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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10년차에 '알아서' 사표 내는 이유는…

[복지 없는 사회복지사·①] "복지 수요 늘어도 복지사 처우는 제자리걸음"

'복지의 해'가 밝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조차 복지 관련 공약을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도 올해부터 출산지원금을 4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만 5세 유아에 대해서는 부모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매월 20만 원씩 보육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정작 지역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에게 복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저임금은 여전하다.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낸 자료를 보면 2009년 사회복지 종사자의 임금은 전체 산업 대비 62.7%에 불과했다.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위반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이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정부와 위탁 법인은 핑퐁 게임을 하듯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 해결책은 '현금 지원 강화'다.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도 많다. 정부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수록 복지는 시장에 맡겨질 확률이 크다. 복지의 시장화는 비정규직의 확대로 이어진다. 숙련된 사회복지 종사자가 줄어들수록 복지 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프레시안>은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하고, 정부의 책임 강화를 촉구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장애인 가정을 찾아 집수리와 청소를 하는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5년차 사회복지사인 최민기(가명·32) 씨는 늘 바쁘다. 며칠 전 그는 세 빈곤가정을 방문했다. 집에 물이 새는 가정, 자녀의 고등학교 수업료가 밀린 가정, 가스레인지 호스가 짧아서 취사를 못하는 할머니 댁이 방문 대상이었다. 가정 방문이 끝나고는 후원물품인 바지 300벌도 직접 가지러 갔다. 후원 서류작업을 비롯한 각종 행정업무도 밀렸다. 하루에 끝내기엔 버거운 업무량이다. 그만큼 야근도 잦다.

최 씨는 2006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곧바로 지역 내 주민 이용시설에 입사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지역사회의 두터운 신뢰를 얻는 사회복지관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봤다.

현실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보람이나 자부심과는 별개로 일이 많았다. 행정과 회의, 주민 교육, 상담, 또 회의가 이어졌다. 후원금을 받아야 할 때는 영업사원처럼 정신없이 뛰었다. 어려운 가정에 짐을 날라주고 청소나 도배 등을 거드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구청에 있는 공무원은 수급권자 재산 조사 등 행정업무만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사람도 만나고 행정도 해야 하니까요."

인건비와 사업비 통합 꼼수에 '알아서' 사표 내기도…

임금은 달마다 들쭉날쭉하다.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이 나오는 달은 200만 원까지 받았지만, 가장 적게 받는 달에는 고작 120만 원을 손에 쥐었다. 그마저 세전 금액이다. 180만 원을 받는 달을 기준으로 하면,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등을 제외하고 150여만 원이 남았다. "대부분 밤 9시~10시까지 기본적으로 작업하는" 분위기지만, 초과수당이라고는 구청에서 초과 근무량과는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책정한 시간외 근무수당 5만 원이 전부였다.

"남성은 이직을 많이 했어요. 급여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맞벌이를 안 하고는 아이를 정상적으로 낳아서 키우기 어려운 조건이니까요. 예전에는 속칭 부부 둘이 사회복지사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는 농담도 있었고요. 어떤 사회복지사는 몇 년 전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됐어요. 은행에 직업군 코드로 분류가 안 돼서라고 하더군요."

사회복지사의 처우가 열악한 이유는 만연한 민간위탁 때문이다.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할 복지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사회복지사들의 지위가 애매해졌다. 고용은 위탁법인에 돼 있고, 임금은 지자체나 정부에서 받는 사회복지사들이 생겼다. 모호한 '사용자성' 때문에 법 위반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과 수당 미지급'이다. 초과 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해도 법인과 정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복지 사업은 점점 늘어나도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지자체는 복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업비와 인건비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지급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영세한 위탁법인은 인건비를 지급하면 사업비가 없어서 딜레마다. 이 때문에 연차가 올라간 사회복지사들이 '알아서' 그만두는 일도 있었다. 숙련된 노동 이탈은 복지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졌다.

"연차가 올라가면 급여가 많아지니 기관 운영에 부담이 되죠. 인건비와 사업비가 통합으로 나오니 교부금은 인건비 주면 끝나거든요. 신입이 많은 기관일수록 인건비는 줄고 사업비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래서 연차가 10년 정도 올라가면 너무 눈치가 보이니까 알아서 관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복지관은 인건비가 올라갈수록 좋은 기관이거든요. 오래 근무할수록 전문성도 확보하고 지역 사회와 밀착할 수 있으니까요."

한시적 사업 명목으로 10년째 비정규직 채용?

위탁법인은 신규채용을 비정규직으로 채워 인건비를 아끼는 추세다. 최 씨가 일하는 복지관에도 전체 직원 24명 중에 3명은 계약직이었다. 그 중에는 10년째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현행법상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특별한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졌다가 정착한 사업이 있어요. 푸드뱅크 사업이 대표적이죠.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기부하면 사회복지 시설에서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사업인데, 여기에서 주로 계약직들이 일해요. 이 사업이 실행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계약직을 씁니다. 비정규직은 급여 수준도 정규직보다 80% 정도고 호봉 산정도 안 됩니다. 이들은 기관에서 책임지지 않는 한 고용 여부도 불투명하죠."

사회복지사의 처우와 관련한 최근 통계는 전무한 상태다. 다만 2006년 공공운수노조가 사회복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회복지사들은 시설에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주된 이유로 "정규직 채용을 위한 예산이 부족해서"(37%), "단기적 사업(기금사업) 등 한시적 필요 때문에"(32.2%), "해당인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17%) 등을 꼽았다. 또한 사회복지 노동자 10명 중 3명 정도(27%)는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실질적인 책임 져야"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가 매년 사회복지사들의 처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긴 하지만, 권고안은 주로 임금 중심이고 보장 수준도 미미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임금 가이드라인을 보면 지난해 사회복지사들의 평균 초봉은 월 150여만 원이었다. 그마저 비정규직은 적용되지 않는다.

임금뿐만이 아니라 고용 안정 등 처우 전반에 대해 정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신현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직국장은 "정부나 공공부문이 복지 서비스의 책임 있는 주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한다"며 "지금은 민간위탁 구조를 통해서 정부가 관리만 하고 책임은 부정하는 형태지만, 실질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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