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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에게

[한윤수의 '오랑캐꽃']<329>

크샤(가명)는 마음이 급하다.
아내가 아파서 빨리 귀국해야 하는데 사장님이 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독실한 회교 신자로, 방글라데시 동남부 페니 출신이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둘을 두었는데 교육비가 많이 든다. 더구나 아내가 배에 가스가 차는 병에 걸렸다. 여러 차례 검사를 받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다. 몸집이 좋아 뚱뚱하기까지 했던 여자가 말라깽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가서 돌봐야겠어."
결론을 내렸지만 어쩌나?
사장님이 이지가지로 속을 썩이니!

어떻게 사장님이 이지가지로 속을 썩일 수 있냐고?
썩일 수 있다.

1. 마지막 달 월급을 안 주고
2. 마지막 전 달 월급 중 일부를 안 주고
3. 꿔간 돈 200만원 중 70만원을 안 주고
4. 퇴직금을 안 주고
5. 공장으로 오면 돈 줄 테니 오라고 해서 갔더니 돈을 주기는커녕 "이노무 새끼, 눈깔을 확 뽑아버릴라!"하고 욕설을 퍼붓고
6. 심지어 술 먹고 노동부 감독관한테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리니,
그야말로 이지가지로 속 썩이는 거지 무언가!

크샤는 원래 1번에서 3번까지만 받으면 집에 갈 생각이었다. 그 금액이 274만원이다.
하지만 사장님이 그것마저도 주지 않으니 생각이 달라졌다. 4번도 받을 생각이다. 4번만 251만원이다. 다 합하면 525만 원.

이 돈을 받으려면 재판까지 가야 하니까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
물론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
재판에서 지거나
이기더라도 사장님 능력이 안 되면
못 받을 수도 있는 거니까.

이런 걱정, 저런 걱정, 하도 수심에 쌓여 있길래 한 마디 던졌다.
"나한테 맡기고 떠나!"
그래도 굳은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왜 까딱이 없지?
몸이 다니까,
나도 모르게 뜻밖의 소리가 나왔다.
"알라에게 맡겨!"

비로소 얼굴이 확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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