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과다 지급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과 연초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보조금 차별 지급 혐의를 포착해 시정명령 및 53억1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SK텔레콤과 KT가 주도적으로 나서 보조금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각각 31억4000만 원과 16억1000만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LG유플러스도 5억6000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방통위의 제재 수위는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이통사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어서 제재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보조금 과다 지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는 방통위가 조사한 기간이 아니라 그 이후 이통사들이 순차적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갔을 때 가장 컸다.(관련 기사 : 어설픈 '보조금 규제', 제값 준 소비자만 물먹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영업정지 시행 도중에 벌어진 보조금 과다 지급 행태에 대해 "시장 과열 정도를 판단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하다면 시장 사실조사를 들어갈 생각"이라며 한가로운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방통위의 태도에 대해 사실상 이동통신 소비자들의 부담 완화를 목표로 시장을 규제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가 보조금 규제에 나선 이유는 유행에 민감한 일부 계층만 보조금 혜택을 과다하게 받는 것을 방지하고, 이동통신사들도 보조금보다는 요금 인하나 설비 투자 등에 돈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통사들의 요금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등 요금 규제 자체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여기에 그나마 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한 보조금 규제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외면한다'는 지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짧은 조사기간에 비해 과징금 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해명하면서, 차후에는 보조금 경쟁을 시작한 주도 기업의 신규 가입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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