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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에 찾아온 암, 항암 투병보다 더 힘겨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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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에 찾아온 암, 항암 투병보다 더 힘겨운 건…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암환자의 속내·③] 청소년 암환자 교육기회 늘려야

내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생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 기대수명인 81세까지 살 때 앞으로 3명 중 1명(36.2%)은 암에 걸린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가족 중 언젠가 암 환자가 생길 확률은 80%에 달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암 환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고 올해 9월에는 130만 명을 경신했다. 가족까지 고려하면 암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800만 명이 넘는 셈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역대 최대 기록으로 꺾었을 때 표 차이가 530여만 표였음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암 생존자도 늘고 있다. 2000년부터 2009년 말까지 생존하고 있는 암 환자는 80만 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49.7%)은 60세 미만으로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연령층이다. 이들을 방치하면 양극화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암 환자를 비롯한 중증환자의 치료뿐만 아니라 완치 이후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프레시안>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함께 대표적인 중증질환자인 암 환자의 암 제거 이후의 삶을 조명하고, 역대 정부와 대선 후보의 보건의료정책을 분석하는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암환자의 속내
<1> "암 진단 받고 회사 그만두면서 거짓말했어요"

<2> 암환자들, 완치돼도 5년 뒤 '폭탄' 떨어진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은 김재형(가명·25) 씨는 중학교를 휴학했다. 항암치료로 2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한 그는 친구들이 중학교 3학년으로 진급하던 16살에 중학교 1학년으로 복학했다.

또래보다 2년 진급이 늦은 김 씨는 원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18살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바꿔야 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던 그는 결국 야간자습이 없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갔다.

노력 끝에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수능을 봐서 지금은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그는 "소아암 환우 중에는 건강상 혹은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3년 항암 투병 후 처음 간 고등학교

2006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은 환자들을 위한 인터넷강의 시스템인 '꿀맛 무지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두 시간짜리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출석이 인정되면서 병원에 입원한 학생들이 유급하는 일은 적어졌다.

하지만 또래와 같이 학교에 복귀해도 소아암 이력이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수업 공백 기간이 긴데다, 암을 제거했다고 해서 곧바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8년 췌장암 판정을 받고 중학교 과정을 건너 뛴 채 3년 뒤 바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최은선(가명·18) 양도 마찬가지였다. 췌장을 잘라내서 1년 동안 당뇨 예방약을 복용했고, 신장 수치도 좋지 않았다. 악조건 속에서 7,9등급이었던 모의고사 점수를 3,4등급으로 올렸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에 못 가면 취업에서 차별받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6년 소아암 환자는 7798명에서 2010년 8952명으로 5년간 14.5% 늘었다. 2010년 기준으로 만 11~17세 환자가 50.6%로 절반을 차지했고, 6~10세가 27.1%, 0~5세가 22.5%로 나타났다. 소아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74%다.

소아암 환자와 관련한 대학진학률과 취업률 통계는 전무한 실정이다. 다만 교육과학기술부가 2008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학생의 미진학·미취업률은 11.9%, 전문계는 8%인데 비해, 특수교육대상학생의 미진학·미취업율은 이보다 3배 정도 높은 29.3%에 달한다. 암 환자의 실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제약이 학력·학벌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취업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중증 청소년 환자들에게 대학 진학의 기회는 중요하다. 2008년 비인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중학교에 제대로 갈 수 없었던 김성현(18) 군도 "어릴 때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대학에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과 제가 다르잖아요. 그래서 진로가 걱정이 돼요. 배운 게 없으니까. 한국 사회에서 대학에 못 가면 취업에서 차별받는데, 대학에 제대로 갈 수 없으니까. 직업도 제대로 갖고 싶은데, 취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가 결혼해서 제대로 내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대학입시에서 건강장애학생 지원 전형 늘려야"

항암치료로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한받은 소아암 환자들은 대학에서 중증환자를 배려하는 전형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의 지원 자격을 장기간 입원한 중증질환자를 포함한 '건강장애학생'으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최 양은 "대부분 대학이 실시하는 특수교육대상자전형에 지원하려면 장애인 4급 이상이어야 한다"며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공부했으니 대학에서 학생들을 뽑을 때 (중증환자를) 조금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3년도 대학 입시에서 소아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수시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강원대, 건국대, 경북대, 광주대, 단국대, 동신대, 부산대, 성신여대, 인천대, 전남대, 충남대 등 11곳에 불과하고 선발 기준도 협소하다.

김 씨는 "소아암 환자가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은 농어촌 전형이나 저소득층 전형 등과 통합돼 운영된다"며 "많이 뽑아봤자 3명인데 다른 전형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이라서 기준이 협소하다"고 말했다.

▲ 2010년 12월 서울대학교 병원학교의 소아암 환자를 찾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연합뉴스

"장기 입원한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체계적인 학습 지원해야"

중증환자의 특성에 맞는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지원을 통해 지난해 발표된 '소아암 완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서비스 욕구'라는 논문은 "소아암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일부 학습서비스의 경우 학습지도를 담당하는 자원봉사자가 책임감이 떨어지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또래 집단별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씨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 유아반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위주이고,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인터넷 강의 두 시간을 채우면 끝나는 식으로 형식적"이라며 "병원이 치료목적으로 있는 곳이다 보니 일반 교육기관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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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병원에서 치료 받는 청소년들이 학교 대신에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병원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을 만들고, 정부가 입시 교육과 더불어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상담 지원이 되는 맞춤형 교육기관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30여 개 3차 병원에서 '어린이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서울시에는 11개 병원학교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공식 인가를 받아서 운영됐다가 올해 경희대 병원학교가 예산 부족으로 폐교된 바 있다.

고려대 구로 병원학교 관계자는 "우리도 올해 일년 예산으로 1000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는커녕 인건비조차 전혀 안 나와서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전체 운영비의 1/6 정도만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병원학교로서는 그만큼 운영이 불안정하다"며 "정부는 최소한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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