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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하청 노동자 사망, 목숨값이 고작 1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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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하청 노동자 사망, 목숨값이 고작 100만 원?

"원청 책임 강화하고, '자율 안전 점검' 기조 재검토해야"

여수 산업단지에서 산재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 '대림산업 공장 폭발'이 처음이 아니다. 1989년 10월 럭키화학 공장 폭발로 16명이 사망했으며, 2000년 8월에는 호성케멕스 공장이 폭발해 6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2012년)에는 실리콘 가스 누출로 49명이 트리클로로실란 독성 가스에 노출됐다.

그밖에 크고 작은 폭발이나 화재, 가스 누출 등으로 지금까지 여수시에서만 200여 건에 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100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긴 것으로 집계됐다. 여수 산업단지뿐 아니라 다단계 하청 구조인 건설 현장에서는 매년 600-7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지고 있다.

사고가 생길 때마다 유관 기관은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부실 사례를 적발했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원청 사업주에게는 안전 조치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한 경우 원청을 포함한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사업주가 안전 조치를 위반해 노동자가 숨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기업 가운데 사법 처리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2010년부터 2012년 7월까지 발생한 2290건의 중대 재해에서 57.2%가 벌금형을 받았고,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2.7%인 62건에 불과했다.

실제로 2011년 7월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냉동기 보수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4명이 질식사했지만, 원청인 이마트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이마트 법인과 탄현점 지점장에 부과한 벌금은 각각 100만 원에 불과했다. 노동·시민단체가 "사람 목숨값이 100만 원이냐"고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 냉동 창고 공사 현장에서도 불이 나 하청 노동자 57명 가운데 40명이 사망했지만, 원청업체 대표는 2008년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사망자 한 명당 50만 원어치의 벌금을 낸 셈이다.

노동계는 원청 업체들이 하청 노동자를 사용함으로써 '위험을 외주화'하고, 안전 관리를 미흡하게 해서 하청 노동자들이 숨져도 경고 조치, 벌금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빌딩 앞에서 '여수 산업단지 화학 폭발 17명 사상 사고 대림산업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산재가 은폐되는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소위 '무재해 사업장'에 각종 혜택을 지원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혜택이 '안전 보건 지도 감독' 제외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의 '안전 보건 지도 감독' 대상 사업체 수는 2007년 5만여 건에서 2009년 1만7000여 건으로 급감했다.

일례로 지난 1월 불산 누출 사고로 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 공장의 경우, 정부로부터 '녹색기업'으로 지정받아 유독물질 지도 점검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화성 공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2000건 가까이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산재가 대기업에서 많이 나는데, 노동부는 그동안 대기업의 안전 점검을 해당 기업에 맡기는 방식으로 갔었다"며 "정부가 기업의 '자율 안전 점검' 기조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을 포함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하청 노동자가 죽으면 원청의 최고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산재 사망 처벌 강화 특별법(가제)'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15일 논평을 통해 "노동자의 산재 사망을 막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특별 근로 감독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며 "국회 또한 산재 사망 기업을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기업 살인 특별법(기자 : 산재 사망 처벌 강화 특별법과 같음)' 제정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6일 잇따른 화학 물질 누출 사고와 관련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에게 "원인을 파악해 근본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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