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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면접 때 '치마 살짝 올리라'는 면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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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면접 때 '치마 살짝 올리라'는 면접관"

안경은 금지, 매니큐어는 강제…과도한 여승무원 복장 규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인 김미경(가명) 씨는 회사의 '용모 규정' 때문에 업무에 방해를 받은 적이 많다. 노약자의 탑승을 돕거나 짐칸에 짐을 넣을 때마다 김 씨는 치마가 신경 쓰였다. 난기류 지역에서 비행기가 흔들릴 때는 치마를 입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야 했다.

김 씨는 "승무원들은 실내뿐만 아니라 밖에서 일할 때도 많다"며 "영하 20도를 밑도는 러시아에서 얇은 치마와 스타킹만 입고 밖에서 청소 작업을 할 때면 너무 춥다"고 호소했다. 그는 승무원들이 1년 내내 똑같은 재질의 얇은 치마를 입지만 승무복 외에 목도리조차 두를 수 없다고 했다.

승객들의 이상한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그는 "동료 승무원이 앞에서 지나가는데 남자 승객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우와'라고 말했다"며 "그런 시선에 거북함을 느껴서 그 이후부터는 앞으로 걸어 다니지 않고 치마를 신경 쓰면서 옆으로 걷는 버릇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은 여성 승무원의 업무와 합리적인 연관성이 없는 용모와 복장을 과도하게 규정한다"며 차별 조치를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안경은 금지, 손톱엔 반드시 매니큐어 발라야"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복장 규정에 따르면, 여성 승무원은 승무복으로 치마만 입을 수 있고 치마 길이는 무릎 중앙선에 맞춰야 한다. 눈 화장으로는 갈색과 검은색만 할 수 있으며, 손톱에는 반드시 핑크나 오렌지색 계열의 매니큐어를 발라야 한다. 귀고리는 가로와 세로 1.5cm를 넘으면 안 되고 두 가지를 넘어선 색이 섞여서는 안 되며, 플라스틱과 주석 재질이어서는 안 된다. 망으로 감싼 '쪽진 머리'를 할 때는 실핀은 두 개만 쓸 수 있다. 심지어 남성 승무원과 달리 여성 승무원은 안경을 쓰는 것도 금지돼 있다.

18년차 승무원인 권수정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장은 "14시간 동안 장거리 비행을 할 때면 렌즈 착용으로 눈이 건조해져서 힘들었다"며 "결국 안구 건조증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지난 2007년 눈을 수술해야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승무원에게 안경을 못 쓰게 하는 이유는 승객들의 안전을 담당할 수 없기 때문인가, 보기 흉하기 때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권 지부장은 또한 "이착륙을 할 때면 승무원은 머리를 뒤쪽에 대고 안전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쪽진 머리가 방해된다"며 "회사에서는 머리를 자를 수 있는 규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시아나 여승무원 3500명 중에 머리가 짧은 여성은 5명 이내"라며 수시로 용모와 복장을 점검하는 회사 방침에 대해 비판했다.

권 지부장은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과 보안을 책임지는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며 "과도한 용모지침 때문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젊은 여성이 예쁘게 차려입고 한 때 일하고 마는 직업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면접관이 여성에게만 '치마 살짝 들어보라' 요구"

나영 지구지역공동행동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승무원을 준비하는 취업 커뮤니티에 가면 면접 가이드 1순위가 '다리'였다"며 "면접관들은 여성 승무원의 다리 모양을 중요시하고, 심지어는 면접 도중에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보라는 경우도 있다"고 고발했다.

나영 사무국장은 "광고에서도 남성 승무원은 기내 안전을 책임지고, 여성 승무원은 예쁜 승무복을 입고 미소 짓는 직업인 것처럼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것이 문제"라며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직인데 유독 여성에게만 과도한 복장을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연맹 여성위원장은 "사장 마음대로 화장부터 스타킹까지 정하고 그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며 "여성노동자를 인격체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만 놓고 보는 자본의 눈빛이 사라지기 전에는 이러한 부당한 규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현재 여성 승무원도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무복을 만든 디자이너의 권고에 따라 여승무원만 치마를 입히는 게 회사 방침"이라면서 "복장규제는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성이 없고 이 정도 규제는 다른 항공사에도 조금씩 있다"고 해명했다.

복장이 인사고과에 반영돼 사실상 강요된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복장과 용모에 대해) 평가 점수가 나오는데, 본인들이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규정을) 따르는 것이지 결코 (복장이나 용모가) 인사고과에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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