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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엔터테인먼트 LA 공연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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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엔터테인먼트 LA 공연의 진실

[이동연의 케이팝 오디세이] 케이팝 커넥션: 주식에서 방송까지

2010년 9월 4일, SM 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초국적화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로스앤젤레스(LA) 공연을 개최했다. 'SM Town Live 10 World Tour'의 두 번째 순서였던 이 공연은 서울에서 시작해 상하이, 도쿄, 파리,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로 가는 케이팝 글로벌 순례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팝 음악의 본거지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예능 도시 LA에서 벌인 'SM Town Live'는 케이팝의 탈아시아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SM Town Live'는 SM 소속 가수와 그룹들이 총 출동하는 대규모 연합 공연이다. 이전에는 주로 아시아 국가에서 개최되었지만, LA 공연을 시작으로 그 영역을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해나간 것이다.

공연 전부터 이미 국내 언론들은 앞 다투어 이 공연을 홍보했다. 10억 원짜리 전세기를 타고 LA 공연을 화려하게 준비한다느니, 할리우드 스타 잭 니콜슨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예매했다고 하는 홍보성 기사들이 도배되었다. 공연이 끝난 다음 날부터 국내 언론은 'SM Town Live in LA'에 대한 찬사를 연일 쏟아내기 바빴다. "LA 스테이플스 공연 대성황 '화려한 美진출"(서울신문), "동방 슈주 소시.. SM 주역들 미국 LA 홀렸다"(뉴스엔), "미국에 분 K-POP 바람… 15,000명 다국적 팬들 SM에 열광했다"(노컷뉴스)는 제목의 기사들이 하루 종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언론들이 어떻게 이러한 찬사를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시에 쏟아내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 공연은 정말 언론 보도대로 성공적이었을까? 'SM Town Live in LA' 공연에는 두 가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첫 번째는 이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주요 일간지, 인터넷 미디어, 방송사 등 국내 20여 개 언론사들이 SM이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동행 취재를 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항공료, 숙박비 등 취재에 필요한 경비는 SM 측에서 부담했다. 공연 다음날 SM의 LA 공연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도배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쨌든 편의를 제공받고 동행한 기자들은 밥값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불편한 진실은 실제로 이날 공연에 모인 관객들이 모두 표를 사고 들어왔을까 하는 점이다. 언론에서는 1만5000명의 관객들이 이 공연 티켓을 샀고, 70%가 비동양인들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공연을 직접 다녀온 관객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실제 공연장의 상황은 언론 보도와 많이 달랐다고 한다. 내가 알아 본 참석자에 의하면, 관객들 상당수가 티켓을 공짜로 받아서 공연장에 들어왔다고 한다. 심지어는 이날 출연하는 가수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들어온 히스패닉계 관객들도 있었다. 공연장 밖에서 표를 공짜로 뿌리는 것을 목격했다는 관객들도 있었다. 70% 이상이 비아시아계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대부분 관객들은 동양인들과 히스패닉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물론 티켓을 구매해서 들어온 관객도 많았지만, 누군가가 표를 대량 구매해서 객석을 채우기 위해 표를 뿌렸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유료티켓 관객들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는 다르게 저조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필자도 직접 가본 LA 스테이플스 센터는 좌석이 총 2만5000석 규모이고, 코트에 스탠딩석까지 감안하면 3만5000석이 훨씬 넘는다. 무대 세팅을 위한 사석을 고려해도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매진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만5000석 이상의 티켓이 팔려야 한다. "스테이플스 센터 지붕 끝까지 연결된 1만5000석의 자리를 가득 메운 팬들"(한국경제)과 같은 기사는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과 거리가 멀다. 흥미롭게도 2011년 9월에 있었던 'SM Town Live in New York'의 기사를 읽어보면 LA 공연과 동일한 숫자가 나온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1만5000명의 관객들에 70%가 비아시아계라는 통계까지도 같다. 누군가가 이미 작성한 보도 자료를 언론들이 받아쓰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케이팝은 곧 아이돌 음악이다. 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이 욕망이 시시각각 돈으로 환산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부의 열매는 소수가 누린다. 투애니원의 공연 모습. ⓒ뉴시스

케이팝의 주식 커넥션

더 흥미로운 것은 케이팝에 대한 호의적인 기사들이 기사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SM Town Live LA, 파리, 뉴욕 공연들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서 쏟아낸 거의 동일한 찬양성 기사들이 노리는 최종 종착점은 바로 주식 커넥션이다. 일례로 이 공연들이 끝난 후 미디어의 집중 조명은 SM의 주식 가치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은 단순히 매니지먼트 매출 자본으로만 산출되지 않는다. 아이돌 팝은 실제적인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상징적인 자본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무형의 자산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이돌 팝과 연계된 주식자본이다. 연예제작사 수익구조의 최종 지점은 연예제작을 통한 순매출을 토대로 안정적인 기업으로 인정을 받아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다. 아이돌 스타들의 인지도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적절한 기회요인이 되고, 이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구해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과 주식자본이 결합하는 전형적인 형태다. 2008년 한국 아이돌 팝 매니지먼트의 선두주자 'SM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 이수만 회장은 범아시아 한류스타 배용준을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최고의 주식보유자가 되었다. 2008년을 기준으로 이수만 회장이 보유한 'SM 엔터테인먼트'의 총 주식가는 191여억 원에 달했다. 이수만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소녀시대의 '지(Gee)' 열풍 이후 급상승했다. 2010년에는 소녀시대를 위시한 소속 아이돌 그룹의 인기로 그의 주식 가치는 무려 1000억 원까지 올라갔다. 이에 더해, LA와 파리에 있었던 두 번의 'SM Town Live' 공연을 기점으로 이수만 회장의 주식 보유 시가 총액은 16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2011년 'SM Town Live' 뉴욕 공연 이후에는 2000억 원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2008년 191억 원에 불과하던 주식 가치가 3년 만에 열배가 넘게 치솟은 것이다.

ⓒ프레시안

코스닥 상장과 주식 가치 증가에 혈안이 되어 있는 케이팝 제작사는 비단 SM뿐만이 아니다. JYP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비의 소속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대량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되는 식의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을 했고, 이후 박진영과 Miss A가 제이튠으로 소속을 옮겨 회사 이름을 JYP 엔터테인먼트로 바꾸었다. 이전 제작사인 JYP와 상장사인 JYP 엔터테인먼트는 형식적으로 두 개의 독립된 회사지만, 사실상 같은 회사여서 곧 합병을 할 예정이다. 빅뱅과 2NE1의 폭발적인 활약을 바탕으로 YG 엔터테인먼트사도 2011년 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YG의 대표 양현석은 코스닥에 상장하자마자 1400억 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연예계의 두 번째 큰 손이 되었다.

케이팝 열풍이 부는 사이 실제로 큰 변화가 있었던 곳은 주식시장이다. 케이팝 관련주는 실제 이들 기업의 자산규모와 매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고, 일종의 인위적으로 조정된 거품들이 존재한다. 케이팝의 배타적인 연예제작 시스템, 그 시스템을 굳건하게 뒷받침해주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케이팝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는 미디어의 보도가 서로 연계되어 케이팝의 주식 가치를 높인다. 과거처럼 앨범준비를 위해 잠정 활동을 중단을 했던 것과 달리, 요즘 아이돌은 싱글 곡을 계속해서 발표해야하기 때문에 제대로 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는 한편으로 주식을 계속 유지하고 상승시키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의 고난의 활동, 그리고 이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가 최종적으로 귀결되는 곳은 바로 주식자본이다.

방송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지난 설 연휴 기간에 즈음해 방영된 3대 지상파 방송사의 대표 가요 프로그램들은 아이돌이 점령했다. '방송사를 점령하라!'는 제작사의 명령이 있었던 것일까, 3개 방송사의 가요프로그램들은 아이돌에 모두 의해 점령당했다. 먼저 이 세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출연진을 살펴보자.

ⓒ프레시안

위의 3대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진을 보면 90% 이상이 아이돌 그룹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케이팝 열풍이 본격화되기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출연진들도 대부분 겹치고, 진행하는 방식 역시 거의 유사하다. 출연진들을 살펴보면, 사실상 프로그램 간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세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음악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들을 홍보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 예능 피디들은 대부분 이런 질문을 던지면 시청률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 3개 방송사의 시청률은 평균 5%대를 조금 웃돈다. 가요 프로그램의 아이돌 점령은 시청률과는 다른, 복합적인 문제들이 들어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사 예능국에서 가요프로그램 틀을 아예 청소년들이 시청하는 아이돌 중심으로 고정시켰다는 점이다. 가요프로그램의 차별화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케이팝의 장르화를 죽이는 결과가 되었다. 가요 프로그램의 효과는 그 자체로만 끝나지 않고, 파생 효과를 낳는다. 아이돌들은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기점으로 다른 예능 프로그램 진출을 노린다. 아이돌 기획사들이 원하겠지만, 예능국이 원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방송가의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가요 프로그램 한 번 출연에 예능 프로그램 세 번 출연'이라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고 하며 '일테백라', 즉 TV 한 번 나오는 것이 라디오 백 번 나오는 것보다 홍보효과가 더 좋다는 조크가 있었다. 상품가치가 높은 아이돌을 예능국에서 잡기 위해서는 아이돌을 집중 출연시켜야하는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반대로 1년에 50팀씩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방송에 얼굴을 비추기 위해서는 가요 프로그램에 목맬 수밖에 없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상파, 케이블 예능국 피디들이 과거부터 정기적으로 출연을 대가로 이른바 피알비를 받아 구속된 사례들이 많았다. 1997년, 2002년, 2008년 예능국 간판급 피디들 10여 명이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피알비를 받아 검찰에 구속되었다. 내가 직접 제보에 관여했던 2002년 가요계 피알비 사태 때에도 많은 예능피디들이 연루되었고, 그 중에는 구속된 피디들도 있었다. 당시 본인들이 억울하게 누명을 받았다고 했던 피디들 대부분도 2008년에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특정 연예기획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현금이 아닌 주식이 피알비의 새로운 뇌물 증여 방식으로 떠올랐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현재 주요 아이돌 제작사들이 주식 상장을 마친 상태에서 방송사 예능국 피디들이 이들 회사의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고, 어떤 형태로 주식을 보유했는지, 그 액수는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케이팝을 주도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어떻게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집중 출연하는 관행이 생겨났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케이팝, 방송, 주식의 삼각동맹

▲케이팝은 이제 방송뿐만 아니라 주식시장,과 정치권까지 움직이는 힘을 보유했다. '철의 동맹'이 강력한 팬덤을 입고 생겨난 것이다. 이 팬덤 형성의 뒤에 어떤 욕망이 꿈틀대고 있을까. ⓒ뉴시스
내가 판단하기에 케이팝 제작사-미디어-주식시장이 삼각동맹을 맺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물론 이 동맹이 고의적이고 노골적이고 공공연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상부상조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내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잘못된 정보, 의도된 시나리오에 의해서 케이팝의 실체가 왜곡된다는 것이고, 이 왜곡들이 한국의 대중음악, 대중문화 환경을 다시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알고 보면 일반 대중들이 오로지 원하는 것만은 아니었고, 이 과정에서 이른바 문화자본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당사자들이 인위적인 트렌드를 만들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케이팝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문을 품게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방송, 미디어, 연예산업, 주식시장이 아이돌에 애타게 매달리는 현상이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케이팝-방송-주식'의 삼각동맹은 우리 사회 독점을 정당화하는 '삼성 신화'의 논리, 반칙이 좀 있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으로 국격 높은 선진사회 이룩하자는 MB의 국정철학의 또 다른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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