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위층에서
찌개 국물이 소나기처럼 떨어진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난간에 걸리는 콩나물, 부추김치, 라면 대가리.
몇 층인지는 몰라도 상습범이다.
국민임대 아파트는 국가재산인데
이렇게 허술히 관리해도 되나?
관리소장에게 항의했다.
"범인을 잡아야 할 거 아닙니까?"
"잡을 방법이 없어요."
이 사람은 추리소설도 안 보았나?
"항상 5번 라인으로 떨어지니까, 5번 뒤쪽 전봇대에 CCTV 설치하면 간단하잖아요."
"그게 어렵습니다. 예산 문제도 있고."
열이 나서 쏘아주었다.
"어려우니까 부탁하는 겁니다. 쉬운 일이면 내가 하지, 뭐 하러 부탁합니까?"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두 사람이 왔다.
이 촌구석까지.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을까요?"
"많죠. 중요한 거 하나만 알려드릴게요."
"뭔데요?"
직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외국인 노동자를 3년 계약으로 묶은 건 비인도적 처사이며, 노동자의 사기를 저하시켜 불량이 속출하고 무단이탈을 조장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마이너스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폐지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그들은 난색을 표했다.
"어렵습니다. *작년에 신설한 조항을 폐기한다는 것은."
열이 올라 쏘아주었다.
"어려우니까 부탁하는 겁니다. 쉬운 일이면 내가 하지, 뭐 하러 부탁합니까?"
넘어도 안 가본 고개에 한숨부터 쉰다더니
해보지도 않고 어렵단다.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쉬운 일만 해야 하나?
*작년에 신설한 조항 : 원래 근로기준법 상에는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직장이동의 자유가 없는 외국인도 최소한 1년에 한번은 더 나은 직장을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이명박 정부는, 이 근로기준법과 모순되게,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단서조항을 달아 3년 계약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외국인의 직장이동이 전혀 불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악법이다. 2년 있으면 풀어주던 산업연수제보다도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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