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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은 정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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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은 정말 올까?

[인터뷰]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밤샘 노동부터 중단하자"

노동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올까?

모 대선캠프 슬로건에 대해 원조격 고민을 하는 곳이 있다. 조합원 10명 중 8명이 밤샘노동을 하는 곳. 일년 전에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요구했다가 해고된 조합원이 있는 곳. 바로 금속노조다.

그런 금속노조가 오는 13일과 20일 파업을 앞두고 있다. "밤샘 그만, 차별 그만"이라는 요구안을 걸었다. 사정은 여러모로 노조에 유리한 모양새다. 마침 고용노동부는 '불법 연장근로' 혐의로 실정법을 위반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10일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박 위원장은 "심야노동 철폐는 노동자가 기본적인 건강권을 확보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문제"라며 파업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금속노조가 '정치파업'을 벌인다는 자동차업계의 비난에 대해서는 "이번 파업은 합법파업이고, 주간연속 2교대제라는 요구안은 제도를 바꾸는 문제"라며 "세상에 그 어떤 제도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올해 총파업은 이명박 정권 4년간의 노동탄압에 대한 금속노조의 대반격"이라며 "이번 파업을 통해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을 바로잡고 정리해고를 철폐하는 싸움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편집자>

▲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금속노조가 오는 13일, 20일 파업을 앞두고 있다. 왜 파업하나?

박상철 :올해 총파업은 이명박 정권 4년간의 노동탄압에 대한 금속노조의 대반격이다. 더 이상 밀려선 안 된다, 현장에서 반격하자는 조합원의 절박한 요구가 모였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네 가지 요구안을 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심야노동 철폐, 비정규직 철폐,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복수노조제도와 관련한 노동기본권 쟁취가 우리의 요구안이다.

4대 요구와 더불어서 정리해고 철폐 문제도 같이 요구할 계획이다. 정리해고로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 2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들의 죽음에 대해 정부와 자본은 책임지지 않는다. 정리해고 특별법을 만들어서 정리해고를 철폐하는 싸움을 벌일 것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예전과는 다르다. 현장 분위기도 좋지만 파업에 기업지부까지 참여한다. 지난 1일 121개 지회 13만4195명이 쟁의조정신청을 했다. 조정신청을 늦게 한 곳까지 합치면 15만 명이 넘는다. 금속노조가 지금까지 15만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파업을 한 번도 못했다. 이번만큼은 15만 조합원이 한시에 한몸이 돼서 싸우자는 것이다.

"밤샘노동 그만하자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

프레시안 : 네 가지 요구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박상철 : 우리의 요구안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밤샘 그만, 차별 그만"으로 압축된다.

한국의 심야노동 문제는 심각하다. 금속노조에서 주야맞교대를 하는 조합원이 77%에 달한다. 그런데 독일 수면과학협의회는 밤에 일하는 노동자의 수명이 낮에 일하는 노동자보다 13년 짧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암연구소에서 심야노동은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주야맞교대를 하는 노동자의 80%가 수면장애를 앓는다.

우리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밤샘 그만'이라는 구호는 노동자가 건강권을 확보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자는 것이다. 사람이 살자고 일하지 죽자고 일하나. 심야노동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 정상적으로 낮에 일하고 밤에는 자야 한다.

프레시안 : 사측은 심야노동을 철폐하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이려고 하거나 임금을 낮추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잔업은 임금과 직결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심야노동 철폐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박상철 : 심야노동 철폐를 생산성 문제나 임금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근본적인 건강권 확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 게다가 '밤샘 그만'이라는 구호는 금속노조 조합원뿐만 아니라 시민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지지를 얻고 있다. 오죽하면 모 대선 캠프에서 슬로건을 '저녁이 있는 삶'으로 정했겠나.

프레시안 : 완성차업체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현안이다. 그런데 부품사의 경우는 딱히 현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파업 동력이 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상철 : 부품사 자체의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이 있지만, 사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비용 문제 때문에 부품사에서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다. 완성차가 먼저 도입해줘야 부품사도 따라갈 수 있다. 현대차나 기아차, 한국지엠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걸고 싸우는데, 부품사까지 이 제도가 확산되도록 완성차가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현대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모범답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품사 중에서도 경주지부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적극 요구하고 싸우고 있다. 기아차는 이미 시범실시도 했고, 유성기업에서도 밤에 잠 좀 자자고 싸운 것 아닌가. 자본이 합의해놓고 도입을 미뤄서 문제지, 사측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 나도 끄떡 없는 자본"

프레시안 : 비정규직 철폐나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노동기본권 쟁취는 왜 중요한가.

박상철 : 비정규직 철폐는 다시 말씀 안 드려도 될 만큼 중요하다. 자본과 권력이 비정규직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라고 판정이 났는데도 아직도 자본은 해당 조합원을 복직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이 이윤 착취의 도구로만 쓰인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사람을 차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가 싸움을 통해서 적극 바로 잡을 생각이다.

원하청 불공정 거래는 단가 후려치기로 문제가 많다. 대기업이 영업이익을 11%나 남기면서 부품사나 하청업체에게 영업이익을 3%로 맞추라는 것은 중소기업 육성이 아니라 중소기업 탄압이다. 노사정 감시단을 만들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기본권 쟁취와 관련해서는 교섭 창구단일화의 문제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자율교섭을 할지는 노사가 합의할 문제지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노사자율의 원칙을 부르짖던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개입해서 노사 자율의 원칙을 깨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심지어 노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한 단체협약마저 정부가 뒤집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기본권 악화되는 문제는 민주노총과 8월 말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걸고 대응할 생각이다.

▲ '가자 총파업으로'라고 적힌 버튼을 가리키는 박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파업을 앞둔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박상철 : 지난해 10월부터 금속노조 전체 현장순회를 총 3번 했다. 정부의 노동탄압이 심했던 만큼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2차, 3차 현장순회를 할 때 조합원에게 '가자 총파업으로'라고 적힌 버튼을 달아 드렸다. 조합원들의 호응이 좋았다. 손 잡고 버튼 하나 더 달라는 사람도 있고, 훈장 받는 것 같다고 말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버튼은 주로 간부들이 다는데 조합원들까지 달아 드리니 좋아하는 것 같다.

"이번 파업은 '합법파업'…뻥파업 아니다"

프레시안 : 이번 파업을 두고 한쪽에서는 '정치파업'이라고 비판하고, 한쪽에서는 '뻥파업'이라고 비판한다. 양쪽 비판에 대한 금속노조의 입장은 무엇인가?

박상철 : 한국 사회에서는 불법이라는 말이 대상에 따라 불공평하게 적용된다. 대법원이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는데도 현대차는 판결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지키라고 요구하면 (회사의 불법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고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서만) 불법이라고 몰아간다.

금속노조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하는데, 강조컨대 이번 파업은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통해 조정절차를 거친 '합법파업'이다. 그리고 세상에 그 어떤 제도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나? 주간연속 2교대제는 제도를 바꾸는 문제다.

뻥파업도 아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뻥파업이다. 13일 총파업에 현장에 와서 한번 봐 달라.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법 철폐에 힘쓸 것"

프레시안 : 복수노조와 정리해고 문제가 맞물리는 사업장이 있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정리해고 문제와 창구단일화 문제에 대한 금속노조의 대안이 있나.

박상철 :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중에 35개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들어섰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교섭권이 저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한 군데도 투쟁을 멈춘 곳이 없다. 자본이 어용노조를 만들었지만 잘 해결되지 않는다. 임금단체협상에서 후퇴한 안을 내놓다 보니 조합원들이 저쪽 노조로 갔다가 다시 금속노조로 온다. 자본은 자본대로 노조 두 군데를 관리하니 힘들다. 내가 복수노조 사업장에 현장순회 가서 "저쪽 노조원을 적대적으로 대하지 말라, 같은 노동자고 언젠가 우리에게 올 사람들이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자본의 탄압 때문에 저쪽에 가 있지, 강고하게 투쟁하면 어용노조가 회사에 협조하는 것을 조합원들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같은 장기투쟁 사업장이 원래는 33군데였는데 올해는 27군데로 줄었다. 여섯 군데는 이미 해결했다. 나머지 27군데도 소중한 곳이라서 애정을 가지고 해결할 생각이다. 법원에서 복직시키라고 판결한 사업장도 있는데 사측이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와 민주노총과 함께 가능한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부터 해결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화력을 모아서 돌파할 것이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 발의한 사내하도급법안은 어떻게 보나? 사실상 일종의 '중규직'을 영속화하겠다는 것인데, 정규직이 될 생각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는 오히려 환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박상철 : 당연히 반대한다. 불법파견했다가 문제가 생기니 새누리당이 사내하도급법을 만들어서 법적으로 문제를 없애겠다는 것 아닌가. 사내하도급법안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다. 민주노총과 힘을 모아 싸워서 막아내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비정규직 법안도 철폐해야 한다. 비정규직법안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착화한다.

"이명박 정부 아래 노동자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

프레시안 : 13일, 20일 파업 외에도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달라.

박상철 : 비정규직 문제, 주간 2교대제라는 제도적인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 완성차지부의 투쟁이 휴가 전에 타결되기 어렵다. 금속노조는 7월 말에 투쟁을 끝내는 게 아니라 8월까지 완성차지부와 함께할 것이다. 8월에도 3차 총파업이 예정돼 있고 15만 조합원과 싸워서 민주노총 총파업과 연결하겠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상철 : 우리도 이 뜨거운 여름에 시원한 바람 맞고 싶지 파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협상도 하지만, 결국 노동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쓸 수밖에 없었다. 사용자들이 교섭에 성의 있게 나오지 않고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합법파업이고 많이 응원해줬으면 한다. 특히 밤샘노동과 차별은 그만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시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정부의 노동 탄압 때문에 22명이 정리해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이들의 죽음에 대해 정부는 책임지려하지 않는다. 정리해고는 정당하지 못하다. 정리해고를 위해서는 법률적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회사의 기술을 외국에 유출하고 회계를 조작하면서까지 정리해고하는 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인가? 현대차도 1998년에 정규직 1만2000명을 쫓아냈는데 2년 뒤 흑자를 기록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해당했는지 의문이다. IMF 시절에 노동자 12만4000명이 정리해고됐다. 지난해 경제가 성장했다는데 노동자 10만3000명이 정리해고됐다. (IMF 때와 맞먹는 수치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됐다는 사실은 이명박 정부와 자본이 노동정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한마디로 웅변한다. 잘못된 노동정책과 정리해고를 멈춰야 한다. 올해 이명박 정부 아래서 노동자들이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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