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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직장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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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직장을 바꿀까?

[한윤수의 '오랑캐꽃']<322>

외국인근로자 지원단체 관련 회의에 갔다.
회의를 주관하는 노동부 공무원, 그것도 기관장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놀랍다.
"외국인 근로자들! 이 사람들, 문제입니다. 너무 자주 직장을 바꾸려고 하는 거 이거 정말 문제 아닙니까? 10만 원 아니, 5만 원만 더 주면 다른 데로 간다니까요."
내가 한 마디 했다.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아니죠. 1년 동안은 꼼짝도 못하는데."
"1년 끝나고 계약 연장할 때 말입니다. 일할 만하면 나간다니까요."
그는 지금 기업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 사장의 입장을.
하지만 난 그 자리에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여러 부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무안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의 끝나고 같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분에게 조용히 물었다.
"한국 사람은 어떻습니까? 10만 원 아니, 5만 원만 더 주면 다른 데로 갑니까? 안 갑니까?"
"한국 사람이요? 가죠."
"한국 사람이나 외국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람은 가도 되고, 외국 사람은 가면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허,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그럼요. 1년에 한번 직장을 바꾸는 건 그 사람의 권리죠. 더구나 외국인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에 바꿔야 할 이유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월급을 제때 안 주거나, *점심 한 끼도 안 주는 회사, 컨테이너 하나에 네 명 이상 재우거나, 냄새가 너무 나거나, 귀가 멍멍할 정도로 시끄럽거나, 먼지가 너무 나는 회사를 계속 다니라고 할 순 없죠."
"환경이 그 정도로 나쁩니까?"
"그럼요. 어떤 연마회사의 컨테이너 기숙사에 가보고 놀랐습니다. 파리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수백만 마리예요. 기숙사 바로 옆이 축사거든요. 저는 놀라서 눈을 못 뜨겠는데 외국인들은 그 컨테이너를 태연히 드나들더라구요."
"허어."
"환경이 좋은 회사는 외국인들 보고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안 나갑니다. 외국인들이 직장을 바꾸는 건 그만큼 그 직장이 안 좋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이 매년 왜 그렇게 직장을 바꾸려고 하는지, 그는 비로소 이해하는 것 같았다.

*점심 한 끼도 안 주는 회사 : 외국인에게 쌀만 주고 세끼 밥을 해먹으라고 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다. 이런 회사의 노동자는 전혀 쉴 틈이 없다. 회사에서 최소한 점심 한 끼라도 제공해야 조금이라도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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