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사이에 흔치 않은 공통점 중의 하나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워낙 강고하게 자리잡은 데다 성공한 사람들 자산의 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보니 고위공직자 후보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려 공직에 임명되지 못하거나 임명된 후 경질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이른바 파워 엘리트에 해당하는 사람들 가운데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적고,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법이어서 부동산 투기 여부를 기준으로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솎아내기 시작하면 고위공직자 후보 인재풀이 매우 협애해 질 것은 정한 이치다. '자연을 너무 사랑해서 땅을 샀다'는 모 장관 후보자의 변명에 분노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부동산 투기를 했거나 투기 의혹을 강하게 받는 자연인에 대한 공분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러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대한민국에 사는 고위공직자 후보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낙마하지 않도록 하는 묘방은 없는 것일까? 그런 방법이 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바로 그 묘방이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고위 공직자 후보가 취임 시에 실수요 아닌 자신 및 배우자. 직계 비속 소유의 부동산 (실수요에 대한 소명책임은 고위 공직자 후보가 부담한다.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자녀 명의로 취득한 경우가 많으므로 자녀 명의의 부동산도 포함되는 것이 옳다.)을 중립적 국가기관에 신탁하도록 하되, 과거 그 부동산을 매입했을 당시의 시가의 원리금과 신탁 시점의 시가 중 적은 금액을 신탁한 것으로 간주한다. 투기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면 고위 공직자 후보도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고위공직자가 그 직을 마칠 시에는 고위공직자가 신탁한 부동산의 신탁운용금을 고위공직자에게 교부한다. 한편 고위공직자가 퇴임한 후 2년-기간은 조정이 가능하다-간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은 취득을 금지케 한다. 고위공직자로 재직할 시 직무상 지득한 정보를 이용해 투기 목적의 부동산을 구입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대강 이런 식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설계하면 고위공직자가 과거에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해소되고, 직무상 행한 결정에 대한 의심에서도 자유롭게 된다.
끝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할 필요도 없다. 선택사항으로 두어도 좋다. 적어도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 투기의혹을 고스란히 뒤집어 쓴 채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회피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면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지체 없이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고위공직자가 될 역량과 의지가 있지만, 부동산 투기 혐의로 뜻을 펴지 못할 인재들을 떳떳하게 구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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