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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닥치고! 병문안부터"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하루 8시간 노동, 왜 실습 고교생에게만 예외인가"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지난 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실습나간 실업고 3학년생 김모 군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프레시안>은 김 군이 "9월부터 현장실습을 나와서 평일 근무는 물론 주말 특근과 2교대 야간 근무 등에 투입돼 주당 최대 58시간 정도의 근무를 하다가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한 주 74시간 노동이라니!

하지만,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에 따르면, 도장반에서 일한 김 군은 "그동안 현장 노동자들과 같이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해왔으며 잔업 및 특근을 포함해 최장 주 74시간 일해" 왔다고 한다.

한 주에 74시간을 일하려면, 일요일도 없이 매일 10시간 30분 넘게 일해야 한다. 일요일을 쉰다고 하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12시간 20분을 일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 고등학생은 어른 노동자들과 같이 주야 맞교대까지 했다.

이런 일이 K5, K7 시리즈로 상종가를 치는, 한국의 최대 재벌이자 세계 5대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벌어졌다. 더군다나 이 공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라고 일컬어지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조직된 곳이다.

정몽구 씨의 경영철학, '인간에 대한 사랑의 실현'

현대자동차그룹은 경영철학으로 무한책임 정신과 인류애의 구현을 내세운다. "기업 경영활동의 가장 큰 목적이자 최고의 가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의 실현에 있습니다"고 떠벌린다. 인간 사랑이 최고 가치인 기업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아이에게 하루 12시간이 넘는 일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주야 맞교대까지 시켰다. 저임금 아동노동 착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기아자동차의 "사회공헌" 활동을 살펴보니, 로체청소년원정대, 사랑의 연탄 나눔, 사랑나누기 한마음 행사, 노사합동 사회공헌, 소원을 찾아주는 산타를 자랑한다. 기아자동차가 낸 이윤으로 어떤 청소년은 로체원정대를 떠나는데, 어떤 청소년은 공장에서 그 이윤을 만들려 착취당하다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

▲ 미국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인간 사랑이 최고 가치인 기업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아이에게 하루 12시간이 넘는 일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주야 맞교대까지 시켰다. ⓒ연합

그런데 인터넷을 보니, "미국 내 최고발행부수의 자동차잡지인 <모터트렌드>가 매년 선정하는 '파워리스트'에서 지난해 5위였던 정 회장이 올해는 2위로 약진했다"는 소식이 나온다. 기사의 소스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뿌렸다. 자기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고등학생이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판국에, 우리 회장님은 경영 리더십이 세계 2위라고 자랑하는 현대자동차그룹 홍보팀의 심보는 뭔가.

기아자동차의 2010년 2분기 영업이익은 6620억 원이었다. 2011년 1분기 영업이익은 8400억 원이었다. 2011년 2분기 영업이익은 1조319억 원이었다. 매분기 몇천억, 아니 조를 넘는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21세기에 들어선지 한참 지난 2011년에도 저임금으로 아동노동을 착취하고, 하루 12시간 주야 맞교대를 시켰다니 현대자동차그룹의 부끄러움을 넘어,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하루 8시간 노동이면 충분하다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시간 규제를 제1호 협약 내용에 담으면서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선언했다. 1953년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은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못박았다. 국제노동기준과 근로기준법을 만든 입법자의 의도는 하루 8시간 노동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하루 8시간을 넘는 노동은 노동자 개인에게 해로우며, 사회 진보를 거스르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노동시간 규제의 취지였다. 하루 10시간, 12시간 노동, 터무니 없는 야간노동은 낡은 시대의 잔재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막 진입했던 1970년 11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외치며 죽어갔던 전태일이 꿈꾼 세상도 하루 8시간 일하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그가 산화한지 41년이 지난 2011년 12월에도 청소년이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에 시달리다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시대는 계속 되고 있다. 그것도 청계천의 조그만 봉제공장이 아닌 노조가 조직된 한국 최고의 대기업 공장에서 말이다.

김 군 사건의 경우는 피해자가 십대이고, 노조가 조직된 대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 은폐되지 않고 빨리 여론을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십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가 없다는 이유로, 대기업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시간 야간 노동으로 착취당해 죽거나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보상과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얼마나 많을 것인가.

정몽구 회장, 김 군 병상에 문안가시라

김 군의 최종 사용자인 정몽구 회장은 지난 12일 해외법인장 회의 자리에서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잘해왔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럴 수 있나?"며 '자만 경계령'을 내렸다고 한다. 2011년 판매가 일 년 전보다 14% 늘어난 655만대로 세계 자동차업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말이다.

이렇게 미래를 고민하고 아랫사람들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는 정몽구 씨에게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해줄 말이 있다. 정몽구 씨! 경영철학이 인류애의 구현이라굽쇼? 그렇다면! "닥치고!" 8시간 노동 실현하시라. 그리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를 기리는 성탄절을 맞아 사경을 헤매는 김 군과 슬픔에 잠겼을 가족을 문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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