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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리더' 폐쇄, 인터넷의 불편한 진실 들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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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리더' 폐쇄, 인터넷의 불편한 진실 들췄다

인터넷 공간도 대기업의 힘에서 자유롭지 못해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기업 구글의 사회적 책임이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발표된 구글의 RSS 구독 서비스 '구글 리더' 폐쇄 소식이 불러온 논란이다. 동시에 누리꾼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이용해 오던 서비스가 사실은 대기업의 결정 하나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는 말들이 나온다.

구글은 1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는 7월 1일부로 구글 리더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에 방문하면 대개 RSS(Rich Site Summary)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RSS 주소로 접속하면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고도 새로 올라온 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RSS 주소를 모아서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 중에서도 2005년 등장한 구글 리더는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구글 리더의 폐쇄에 대해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며, 더 적은 숫자의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자사의 '테이크아웃'(takeout) 서비스를 통해 구글 리더에 이용자들이 입력했던 정보를 백업(back-up)해 다른 유사 RSS 사이트로 이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 리더를 애용하던 이용자들의 충격과 분노는 구글의 예상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구글이 구글 리더 폐쇄 소식을 발표한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구글의 결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고 전했다.

▲ 13일 이후 구글 리더에 접속하면 '2013년 7월 1일 이후로 이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구글 리더 폐쇄, 인터넷 통제 국가 누리꾼에겐 재앙?

구글이 인기 없는 서비스를 정리한 게 처음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구글이 폐쇄했거나 폐쇄를 예정한 서비스 및 기능은 70개에 달한다. 폐쇄되는 서비스와 기능은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에 통합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 그대로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 리더 폐쇄 소식에 대한 반응은 유난히 격렬하다. 과거 구글이 포기했던 서비스에 비해 구글 리더를 이용하는 이들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글은 구글 리더를 이용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 '컴스코어'는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내에서만 구글 리더 모바일 앱 순방문자가 66만5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지난 1월 49만2000명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구글 리더가 종료된다는 소식 직후 인터넷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그'(change.org)에는 서비스를 유지시켜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20일 오후 5시(한국 시각) 기준 13만5623명이 서명에 동참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체인지닷오그 측은 이 청원이 개설된 페이지를 방문한 이용자들이 한때 전체 사이트 방문자의 17%에 달했다고 밝혔다.

구글 리더 폐쇄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동안 구글 리더에 구독 리스트를 등록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용률이 저조하다고 해서 구글 리더와 똑같은 기능을 제공하지도 않는 유사 서비스로 이전하라고 우리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또 구글의 이러한 조치는 구글에 대해 이용자들이 그동안 품어온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체인지닷오그'에 청원을 개설했던 미국의 변호사 댄 루이스는 "(청원은) 구글 리더에 있는 데이터에 대한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삶을 더 낫게 하는 이 서비스를 사랑하는, 구글이 이 서비스를 종료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우리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결정이 나온 직후 외신들도 기사와 칼럼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BBC>는 14일 구글 리더 폐쇄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 구글이 자신이 만든 생태계를 파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포브스>에 13일 게시된 한 칼럼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 구글에게 구글 리더는 누리꾼들을 위한 일종의 공공 편의 시설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터넷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이라면 남아 있는 이용자들을 위해 구글 리더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리더 폐쇄 결정이 인터넷 통제 국가의 누리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IT 전문 매체 <매셔블>은 체인지닷오그에 올라온 청원에 서명한 이들의 75%가 미국 이외의 장소에서 접속한 이들이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들 중 12%는 '국경 없는 기자회'나 인터넷 검열 감시단체 '오픈넷 이티셔티브'가 정부에 의해 인터넷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규정한 국가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카자흐스탄에서 접속했다는 한 누리꾼은 서명에 동참하면서 "많은 블로그 서비스가 정부에 의해 막혀 있다. 구글 리더는 차단당한 글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유럽 지역 최악의 독재국가로 알려진 벨라루스의 한 누리꾼도 "구글 리더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인터넷"이라고 호소했다.

신문은 구글이 방대하고 보안이 잘된 서버를 중복 운영하고 있어서 구글 리더의 대체물로 평가받고 있는 '피들리'와 같은 서비스보다 정부의 검열을 더 잘 피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도 대기업에 휘둘리는 존재들"

전문가들은 구글이 구글 리더의 이용률 저하 현상은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사이트가 뉴스와 블로그 콘텐츠의 전달 기능을 대체해 벌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자사의 SNS 서비스 '구글 플러스'에 힘을 싣기 위해 구글 리더에서 손을 뗐다고 보기도 한다. 구글 리더 폐쇄 소식과 이에 대한 성토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표출된 것 자체가 구글의 이러한 결정의 근거가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구글이 폐쇄 결정을 내리기 전에 구글 리더를 매각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었다며 향후 구글 이용자들이 구글이 내놓을 새로운 서비스를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편, 구글의 이번 결정은 인터넷 세계에서 평소 간과되어 왔던 불편한 진실을 들췄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브스>는 14일 칼럼에서 "구글 리더의 종말은 우리가 이용자가 이끌어가는 인터넷의 구성원이지만 이용자 그 이상은 아니라는 문제점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얼마나 인터넷을 잘 쓰는지 여부를 떠나 우리는 우리가 이용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대기업들에 휘둘리는 존재"라고 밝혔다.

절판되는 책이나 문을 닫는 음식점처럼 애용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게 한국에서도 낯선 진실은 아니다. 지난 1월 31일부로 PC통신 '나우누리'가 문을 닫게 되자 '나우누리 살리기 카페'의 한 회원은 나우누리에 남은 저작물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며 법원에 서비스 종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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