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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0027, 부끄러워서 희망버스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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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jk0027, 부끄러워서 희망버스를 탔습니다"

[기고] 제4차 희망버스 서울집회가 열리지 않기만을 소망합니다

매번 사전약속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에서 장기간 선교활동을 하고 돌아오신 장모님께 인사드리러 갈 약속이 있었고, 두 번째는 방학을 한 딸과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 두 약속이 희망버스를 타는 일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기다리고 있을 장모님, 방학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을 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희망버스 기사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김진숙 씨에 관하여 글쓰기가 마음 편치 못했습니다. 고생하는 모든 동지들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지"라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번째 희망버스가 7월 30일에 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깥일에 바쁜 마눌의 생일날입니다. 30일부터 1일까지 휴가계획을 짠다고 합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매년, 일년중 가장 큰 우리 가정의 행사가 마눌 생일이 낀 여름휴가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날짜가 다가옵니다. 성수기라 숙박할 곳의 예약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서 말을 꺼냈습니다. "이번에는 가봐야 하는데." "어디를?" "이번에는 희망버스를 타야 할 것 같아, 30일 날 간다는데....." 첫 번째, 두 번째 희망버스를 타지 못하고서 속상해 하던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마눌과 두 딸이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갔다 와."

좀 놀랐습니다. '2차 희망버스 보니 좀 위험할 수도 있는데?'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그들의 담대함에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감탄할 일은 아니죠. 평소 정치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에 비해 마눌은 그런 데 거의 관심이 없으니까요. 그저 하루하루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만을 생각하고 사는 마눌을 볼 때마다 항상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물론 두 딸은 나의 영향을 받아서 사회문제에 약간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치열할 정도는 아닙니다. 나는 두 딸이 그런 모습으로 평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소금꽃 김진숙을 응원하러 가는 것은 정치가, 사회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사회가 올바르게 서 있는 나라라면 일반 국민은 정치의 존재를 잊고서 일상생활을 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일찍이 노자는 최고의 정치를 무위지치(無爲之治)라고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억지로 강제하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려지는 경지, 이것은 오직 덕(德)으로 다스릴 때만 다다를 수 있는 경지라 합니다. 노자의 무위지치는 중국 고대 이상정치의 꽃을 피웠다는 요순시대 정치의 다른 말일 것입니다.

트윗을 하던 중 "결원이 생겨 탑승 희망자를 구한다"는 '주먹이운다(givenjoy)'님의 트윗을 보고 '2012 정권쟁취를 위한 야권통합 추진 외인부대(해쉬태그:#ya2012, 당주:yhsgmo)'의 희망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촛불시위 트위터 동지들이 주였습니다. 제 옆자리가 비어 있어서 옆 좌석의 젊은이를 불러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제가 1학년만 마치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중퇴한 적이 있는 동국대를 졸업했다는 후배(elefantonimago)입니다. 잠깐 동안 힘들던 시절의 쓰라린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아이들 교육에 선진국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비싼 등록금을 지출해야 하는 현실은 바로 잡아져야 합니다. 학부모,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 주게끔 반값등록금이라도 우선 실현하고, 장차 무상등록금(혹은 최저등록금) 제도가 구비되어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 갈 수 있는 그날이 와야 한다는 생각을 또 해봅니다.

나의 발언 순서가 되었습니다. 탑승하신 분들이 모두 운동권의 선수라서 김진숙 동지의 사연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었죠. "우리가 희망 버스를 타는 것은 김진숙 동지 위로가 목적이지만, 김진숙 동지가 '쇠에 스치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85호 크레인용광로 속에서 저리 고통스럽게 투쟁하고 있는 것은, 조남호의 뒤에서 그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엠비정권, 그리고 엠비정권의 모태인 한나라당 때문이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고, 그러한 정권, 그러한 당이 다시는 집권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여러 트위터들의 발언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압권은 의경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KimLennon84님(아빠가 저와 남쪽 외진 동네 동향이어서 놀람)이었습니다. 실제 진압현장의 생생한 증언, 진압현장 증거채집 등을 자세히 알려 준 그는, 언제 진압을 하던 의경이었느냐고 의심할 만큼 이미 열렬한 민주투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를 보면서 시위를 진압하고 있는 의경들도 그와 하등 다름없는 착한 민주대학생들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군요.

우리는 그 착한 의경들과 싸우러 간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를 부당해고한 조남호 한진중 사장과 그를 비호하고 있는 엠비 한나라당 정권에 항의해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진숙 동지를 응원하기 위해서 갔을 따름입니다.

희망버스가 휴식을 위해 청도에 잠깐 멈춰 선 동안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 버스 바로 옆에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태운 버스가 6대 정도 늘어 서 있었는데, 어버이연합의 버스사진을 찍으려는 기자 분과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그들 중 등치가 크고 힘 있어 보이는 분이 머리로 치받는 모습을 보면서 멧돼지가 돌진하는 영상이 순간적으로 떠올랐습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우리와 옆의 희망버스 탑승자들과 엉켜서 순간적인 혼란이 있었으나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수습되었습니다.

나중에서야 그들이 영도다리 앞에서 버스를 불법적으로 세우고 승객들의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하는가 하면, 버스 밑에 들어가서 누우며 버스 출입을 방해하는 등의 난동질을 한 그 어른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찰은 결국 어버이연합과 희망버스의 충돌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영도다리를 폐쇄하였답니다. 어버이연합의 무법천지식의 난동이 있던 현장에 수천명의 경찰이 있었지만 그 불법행동을 제지해야 할 경찰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영도다리 앞에 있는 롯데 백화점 앞에서 보니 어버이연합 일부 회원들은 시종일관 경찰들 옆에 앉아 있더군요. 경찰이 보호한 것은 어버이연합이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청도 휴게소에서 목격한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들의 모습은 가관이었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70~80대로 보였는데 한번 밀면 넘어져서 다시는 일어설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노쇠해 보였습니다. 영도다리 앞에서 한 건장한 희망버스 청년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10분도 넘게 넘어진 채 폭행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깨를 잡으면서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해병대를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런 늙은이들에게 폭행을 당해 다치겠습니까? 끄떡도 없습니다."라고 큰 소리를 치더군요.

참으로 그 청년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어버이연합의 발길질을 무수히 당하면서도 이를 참아낸 용기 말입니다. 만약에 그 청년이 분노하여 주먹이라도 휘둘렀다면 많은 노인들이 다쳤을 것이고, 엠비가 원하는 대로 희망버스는 폭력시위단체로 몰려 더 큰 탄압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 청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 늙은 노인들을 보면서 한 생각입니다.

"이제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이 어찌 끝마무리를 저리할까? 하지만 그들의 신념은 바위처럼 확고하겠지. 우리의 준법 정의의 행동은 사회질서를 흔드는 반국가적인 것이고 자기들의 무법 불의한 행동은 국가를 위한 충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겠지. 박정희가 심어 준 생각대로 평생을 살아오고, 그에게 감사하는 광신도들. 월남전에 참전해서 국가에 충성한다고 자기와 아무 관련도 없는 베트콩들도 죽여 봤을 그들이 여태 살아남아 가지고, 투표를 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선거 때마다 아픈 몸을 부축 받아 가며 나와 시키지도 않은 투표를 해서 한나라당의 명맥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니? 어르신들은 아는가요? 복지국가가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게 될 대상이 당신들이란 것을요? 이제 제발 자식들과 국가 위하는 일(?)은 그만하시고 복지국가에서 여생을 편히 마칠 생각을 하시는 게 어떠신가요? 어르신들이 하는 행동이야말로 국가를 망치고, 여러분 스스로를 불행으로 이끄는 일이라는 것을 세뇌로 인해 마비된 여러분에게 어떻게 하면 알 수 있게 만들까요?"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부산 촛불동지들이 뜨겁게 환영해 주셨고, 부산의 동지부부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오신 호박떡을 맛있게 먹고(저와 맞팔관계라며 좋아 하시던 주부님께서는 알튀해 주시길), 부산역 광장에 'twitter'란 깃발을 높이 세웠습니다. 그날의 모임 이름이 'twitter'였답니다.

이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문학진 '민주희망 2012' 공동대표, 이종걸 의원, 정청래 전 의원 등등이 와 계셨습니다. 다른 야당의 대표는 모두 다 참석했는데, 유독 야권의 맏형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만이 불참해서 이채로웠습니다. 불참 이유가 배후 조종이라나요?

청학성당으로 가자, 해동병원으로 가자, 설왕설래하다 부산역사 앞의 본대와 행동을 함께 하기로 하고, 기다리다가 그들 지시대로 지하철을 타고 롯데백화점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도중에 이종걸 의원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먼저 백화점 앞으로 나왔는데, 당연히 뒤에 올 줄 알고 있었던 이 의원과 헤어지면서부터 우리는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청학성당 앞 수변공원에 가보니 이 의원께서 먼저 와 계시던데, 그분과 함께했더라면 우리 일행이 헤매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현장에 우리 동지들이 많이 있던데 그 분들께 헤맬 당시에 전화를 했었더라면 하는 후회도 생깁니다.

영도다리는 이미 경찰에 의해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신분증 검사를 통해 현지 주민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롯데백화점 앞에서 농성 중이던 대학생들과 합류한 후 사태 진행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한 눈 파는 사이에 일행들과 여기서부터 잠깐 동안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덩치 큰 학생이 '민주당과 분열을'이란 팻말을 들고 있길래 불러서 물어 보니 서울법대 4학년이라고 자기소개를 합니다. 그래서 "민주당과 민노당을 비롯한 야4당이 협력하지 않으면 내년 이후에 또 이런 시위를 하게 된다. 일단 손을 맞잡고 정권을 찾아와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더니 "더 고민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법조계가 아니라 사회운동을 하겠다는 그 학생의 장래가 밝기를 기원합니다.

조금 있으려니 어떤 영도 주민이 약간 술에 취해서, "희망버스인지 절망버스인지 때문에 집에 가기도 힘들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나서 "나도 영도 주민인데, 나는 전혀 힘들지 않다. 영도 주민들은 희망버스가 와서 힘들긴 하지만 조남호가 나빠서 우리가 이 고생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꺼지라!"고 되받아 쳤습니다. 마침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어서 그 사람더러 "신호등 바뀌었으니 빨리 건너가세요!'라고 했더니 뛰어서 건너갔습니다.

그 소란이 있고 나서 몇몇 금속노조원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느 여성 연사가 나와 민주당을 비난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손학규 대표의 행동을 민주당 전체의 행동으로 몰아붙이면서 비판하길래, 제가 옆 사람들에게 "민노당이 저러면 또 한나라당, 제2의 이명박이 집권하여 똑같은 고생만 되풀이할 것이요. 민주당의 정동영도 왔고, 의원들과 많은 당원들도 왔습니다!"라고 소리쳤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김순* 여사)이 옆에 있기에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부산 해운대 산다고 하면서 1차, 2차 집회에 모두 왔었다고 하더군요. 2차 집회보다 오늘 두배 정도 모였는데 분산되어 힘을 쓰지 못하고 이 모양이라면서 투덜대는군요. 영도 한진중 앞에 약 4천명, 청학성당에 3천명 정도가 이미 들어 가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고향이 전주이고 5.18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끝낸 후, 진주로 왔다가 지금은 부산에서 산다고 합니다. 전직 교사이며 박사학위도 있다고 하길래 지금은 뭐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대학에 시간강사로 출강한다는군요. 시간강사 처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제가 이것저것 물었더니 문제점을 이것저것 이야기해 주시네요.

현재 처우가 많이 좋아져서 시간당 4~5만원 받는데, 시간 강사 처우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서 대학교수 채용에 관한 일화도 소개하는군요. 자기가 아는 동생의 남편 이야기랍니다.

아주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서 장학 혜택을 받아 과기대를 졸업하고 외국 유학을 한 후 박사학위를 취득해, 연구 실적을 쌓은 후 교수가 되기 위해 이곳저곳 지원서를 넣었답니다. 오라는 곳이 아무 데도 없어 기다리던 중에 모 대학에서 연락이 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갔더니,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태연히 2억 5천만원을 내라고 하더라는군요. 공부만 하던 교수 지원인에게 거금을 달라는 대학에 질려 절망하고 있던 중에 울산대에서 모집광고가 났답니다. 한번 뜨거운 맛을 본지라 망설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울산대는 돈이 많으니 돈 가지고 장난은 안할 거라고 자기가 지원을 권유하여 결국 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는데, 가장 신성해야 할 대학교수직마저 돈으로 사고파는 현실이 슬퍼졌습니다.

어쩐 영문인지 영도 다리통제 해제가 풀려 김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도다리를 건너던 중, 되돌아오는 몇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한진중 앞에 있던 희망버스 동지들이 경찰의 진압으로 뿔뿔이 흩어져 2차 집결지인 청학성당으로 향하고 있는데, 경찰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그 어두운 밤에 각자 험한 산등성이를 걸어서 넘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일단 일행들이 모여 있다는 해동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김 여사와 헤어졌는데, 가던 중에 일행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청학성당 가는 길을 경찰이 봉쇄하여 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롯데백화점 앞에 모여 있는데 얼마가 지난 후에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모여서 다시 무리를 하더라도 청학성당으로 갈지, 말지를 상의한 결과 원하는 사람들만 다시 가기로 결정이 나서 택시를 탔습니다.

길을 우회해서 오라는 말대로 택시 기사에게 말을 전했는데 기사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 앞에 경찰들이 막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피해 다른 길로 가는데 다시 경찰들이 막습니다. 오도 가도 못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주민증을 보자, 못 보여 준다. 무슨 권리로 길을 통제하느냐? 무슨 권리로 주민증을 보여 주라 하느냐, 내려라, 못 내린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사복차림의 지휘자인 듯한 사람이 왔습니다.

그에게 경찰이 막는데 뚫고 갈 생각이 없다. 우리는 경찰하고 싸우려고 온 사람들이 아니니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했습니다. 돌아서 내려오는데 같이 타고 있던 고길*군이 걸어서라도 가겠다고 하여 함께 택시에서 내리는데, 내려오는 사람들 말이 걸어올라 가는 길도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다 하길래 다시 택시를 타고 내려 왔지요. 내려 와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경찰이 막지 못한 길이 있다 하여 다시 또 택시를 타고 산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청학성당에 겨우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놀라고 실망한 상태로 길에 보이는 사람들(그 때가 새벽 2시 30분 쯤)의 뒤를 따라 갔더니, 얼마 후 펼쳐지는 광경, 수많은 동지들이 거기 모여 있었습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간간이 구호가 외쳐지는 가운데, 끼리끼리 둘러 모여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적인 집회를 봉쇄하기 위해 저렇게 많은 경찰들이 영도다리를 봉쇄하고, 청학성당, 수변공원으로 통하는 모든 골목을 통제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단지 김진숙 동지를 응원하기 위해 여기 와서, 길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혹은 드러누워 자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저리도 많이 동원되어야 하는가? 그들 하나하나의 눈동자는 김진숙 동지를 염려하는 정이 가득하고, 그들 하나하나의 마음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엠비는, 그리고 한나라당의 수괴들은 무엇이 두려워서 경찰들로 영도다리를, 그리고 한진중으로 통하는 골목골목을 꽉 채웠을까요?

우리가 도둑질을 하려고 영도의 한진중으로 갔습니까? 우리가 강도짓을 하려고 갔습니까? 우리가 국가전복 모의를 하려고 갔습니까?

우리의 죄는 모였다는 것이고, 모였다는 것을 죄로 만든 사람은 바로 유신헌법을 만든 독재자 박정희인 것이며, 이를 불법적으로 부활시켜 국민을 탄압하는 사람이 바로 독재자 박정희를 가장 존경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현재 국민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다음 대선 후보는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입니다.

정말 욕 나와서 이런 나라의 국민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다시 또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국민들, 그런 국민들이 엠비를 욕할 자격이 있습니까? 그런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습니까? 그런 국민은 더 혼이 나야 합니다. 가진 자들만을 위하는 정치를 하는 한나라당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준 국민 층이 바로 부자, 그리고 서민들입니다.

잘 살게 해 주겠다는 그들의 감언이설을 곧이곧대로 듣고 그들은 소중한 한표를 헌납했습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그들 스스로의 목을 매었습니다. 그러고서 지금, 엠비를 타도하자고 외칩니다. 그러고서 또 박근혜에게 한 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늘이시여, 이 나라의 어리석은 백성들을 굽이 살피사 그들을 제발 깨우쳐 주십시오. 그들을 미혹에서 구해 주십시오. 이 땅을 근대에서 현대로, 봉건에서 민주로, 착취에서 복지로 바꿀 지도자가 이 땅을 통치하게 해 주십시오. 참다운 지도자를 선별해 주십시오. 하지만 하늘은 말이 없습니다. 산위에서 모세에게 십계명을 내려 주던 하늘의 기적은 현대에 다시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만이 그러한 기적을 가능하게 합니다!

함께 해 주신 #ya2012 동지 여러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누가 돈을 주고 시킨 일도 아닌데, 그 결단하기 힘든 길을 여러분은 과감히 나섰습니다. 힘들어도 싫은 표정 하나 내보이질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김진숙 동지를 염려하는 마음과 국가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마음이 하나하나 모여서 대한민국에 복지세상이란 기적을 반드시 창출해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 차별받으며 살아가라고 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태어날 때의 울음소리는 모두가 같지만, 태어나서 받는 대우는 왜 이리 다르단 말입니까? 우리 이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듭시다. 저,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 간 동학혁명의 열사들이 꿈꾸던 세상을 이 땅에 펼쳐 보입시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이 하라. 기독교에도 있고, 불교에도 있고, 유교에도 있는 사상입니다. 길은 하나로 통합니다. 단지 이를 누가 과연 실천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자칭 기독교 신자 엠비가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랐다면,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보다 더 힘들다'라는 구절이 의미하는 속뜻을 알고 있었다면 희망버스는 생겨날 수 없었습니다.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는 마눌이, 그리고 제 자식들이, 만약에 부당하게 해고된 한진중 해고 노동자의 상황을 맞게 된다면 어찌할까요? 가족의 생계를, 자식들의 미래를 모두 떠맡고 있는 그녀의 남편이, 그들의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실직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 해도 그들이 과연 정치에 그토록 소홀할 수 있을까요? 그들도 어느 날 갑자기 거리로 나가 투사가 되겠지요. 그 회사의 소유주와 그 소유주를 비호하는 현 한나라당 정권에 대해 악을 쓰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화염병을 기꺼이 들 것입니다.

지복천년의 세월이 오면 사자들(수탈자들) 옆에서 양들(일반 국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하였습니다. 그런 지복천년이 과연 하늘에서 두레박에 실린 채 줄을 타고 내려오겠습니까? 그 지복천년은 바로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타고 내려옵니다. 희망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여러분에게 간곡히 부탁드리는 말씀이 있다면 바로 이 말입니다. "여러분의 한 표가 바로 여러분의 미래를 만듭니다!"

이번 여행(?) 중 참으로 소중한 만남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사자후'님과의 만남은 특별했습니다. 수변공원에 앉아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바로 용산 남일당 사건을 단독으로 취재한 사람이란 것을 알고 감동했습니다.

그는 용산 사건이 나서 희생자들이 타 죽던 그날 경찰들의 제지를 뚫고, 옆 건물 옥상에 올라 가 무려 7시간 동안이나 현장상황을 촬영했습니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던지 마시려고 가지고 간 물이 꽁꽁 얼어붙어서 마실 수가 없었다 합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고,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으면서 오직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용사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노고가 흙이 되고, 거름이 되어 우리나라는 건강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양심 국민들을 위한 희망버스 집회를 기획했다는 죄명으로 송경동 시인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구속영장이 한번 기각되었는데 다시 신청하여 발부되었습니다. 법관의 양심에 맡길 일이 아닙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람은 바로 엠비이고, 한나라당 정권입니다.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사건에서 무고하게 사형당한 사람들에 대한 살인명령을 박정희가 내렸듯이 송경동 시인의 체포영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발부한 것입니다.

권력은 유한하나 대한민국은 영원합니다.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엠비는 송경동 시인 체포영장의 집행을 중지시키고, 김진숙 동지가 무사귀환할 수 있도록 제반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참으로 불쌍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참으로 불행한 인간입니다. 8월 20일 제4차 희망버스 서울집회가 열리지 않기만을 소망합니다.

함께 살아가는중프라이즈( www.joongprise.com ) 거사 이재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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