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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자들이 대접받아야 진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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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자들이 대접받아야 진짜 민주주의"

[인터뷰] 엄주웅 호루라기 재단 상임이사

'양심과 표현의 자유 신장, 공익제보자의 인권 옹호를 위한 재단법인 호루라기(이사장 이영기)'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호루라기 재단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호루라기 재단은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은 공익재단으로서, 전국 각 지역에서 발굴한 공익제보자들을 경제적‧법률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재단 개소식을 맞아 <프레시안>은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엄주웅 호루라기 재단 상임이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엄 이사는 "양심선언을 한 사람들이 존경받기는커녕 도리어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조직의 비위를 고발하는 개인이 대접받아야 진짜 민주주의 사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처럼 사회의 관심을 많이 받은 공익제보자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익제보자도 많다"며 "숨은 공익제보자를 발굴해서 지역 사회나 지역 언론과 함께 돕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편집자>


▲ 엄주웅 호루라기 재단 상임이사. ⓒ프레시안(김봉규)

프레시안 : 호루라기 재단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엄주웅 : 호루라기 불기란 영어로 휘슬 블로잉(whistle blowing)인데, 이는 다시 '양심선언', '내부고발', '공익제보'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번역할 수 있다. 호루라기 재단은 공익제보자의 인권을 옹호하고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법인이다.

프레시안 : 왜 공익제보자를 돕는 법인을 만들었나.

엄주웅 : 지난 시기 한국의 민주화는 집단, 다중, 조직의 힘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그동안 독재와 권위주의에 눌려 있었던 노동조합이나 협회, 이익단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기득권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민주주의가 기득권과 타협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새로운 동력 중에 하나는 바로 개인의 결단과 용기다. 조직에 있으면서도 조직의 이해에 연연하지 않고 비위(非違)를 고발하는 개인이 칭찬받고 대접받고 존경받아야 진짜 민주주의 사회다. 그래서 공익제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그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재단을 만들었다.

프레시안 : 공익제보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생각인가.

엄주웅 : 공익제보자의 신원을 보장하면서 이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소송 기간 동안 공익제보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도 목적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내부 고발하는 사람도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제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에 양심선언을 한 사람들 중에 지금도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장학금을 전달하려고 한다. 이밖에도 인권·시민단체나 정책·제도 개선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 재단은 어떤 전문가로 구성돼 있나.

엄주웅 : 공익제보 전문가나 법률 전문가가 있어서 공익제보자를 전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이사 중에 이지문 '공익제보자와 함께 하는 모임' 부대표는 공익제보 문제만 20년 이상 천착한 사람이다. 이사진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정순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법조계, 그밖에도 언론계와 시민단체 인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장은 '4대강 사업 위헌・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의 대표를 맡았던 이영기 변호사다.

프레시안 : 아무리 철저히 준비가 돼 있어도 공익제보자가 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어떻게 공익제보자를 발굴하고 재단을 홍보할 것인가?

엄주웅 : 언론 보도에 나온 내부 고발자를 대상으로 '이달의 호루라기상'과 '올해의 호루라기상' 수상자를 뽑아서 관심을 유발시키고자 한다. '민주언론상'은 좋은 기사를 쓴 기자에게 주는 상인데, 우리는 좋은 제보를 한 취재원에게 (취재원이 신원을 밝히는 데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서)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주고자 한다. 그밖에 웹진 등을 통해 재단 홍보 활동을 펼칠 것이다. 지난 21일에 재단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프레시안 : 국내나 외국에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다른 시스템이 있나.

ⓒ프레시안(김봉규)
엄주웅 :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는 공익제보자의 생계를 지원하는 펀드가 있다. 미국에서는 특정 분야의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수단이 발달돼 있다. 특히 군사적인 보호를 위해 내부 고발한 사람은 좌천하지 못하도록 인사이더를 보호하는 제도가 있다.

한국에도 지난해 9월부터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발효됐지만 한계가 많다. 공익제보자 보호가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에 그치는 데다 선언적인 조항도 많다. 내부 고발을 해서 불이익을 받으면 원직 복직하거나 그에 상응한 대응을 하도록 호루라기 운동이 입법 개선 운동을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엄주웅 : 사실 우리가 거창한 일을 벌이려는 것은 아니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처럼 사회의 관심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지방자치단체 수준으로 가면 소위 결기를 한 번 부렸다가 그 동네에서 평생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공익제보자를 발굴해서 지역 사회나 지역 언론과 함께 돕고 싶다. 그들이 소송을 해서 이기면 또 다른 공익제보자를 선순환적으로 도와줄 수 있지 않겠나.

호루라기 재단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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