정부패도 상당히 드러나고 있죠.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무기력하다는 거죠.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요즘 참 재밌는 주장들이 많이 나옵니다. 얼마 전 프린스턴대학에서 세계안보, 미국안보에 대해서 백서를 내놨는데 그 중 하나 주장하는 게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한 유엔을 아예 없애든지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민주주의 협의체를 만들어서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 나가자. 이렇게까지 나오고 있으니까 반장관께서 가장 당면하게 될 어려움은 이런 유엔의 존폐 자체를 위협하는 국제적 여론을 불식시키면서 하나의 새로운 유엔의 모습을 보이는 작업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됩니다.
박인규 : 없어져야 된다는 말을 듣고 있는 유엔을 꼭 있어야 할 기구라는 말을 듣게 만들어야 된다. 반기문 장관은 물론 개인자격으로 유엔사무총장이 되셨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도 유엔과 관련된 역할이 좀 커지지 않을까. 이런 예상도 있는 것 같아요.
문정인 : 우선 당장 사무총장실에 최소한 한국 외교관을 포함해서 한국사람들이 대여섯 명 가겠죠. 과거엔 한 명도 없었지만. 우선 그것부터 달라지고, 유엔 행정과 관련한 인사를 임명할 때 물론 한국에만 줄 수 없겠지만 아무래도 손이 안으로 굽겠죠. 그런 점에서는 한국의 유엔 진출이 상당히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박인규 : 동북아 지역에서 최근에 역사논쟁이 많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일부 국민들은 반기문 장관이 유엔에 가셨으니까 이런 문제도 공론화 시켜서 유엔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들도 있는 것 같아요.
문정인 : 상당히 중요한 문젭니다. 지금까지 유엔이 아시에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많이 못 써왔어요. 그래서 아시아 지분으로 반장관이 사무총장이 되면 아시아의 고유한 문제점들,, 예를 들어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강대국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 아주 배타적인 민족주의의 부상과 역사문제의 정치적 쟁점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유엔 수준에서 하나의 커미션을 만들어서 연구도 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 됩니다. 그 점은 반장관께서도 아마 잘 알고 계시고, 그런 점에서 유엔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유엔사무총장의 자격으로 아시아의 이런 역사문제를 풀어보자고 제안할 수 있는 겁니까?
문정인 : 우선 제안하기 전에 유엔사무총장으로 자기 스텝들, 보좌진들에게 동북아의 민족주의와 역사문제에 대해서 한 번 연구 검토해 보라고 지시할 수 있고, 그럼 거기에서 그걸 아젠다화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게 되죠. 아젠다화 하게 되면 유엔 수준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 등을 유엔수준의 아젠다로 쟁점화시킬 수 있죠. 그러면서 국제적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건 제가 볼 때는 얼마든지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유엔의 권능을 이용해서 동북아의 갈등과 마찰의 주요 원인인 역사문제를 같이 한 번 머리를 맞대로 상의해 보자고 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정인 : 물론이죠. 왜냐하면 이게 새로운 형태의 분쟁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국가의 이익이나 종족 분쟁, 세력의 전이를 갖고 싸우는 걸 많이 봤지만, 지금 역사교과서 관련된 국가정체성에 관한 문제, 그와 관련된 것은 새로운 형태의 분쟁이거든요. 이런 걸 유엔 차원에서 검토하고 연구해 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것에 대비해서 역사 관련된 문제를 연구해 놔야 될 것 같아요.
문정인 : 그래서 동북아역사재단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김용덕 이사장이 아주 잘 할 것입니다.
박인규 : 14일 오전이면 반장관이 공식적으로 유엔사무총장으로 추인을 받으시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대한민국 출신의 유엔사무총장이 되시는데 국제정치학자로서 반기문 장관에게 당부나 기대말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정인 : 상당히 분열돼 있는 지금의 유엔을 소위 통합된 유엔으로 이끌어 나가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하겠구요. 또 지금의 유엔은 상당히 무기력하고 비능률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보다 더 효율적이고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유엔. 저는 하여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는 사무총장이 됐으면 하고 기대를 해봅니다.
박인규 : 한국이 지난 40년 동안 경제를 확 일으켰듯이 한국인이 가서 유엔을 되살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정인 : 동감입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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