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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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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장

[한윤수의 '오랑캐꽃']<341>

장대한 사내가 사무실 귀퉁이에 앉아 있다.
마치 옛날 무갈제국 황제의 경호원같이 듬직하게 생겼다.
*엄장이 대단히 크다.
나이 서른이지만 구레나룻을 길러서 마흔도 더 되어 보인다.
한마디로 멋있다.

하지만 이 멋진 사내는 *한 달째 집에 못 가고 있다.
그는 6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영구 귀국할 참이었다.
그러나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퇴직금 차액 36만원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딱하다.
단돈 36만 원 때문에 이 장엄한 사내가 못 떠나고 있다는 것이.
하기야 몇 십만 원도 파키스탄에선 큰돈이지!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죠. 이제 소송에 들어갈 거고, 그러면 형사처벌도 받고 소송비용까지 부담하셔야 할 겁니다. 어떡하실래요?"

전화를 끊은 줄 아는지, 내려놓은 수화기 사이로 회사측 사람들이 설왕설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자느니, 내버려두자느니.

잠시 후 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오후 안으로 입금하겠습니다."

그러나 은행 마감시간인 오후 4시까지도 입금이 안 된다.
직원들이 분주해졌다.
한 사람은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출입국에 전화를 걸고, 또 한 사람은 비행기표를 연장하려고 여행사에 전화를 걸고 있다.

사자드가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다.
"못 믿겠어요."
나는 일단 그를 안심시켰다.
"한국 사장님이 한번 준다면 주는 거야. 준다고 해놓고 안 준 사장님,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어."

내 예상대로 되었다.
오후 5시 경에 36만원이 들어왔다.
인터넷 뱅킹은 마감시한이 없으니까.

한 달 동안 잘 참아준 사자드도 고맙고,
약속을 지켜준 사장님도 고마웠다.
ⓒ한윤수

*엄장 : 몸의 크기나 길이. 주로 덩치가 큰 몸을 가리킴.

*한 달째 : 노동부에 진정하고 대질 조사 후 체불금품확인원을 받는 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비자를 연장한 사자드는 그 한 달을 잘 참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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