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매일 야근하는 나, 내게도 혹시 체불 임금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매일 야근하는 나, 내게도 혹시 체불 임금이?

[통상임금 인터뷰]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지난 5일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대법원 공개 변론이 열렸다. 통상임금 범위는 노사가 대격돌한 핵심적인 노동 이슈다.

대법원 공개 변론이 열린 다음날인 지난 6일 <프레시안>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을 만나 '통상임금'을 둘러싼 쟁점을 들어봤다.

핵심은 '장시간 근로'를 장려하는 한국 임금 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로 요약된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기본 시급보다 1.5배를 더 지급하게 함으로써 장시간 근로를 시키는 사측에 불이익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왜곡된 임금 체계로 평상시 시급과 연장 수당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게 보면,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지난 3년간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 혹시 내가 다니는 직장이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자주하는 곳이라면, 분기별로 정기 상여금이 있거나 여름 휴가비가 있는 곳이라면 이번 소송을 주목해야 한다. <편집자>

평일 낮에 일하면 시급 2만 원, 야근하면 1만5000원?

프레시안 :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5일 대법원 공개 변론이 열렸다. 사회 경제적 파장에 대해서 노사가 정반대 의견을 내놨다. 사측은 기업 추가 부담이 38조 원 늘어난다고 했고, 노측은 장시간 근로가 개선돼 고용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한국노총
강훈중 :
이번 소송의 적용 범위는 정기 상여금과 정기 휴가비 등이다.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해 정기 상여금뿐 아니라 변동 상여금, 성과급 등 모든 수당을 다 계산한 금액이 38조 원이다. 과장됐다. 실제 소송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4조~5조 원이고, 적용 대상이어도 소송을 걸어야만 받을 수 있다.

통상임금 확대가 왜 필요한가. 연장, 야간, 휴일 근로 수당으로 150% 가산 임금을 책정한다. 그 기준이 통상임금이다. 통상임금 범위가 협소하면, 장시간 근로할수록 시급이 줄어든다. 장시간 근로에 불이익을 주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모순된다. 그러니 사측이 장시간 근로를 시켜왔다.

예를 들어 소정 근로(법정 근로 시간 범위 내에서 노사가 정한 근로 시간)만 하면 기본 시급이 1만 원이고, 수당, 상여금을 포함해 계산하면 시급이 2만 원이라고 치자. 연장, 야간 근로를 하면 통상임금인 기본 시급의 1.5배인 1만5000원만 받는다. 오히려 적어진다.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연장, 야간 근로 시급은 2만 원의 1.5배인 3만 원이 된다.

그동안 사용자는 소수 인원으로 장시간 근로를 시켰는데,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 연장, 야간, 휴일 근로 수당이 늘어서 사측이 장시간 노동을 시키려는 욕구가 줄어든다. 그게 근로기준법 취지에 맞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통상임금 범위가 조금 확대되니 수입 크게 안 줄어든다.

"곳간에 쌓은 초과 이윤, 재분배해 내수 진작해야"

프레시안 : 재계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장돼 지난 3년 치 체불 임금을 인정받아도 내수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고 했다.

강훈중 : 지금 소득 양극화가 심각하다. 노동자의 가처분 소득이 늘면 내수가 살아나고, 물건이 잘 팔리니까 기업도 더 생산하면 일자리도 늘어난다. 재벌 주머니에 있는 것을 재분배하는데 내수 효과가 왜 없겠나? 재벌들은 초과 이윤이 생겨도 투자하지 않는다. 곳간에 쌓아놓지. '조세 피난처'에 감춰놓고. 노동자들은 감추나? 다 쓴다.

재벌들은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져도 내수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출 주도형 전략은 세계 경제가 활성화될 땐 먹힌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므로 내수가 중요하다. 내수가 잘 돌려면 소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적용 대상은 상여금 있고 장시간 근로시킨 사업장뿐

프레시안 : 적용 대상은 어느 정도인가?

강훈중 : 이번 소송의 영향을 받는 사업장은 임금에서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장시간 근로를 시킨 사업장이다. 상여금이 낮거나, 장시간 근로를 안 한 기업은 이번 소송과 상관없다. 전체 노동자 1800만 명 가운데 5인 이상 사업장에서 4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가 576만 명이다. 여기서 5인 미만 사업장을 빼면 414만 명이 체불 임금 채권이 생긴 사람이다. 통상임금 청구소송 대상자가 아닌 포괄 연봉 계약자를 빼면 더 적어진다.

프레시안 : 통상임금 범위가 늘어도 대기업 정규직 노조만 혜택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정반대로 지불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파산한다는 주장도 있다.

강훈중 : 대기업 정규직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장시간 근로한 노동자는 대기업에도 있고 중소기업에도 있다. 제조, 운수, 서비스, 병원 등 교대제 사업장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로를 해왔기에 지금까지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을 받았다. 따라서 이들이 연장, 야간, 휴일 수당 미지급금을 더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현대자동차 같은 곳이 그동안 장시간 근로를 시킨 사업장이었다. 몇 군데다. 현대차도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뀌어서 하루 8.5시간 일하기에 연장 근로가 전처럼 많지 않다. 반면 대기업만 상여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법원 소송 당사자인 갑을오토텍도 대기업은 아니다.

체불 임금이 발생하는 사업장은 일을 많이 시키는 사업장뿐이다. 8시간 근무제를 준수하는 사업장은 이번 소송과 아무 상관없다. 그러면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하려고 해야지. 38조 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그만큼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많이 한다는 뜻밖에 안 된다.

한국의 임금 체계는 왜 복잡해졌나?

프레시안 : 기본급이 아니라 각종 수당을 늘려온 왜곡된 임금 체계에 노사가 합의한 데는 노조도 일부 책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강훈중 :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가 임금 억제 정책을 펼쳐왔다. 1990년대 한 자릿수 임금 억제 정책, 총액 임금 5% 제도를 장려했다. 기본급 인상을 묶다 보니까 노사는 다른 수당을 신설했다. 사용자가 기본급을 늘리면 정부한테 찍힌다고 하소연하니 수당이라도 받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법원 판례에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돼 왔다. 통상임금의 기준인 정기성, 일률성 범위가 넓어졌다. 1개월 넘는 주기로 지급되는 수당도 '정기성'을 인정해서 통상임금으로 봤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노동자에게 주는 직무, 직제, 근속 수당도 '일률성'을 인정해서 통상임금에 포함했다. 이번 3월 대법원 판결도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판결에 맞게 행정 해석을 바꿨어야 하는데 안 바꿨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임금 체계가 복잡해진 이유는 첫째, 정부의 임금 억제 정책 때문이고, 둘째, 장시간 근로를 시키려는 사용자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탓이다.

프레시안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 수단이 주로 연장, 야간, 휴일 근로였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좋아할까?

강훈중 : 어차피 나가던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해 기존 임금을 보전하면 된다. 예를 들어 통상임금이 낮으면 50시간 일해야 내가 원하는 임금을 받는데,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 그보다 적게 일해도 비슷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사용자들이 펄쩍 뛴다. 장시간 근로에 페널티를 부과하니 기업 부담이 느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기업이 주장하는 추가 부담은 과장됐다.

GM의 이중잣대…미국선 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

프레시안 : 외국 임금 체계는 어떤가. 바람직한 임금 체계가 뭐라고 보나?

강훈중 :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이 방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발언을 했다. 그런 GM도 미국 본사에서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한다.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통상임금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할 때만 필요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노동 시간이 2194시간이고, 선진국은 1700시간대다. 우리나라에만 절박한 임금 기준이지, 외국은 장시간 근로를 안 해서 통상임금 범위 자체가 우리만큼 절박하지 않다.

▲ 미국 GM의 한 공장 ⓒAP=연합뉴스

임금을 단순화, 안정화하고 고정비를 높여야 한다. 상여금이든 기본급이든 어차피 기업 입장에서는 소정 근로에 대해 나가는 고정 비용인데, 기본급으로 통합해서 그냥 주면 된다. 임금 총액은 그대로 하고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것이다. 지금은 장시간 근로에 유리한 임금 체계다. 연장 근로시키면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적게 지급한다.

프레시안 :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도, 업무 평가에 따른 변동 상여금을 늘리는 등 기업이 꼼수를 쓸 가능성은 없나?

강훈중 : 노동계 내부에서 그런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이미 확보된 근로 조건을 나쁜 쪽으로 변경하려면 노동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새로 확보되는 인력에 대해 그런 임금 체계를 적용하면 모를까. 사용자들이 기를 쓰는 개악을 막아내는 역할은 남은 과제다.

"법보다 후퇴한 안 논의할 수 없다…기업, 체불 임금 해결 의지 보여야"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도 통상임금 발언을 했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를 하자는데, 나중에라도 정부가 재차 제안하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강훈중 : 지금도 우리는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 안 들어가고 있다. 들어가면 거기서 분명히 통상임금 얘기를 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들어가 봤자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나왔는데, 법보다 후퇴한 안을 논의하기 위해 들어갈 수 없다. 할 수 있는 얘기라고는 "입법부는 대체 입법 추진하고, 행정부는 행정 해석 변경하라, 노사는 임금 체계 단순화하자" 이 정도 얘기밖에 못한다. 이미 어느 정도 답이 나왔는데 새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노사정 합의가 이뤄져도, 대법원 소송에서 승소하면 개별 노동자들이 이미 발생하는 체불 임금에 대해 소송 거는 것을 막지 못한다. 개인의 권리이기에 그렇다. 앞으로 임금을 어떻게 책정할지를 논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용자는 이미 발생한 체불 임금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배 째라는 식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