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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350>

4인 이하 사업장은 퇴직금을 안 준다.
그래서 반드시 묻는 질문 하나.
"일하는 사람 몇 명이에요?"
"5명이요."
"사장님 빼고?"
"아뇨. 사장님 포함해서 ."
"그럼 퇴직금 못 받아요."

기막히게도 *사장님 빼고 4명인 사업장이 너무나 많다.
노동자들은 퇴직금이 없는 이런 막장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친다.
반면에 사장님들은 노동자를 붙잡아두려고 공수표(空手票)를 날리기도 한다.

베트남인 충(가명)은 1년 일하고 나서야 퇴직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교롭게도 사장님 포함 5명이었으니까.
그가 그만두겠다고 하자 사장님이 약속했다.
"퇴직금 줄 게."
사실 이 약속은 우연히 만난 동창생에게 인사치레로 건네는 '언제 꼭 만나 쏘주나 한 잔 하자!'는 말처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언질이었지만, 순진한 베트남인은 이 말만 믿고 2년을 더 일했다.
하지만 출국 날짜가 다가오는데도 사장님은 퇴직금을 주지 않았다.
그가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내가 해 줄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안 줘도 할 수 없어요."

베트남인 둥(가명) 역시 사장님 빼고 4명인 사업장에서 2년 내리 일했다.
퇴직금을 주겠다는 사장님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2년 일하고 일시 귀국할 때 사장님은 삼성만 주었다.
약속을 반쯤은 지킨 셈이다.

둥은 재입국하고 나서도 거기서 2년 더 일했다.
삼성 외에 나머지 퇴직금 차액까지 주겠다는 사장님의 약속을 또 믿었기 때문이다.
"설마 또 거짓말하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출국 이틀 전,
사장님이 또 삼성만 지급했다.
그가 나를 찾아왔다.
"방법이 없을까요?"
"없어요."
"어떡하죠?"
"그거 받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체념한 듯 말했다.
"그냥 가야겠네요.""그렇지."
그가 부탁했다.
"회사에는 전화하지 말아주세요."
"왜요?"
"사모님하고는 사이가 좋았는데, 좋았던 사이가 깨지는 걸 원치 않거든요."
우의(友誼)를 깨지 않으려는 마음 씀씀이가 대견하다.

나는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 말아요. 전화 안 할 테니."

둥은 어제 떠났다.

*사장님 빼고 4명 :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종업원을 4인 이하로 유지하는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하여 정부는 2010년 12월 1일부터 4인 이하 사업장도 퇴직금의 50프로를 지급하도록 법을 바꾸었다. 하지만 이 법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받으려면 최소한 만 1년이 되는 금년 1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퇴직금은 만 1년 이상 근무해야 받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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