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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보수진영의 대선 키워드는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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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보수진영의 대선 키워드는 '박정희'

이명박-고건-박근혜, '박정희를 잡아라'

지지율 면에서 '3강'을 형성하고 있는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고건 전 국무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박정희 끌어안기'가 경쟁적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배경인 대구 방문이 잇따랐고, 위업을 칭송하는 발언도 적극적이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이들의 행보는 근본적으로 현재의 정세 판단과 앞으로 내세울 대권 전략을 암시한다"면서 "이들 대선 주자들은 '누가 박정희의 적자인가'가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적 고향을 자처하는 대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가니 박정희가 있더라

실제로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4일 퇴임 후 첫 번째 공식 방문일정을 대구에서 시작했다. 고건 전 총리도 '희망한국 국민연대' 출범 후 지난 14일 첫 번째 지방 방문을 대구로 택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시장은 지난 7~8월 세 번에 걸쳐 대구를 다녀갔다.

이들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방문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대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을 빼놓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누가 더 박정희를 많이 닮았나'를 두고 선천적으로 유리한 박 전 대표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박정희 끌어안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전 시장은 경북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들러 "대학 다닐 때는 총학생회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한·일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던 운동권이었으나 졸업 후 현대건설에 입사해서야 박 전 대통령의 조국 근대화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시절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경험이 있다. 경부운하는 제2의 경부고속도로가 될 것이다"면서 방명록에 "조국 근대화의 열정을 기리며 또 다른 도약을 기약합니다"라는 의미 심장한 글을 남겼다.

고 전 총리도 이에 지지 않고 박 전 대통령 시절 자신이 새마을 담당관으로 일했던 이력을 상세히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때 새마을운동 실무 책임자로 일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 대구에서 전국 대회를 준비했다.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고 육영수 여사의 감성 코드를 활용하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그는 최근 고 육영수 여사가 쓰던 찻잔과 접시 등을 판매해 마련한 성금을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의 쪽방상담센터에 전달했다.

왜 박정희인가

왜 '2007년판 박정희'가 떠오르는 것일까?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교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성향의 후보들이 박정희 이미지를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것일 뿐 우리 사회에 '박정희 신드롬'은 언제나 있어 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학적으로 보면 현실의 문제가 잘 안 풀릴 때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다"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인해 삶이 힘들어지면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박 전 대통령이 가져 왔던 성장의 신화를 그리워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에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4.6%는 경제발전을 꼽은 여론조사 결과를 지적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박정희 신드롬'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박정희가 잘했다 혹은 잘못했다는 객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기 보다 현재 우리의 조건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손호철 교수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8년간 진행한 신자유주의 개혁의 결과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이들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이었던 서민들이 이탈해 '박정희 신드롬'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신드롬'은 경제와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진보세력의 대안 부재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크다는 지적이다.

진보세력에게는 '박정희 신드롬' 대체할 대안 있나

관건은 '박정희 코드'가 내년 대선에서 얼마나 유효성을 가질 것이냐다. 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정치컨설팅 회사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이룩한 경제적인 성과는 객관적으로도 인정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정치는 원래 전 세대 정치인의 공보다는 과를 많이 보고 극복하려 해야 동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전 세대를 극복하기보다 공을 승계하려는 정치인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호철 교수는 "과거의 인물로서 박정희를 존경하는 것이 현재도 그러한 리더십을 요구하느냐는 별도의 문제"라며 "대선 주자들이 박정희의 긍정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것을 접합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발했다.

손 교수는 "모든 선거에서 예측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그런 의미에서 현재 구도에서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박 전 대표는 아무래도 친딸이기 때문인지 잘못된 부분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긍정적인 유산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유산까지 안고 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호기 교수는 "어느 정도 호소력을 가질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적인 드라이브가 강화되는 속에서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는 물질적인 부를 채우려는 욕망이 강하다"면서 "이는 '박정희 신드롬'이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양극화가 강화된다고 해서 시민들이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면서 "이들은 성장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내세우는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정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는 성장만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보세력의 현실성을 갖춘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대외 개방과 대내 복지와 선순환 등 보수주의자가 이야기 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사회통합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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